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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배우며

[후기] 남도여행

작성자ㅊㅎㅅ|작성시간25.11.10|조회수77 목록 댓글 2

가끔은 시간이 참 야속하다 느껴지고
그만큼 자신에게 미안해지는 상황이 옵니다.
이번 여행의 배움은 시와 낭만,
자연과 즐거움을 만나러간 여행 치고는
아쉽게도 그다지 어울리는 배움은 아니더군요.

삼무곡 청소년 마을 학생이 된지 어언 5~6년
(어린이 마을 시절까지 합하면 거의 7~8년)
이쯤되면 스스로도 좀 더 자주적이고
뚝심있는 사람이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시간은 절 더 크게 만들지언정
어른으로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행을 하면서 조금이나마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두 숙소를 사용한 팀을 꾸리다
흔치 않은 기회로 제가 팀장이 되었을 때는
과거 배움의 정원과 배움 시네마 때를 발판삼아
제대로된 팀장일을 해보자 했지만
어느순간부터 전 허수아비같은 팀장이 되고
같은 방의 금조가 팀장노릇을 하더군요.
금조에 대해 불평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모습과는 대조되는 저의 모습을 보았을 뿐입니다.
팀장을 맡았지만 수동적이고 절뚝거리는 제가
팀원임에도 자주적이고 활발한 금조 곁에 서니
예전에 정리한 줄 알았던 “내가 뒤쳐진건가?”하는
물음이 수면 밖으로 올라왔을 뿐입니다.
무언가를 하고싶어도 괜스레 짐이 되버리는,
확신도 없어 나 스스로마저 의심하는 제 모습이,
서서히 질려가면서도 바꿀 의지가 없음을
깨달은 것이 아닌 그저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판단하지 않는 시선으로 보려해도
삼무곡의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절뚝대는 저를 볼 때마다
그들의 짐이 되고 장애물이 되고 병풍이 되는것이
두렵고 경계심이 듭니다.
헌데 그래서 바꿀 것인가 물으면
스스로 침묵하고 익숙해진 이 상황을 방치하려는
제 모습을 환멸하면서도 바꾸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시간이 알아서 고쳐주겠지 하며
20대 직전인 이 순간에도 어릴적처럼
외세의 힘을 바라보기만 하는 게으름뱅이가 됐습니다.
남들도 자신의 못난점을 고백하는 모습을,
시간이 지나 스스로 바꾸려 노력하는 모습을
부러워하기만 할 뿐 닮고자 하는 의지가 없습니다.
이런 생각과 마음가짐도 이번 뿐만이 아닌
과거에도, 이후에도 계속 있었고, 이어질까봐
조바심이 들 뿐입니다.

… 어쩌다 보니 여행후기랍시고
비판적인 푸념만 담겼군요.
원래같았으면 지우고 다른 글을 썼을텐데
오늘은 유독 이 못난 글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라도 하면 저 스스로도 바꿀 기회를 보는
눈이 떠질까 하면서 말입니다.
사실 여행하면서 딱히 느낀 점도 없었습니다.
천관산문학공원의 시를 보고
다산초당에서 정약용 선생님을 만나고
땅끝마을의 기가막힌 야경을 보고
이런 당연한 후기를 올리라고
이 카페가 있는건 아닐테니까요.
그저 이번 여행을 기점으로 생각난
저의 한숨을 적게 되었을 뿐입니다.
귀교 후 현곡쌤께서 하신 말들 중에서
사람은 크게 좌절해야 배우기 시작한다고 하시는데
삼무곡 시절의 대다수를 이런 생각으로 살아온 저는
사실 작고 흔할 뿐 그 역시 좌절하는 것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이 이상하고도 긴 글을 마칩니다.

4박5일간의 남도여행
이번 여행도 잘 즐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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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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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초운 | 작성시간 2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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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향림 | 작성시간 2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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