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을 여행은 잔잔했던 것 같다.
가을 여행 가기 전에 송강 정철과 관동별곡을 사전조사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그래서 밤을 세며 조사하고 정리하여 내가 할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근데 여행 가기 전날에 송강 정철 다큐를 다같이 봤다. 우리가 조사한 것 중 거의 반이 날아갔다. 조금은 허탈했다. 조사를 하는데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이 떠올랐다. 왜 그렇게 열심히 했지? 그래도 나는 내가 할수 있는 최선을 다한거고 아무도 몰라도 내가 마음 먹고 열심히 했다는 것이 뿌듯했다.
이번 여행은 배움이든 뭐든 생각없이 즐기고 싶었다. 하지만 팀장으로써도 학생으로써도 즐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런지 조금은 힘들었다. 송강 정철 술잔 얘기가 떠올랐다. 술 한방울이라도 더 마시고 싶어서 선조가 하사한 술잔을 망치로 두드려 펴서 마셨다는데 나는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하고 싶어서 망치로 두드리고 또 두르려서 어딘가에 구멍이 난 기분이였다. 그래도 이런 상황 또한 즐기려고 했다.
이튿날이 되서는 배려라는 것을 계속 생각했다. 나는 내 나름대로 배려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다른 친구의 배움을 막는 것은 아닐까 다른 친구는 이게 배려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어떡하나 했다. 그러다 설악산을 걸으며 한 친구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예전에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기분이 나쁘면 나도 그 행동을 하지 않으면 된다'라는 얘기를 해줬다. 아 그냥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사랑을 다른 친구들한테 하면 그게 사랑이자 배려이구나. 다른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는지 나를 어떻게 사랑하는지 방황하는데 사랑하는 친구이자 스승이 내게 답을 준 것 같았다. 남은 여행을 즐기는데 마음이 참 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