항암 치료를 받다 보면 분명히 몸은 지쳐 있는데, 밤이 되어도 눈이 말똥말똥해서 잠을 못 자는 경험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몸은 쉬고 싶은데 정신은 깨어 있는 이 답답한 상황, 사실 원인이 있습니다.
바로 스테로이드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항암 치료와 스테로이드, 어떤 관계인가요?
항암 주사를 맞을 때 구토 방지나 알레르기 반응을 줄이기 위해 스테로이드 주사를 함께 맞거나, 며칠간 먹는 약으로 처방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테로이드는 항암 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약입니다. 메스꺼움과 구토를 막아주고, 약물 알레르기 반응을 예방해 주기 때문에 빠질 수 없는 필수 약물이지요.
하지만 동시에 우리 몸을 각성 상태로 만드는 강력한 부작용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왜 스테로이드가 잠을 방해할까요?
우리 몸은 원래 아침에 잠에서 깰 때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천연 스테로이드를 분비합니다. 이 코르티솔이 몸을 깨우고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신호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항암 치료를 위해 약으로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면, 우리 몸은 마치 한밤중에도 "이제 일어날 시간이야"라는 신호를 받는 것처럼 각성 상태가 됩니다.
그 결과,
* 몸은 분명히 피곤한데 정신은 말똥말똥해집니다
* 이유 없이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 밤이 되어도 잠이 쉽게 오지 않습니다
몸은 쉬고 싶은데 뇌는 계속 깨어 있으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니, 당연히 잠을 이루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수면 방해를 줄이는 4가지 관리법
1. 스테로이드 약은 아침에 복용하기 (가장 중요)
스테로이드 알약을 처방받으셨다면, 가능한 한 아침이나 이른 오전에 복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밤늦게 복용할수록 약의 각성 효과가 수면 시간대까지 이어져 잠을 설치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복용 시간이 애매하게 처방되어 있다면, 담당 의료진에게 아침에 먹어도 되나요 라고 꼭 여쭤보시기 바랍니다.
2. 낮 시간을 활용해 생체 시계 지키기
밤에 잠을 못 잤다고 해서 낮에 길게 주무시면, 밤 수면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피곤하시더라도 낮에는 가볍게 창가에서 햇볕을 쬐거나 짧은 산책을 해보세요. 햇빛은 우리 몸의 생체 시계에 지금은 낮이라는 신호를 보내, 밤에 자연스럽게 잠이 오도록 돕습니다.
3. 수면 환경 만들기
잠자리에 들기 1~2시간 전부터는 이렇게 해보세요.
* 집 안 조명을 조금씩 어둡게 조절하기
* TV, 스마트폰 등 밝은 화면 피하기
* 따뜻한 물로 가볍게 샤워하기
* 잔잔하고 편안한 음악 듣기
몸과 뇌에 이제 쉴 시간 이라는 신호를 서서히 보내 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4. 억지로 자려는 부담 내려놓기
잠이 안 온다고 침대에서 20~30분 이상 뒤척이는 것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높여 역효과가 납니다.
잠이 오지 않는다면 차라리 잠시 일어나 거실에서 가볍고 편안한 책을 읽다가, 졸음이 느껴질 때 다시 누워보세요. 잠자리를 각성과 싸우는 공간이 아닌, 편안한 쉼의 공간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언제 의료진에게 말씀하셔야 할까요?
아래 상황에 해당하신다면 혼자 참지 마시고 반드시 담당 의료진에게 알려주세요.
* 스테로이드 복용이 끝난 뒤에도 며칠 이상 불면 증상이 지속될 때
* 수면 부족으로 낮 동안 식사나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힘드실 때
* 극도의 피로와 불면이 겹쳐 체력 회복이 전혀 안 된다고 느껴질 때
항암 치료 중의 충분한 수면은 단순한 편안함의 문제가 아닙니다. 몸이 회복하고 치료를 견뎌내는 데 꼭 필요한 시간이기 때문에, 수면 문제도 치료의 일부로 적극적으로 알리실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