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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년 전통 맛집

[삼무곡 냠냠]20230918~20230922

작성자이정하|작성시간23.09.25|조회수109 목록 댓글 2

<잘 배웠습니다.>
이번 주도 살림 일은 일상대로 흘러갔다.
여공쌤께서 맛있는 음식들을 요리해 주시면, 나는 그 음식들을 식탁 위에 올리는 중간 과정의 일들을 수행했다.
그 덕분에 나는 내가 먹는 음식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우리 식탁 위에 올라 오게 되는지 아주 가까운 곳에서 지켜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여태껏 살림 일을 하며 얻은 것중 가장 큰 걸 꼽으라면, 바로 밥이 더 맛있어 졌다는 점이다.
음식이라는, 하나의 작품이 어떠한 출처를 지녔는지 알게 되니 그 맛이 더 섬세하게 와닿은 것이다.
그렇게 무난한 한 주를 보내던 와중, 문득 어느 생각이 들었다.
"잘 배우겠습니다." 와 "잘 배웠습니다."
살림 교실에 들어설 때, 그리고 나설 때 하는 말.
정말 당연하다는 듯 일상적으로 하는 말이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연 무엇을 배웠을까?'
돌이켜보면 처음 삼무곡에 왔을 때 부터 나는 별 의미 없이 이 말을 읊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 말에 대해 생각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말 나는 무엇을 배웠을까?
나는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삼무곡에서는 주말에 밥을 차려 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은 직접 밥을 차려 먹어야만 한다.
주로 볶음밥 혹은 라면을 먹곤 하지만, 그중에서도 나의 베스트 픽은 바로 간장계란볶음밥이다.
내가 간장계란밥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려서 부터 내가 계란밥을 좋아했고, 그 입에 배인 취향이 삼무곡에 와서 간장계란밥으로 진화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삼무곡에서의 주말이 되면 못 해도 한 끼는 반드시 간장계란밥으로 때웠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는 간장계란밥 이니까.
그런데 최근 들어 살림 일을 시작하고 나서 부터 나는 간장계란밥을 바라보는 시선을 달리하게 되었다.
점점 내가 간장계란밥을 하는 행위가 한 끼 식사를 때우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 아닌, 요리를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지기 시작해서 였다.
그리고 그 받아들임의 차이에 결정타를 날렸던 것은 바로 참깨밥이었다.
나는 간장계란밥을 할 때 참깨를 반드시 넣는다.
그런데 토요일 날 금조와 같이 간장계란밥을 먹고 있을 때 문득 금조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다.
"일단 굉장히 고소하네요."
간장계란밥이 고소한 이유는 당연 참깨 때문이다.
그 순간 나는 떠올렸다.
밥에 참깨만 볶아 먹어도 정말 맛있지 않을까?
적당히 익히기까지 하면 그 고소함이 극에 이르지 않을까?
나는 바로 일요일 날 참깨볶음밥, 그리고 계란을 따로 해 먹어 보았다.
그러자 예상대로 정말 고소하고 맛있었다.
그것은 생각보다 쇼킹한 맛이었다.
거기다 따로 한 계란 후라이는 완전 평범한 형식의 계란 후라이 였는데, 거기서는 나의 간장계란밥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계란 그 본연의 맛이 났다.
나는 또다시 생각했다.
도대체 왜 이 둘을 따로 했을 때 느낄 수 있는 본연의 미가 나의 간장계란밥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것인가.
조리 과정중 어느 부분을 수정해야 두 맛을 조화롭게 섞을 수 있을까.
나는 고민했고, 또다시 시도해 보기로 했다.
일요일 날 저녁, 나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간장계란밥을 해 보았다.
후라이팬에 기름을 깐 뒤 적당히 열이 오르자 계란을 투하했다.
일부러 계란이 형태를 잡기 전에 풀어 헤치지 않고 놔두었다가 적당히 노릇노릇해 지자 밥을 넣고 같이 볶기 시작했다.
원래는 계란을 최대한 밥과 섞이게 하기 위해 잘게 분해했으나, 이번에는 계란 본연의 맛을 내는데 더 집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적당히 밥이 풀어지자 곧바로 깨를 무지막지하게 흩뿌렸다.
경험상 깨는 아끼지 않아도 맛있다.
또 최대한 밥과 같이 오래 볶아야지 풍미가 산다.
그렇게 한참 볶아서 부분 부분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했을 때 쯤 간장을 넣는다.
간장은 적당함과 짜게 느껴지는 간의 중간 지점을 목표로 양을 조절한다.
그렇게 간장까지 넣고서 고루 볶다 보면 이제 완성된 간장계란밥의 모습이 점차 나타난다.
그럼 타기 직전에 불을 끄고서 마저 볶아준다.
불을 끄고도 계속 볶는 것은 나의 개인적 욕심이다.
그렇게 완성된 간장계란밥은 식탁 위에 오른다.
냄비받침 위에 후라이판 째로 올리고, 밥 그릇과 숟가락, 컵과 물병을 놓는다.
그리고 자리에 앉은 나는 양 손을 모아 합장한 뒤 읊조린다.
"잘 배우겠습니다."
이후 숟가락을 잡으며 식사는 시작된다.

결론 부터 말 하자면, 장엄하게 이야기 된 조리 과정에 준할 정도의 맛이 나지는 않았다.
나는 간장계란밥을 한 입 한 입 씹으며 최대한 참깨의 고소함과 계란 본연의 맛, 그리고 간장 사이에 이는 조화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아쉽게도 맛에는 기억에 남을 만큼 큰 발전이 있지는 않았다.
그렇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식사를 마친 나는 식기를 설거지 하고서 살림 교실을 나오려 했다.
하지만 나는 필연적으로 그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또다시 무심코 지나가려 한 '잘 배웠습니다' 라는 말이 발목을 잡은 탓이었다.
무엇을 배웠느냐. 라는 말에 나는 위에서 내가 쓴 말을 그대로 읊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살림 교실에서 내 스스로 아무 누군가가 되어 이야기를 했고, 내 스스로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무엇을 배웠냐는 질문에서 출발해 간장계란밥이라는 다소 생뚱맞은 내용으로 치닫는 이야기.
끝에도 특별히 의미있는 결말을 맞지도 않은 그러한 이야기.
하지만, 그럼에도 이것은 나의 이야기였다.
비록 미숙함이 곳곳에서 묻어나는 나의 요리 실력으로 인해 상상 만큼 특별한 요리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있어서는 분명 무수한 발전을 거듭해 온 간장계란밥이었다.
내가 처음 간장계란밥을 했을때보다 간이 잘 맞았고, 맛은 균일하게 배여 있었으며, 조리중 요리가 별로 튀지도 않았다.
분명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 음식이었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있어서 이 간장계란밥은 나의 요리였다.
그리고 나는 이 요리를 통하여 배웠다.
자연의 한 부속으로서 존재 하였던 것들이 한 자리에 모여 특정한 레시피대로 누군가의 손길을 거쳐 먹을 수 있는 요리가 된다.
그렇게 식탁위에 오른 음식은 우리 몸 곳곳으로 퍼져 나가 에너지원이 되고, 그렇게 축적된 에너지는 우리가 활기찬 삶을 살아가도록 도운다.
그리고 이 일련의 과정들이 바로 나를 찾아 온 배움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순환이 바로 내가 찾은 아름다움이었다.
나는 여기까지 이야기 한 뒤, 가벼운 발걸음으로 살림 교실을 나올 수 있었다.
"잘 배웠습니다." 라는 말을 그곳에 남기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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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정하빠 | 작성시간 23.09.25 간장계란볶음밥~ 계란간장볶음밥~ 간장계란참깨볶음밥~ 간장계란밥~ 계란참깨볶음밥 + 계란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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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향림 | 작성시간 2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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