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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년 전통 맛집

[삼무곡 냠냠]20231204~20231208

작성자이정하|작성시간23.12.10|조회수89 목록 댓글 2

이번 주 김장을 하던 도중 여공께서 내게 크게 일침을 가하셨던 적이 있었다.
그 이유는 내가 무거운 짐을 혼자 들어서 였는데, 여공은 평소 허리도 앗 좋다 하는 놈이 본인께서 둘이 들라 하는 것도 혼자 들면 어쩌자는 거냐 하시며 일갈하셨다.
나는 솔직히 억울하다 느꼈다.
평소 내가 운동 할 때 드는 무게보다도 훨씬 가벼웠고, 충분히 가능하겠다 싶었던 것이었는데 이런 쓴 소리 듣는것이 못내 기분 나빴던 탓이었다.
그래서 나는 거의 상황을 모면하려는 듯, 아니, 정확히는 내가 판단하기에 이 상황에 내가 내뱉기에 알맞다 느껴지는 말을 내뱉었다.
"죄송합니다."
그리 말하자 여공께서는 이게 뭐가 죄송할 일이냐 하시며 네 손해라고 말씀하셨다.
이후로도 많은 말씀을 하셨지만, 내게는 사실 구박을 늘어놓는 듯 들렸고 이 상황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 저녁 식사를 하고, 저녁에 채소를 손질한 이후, 여공과 재혁형이랑 같이 배추를 받으러 차를 타고 호산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때 나는 문득 여공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왜냐하면 내게 여공께서 한 말씀 하시고 난 이후 밥을 먹고, 채소를 손질하며 곱씹어 보니, 문득 내가 감사하다는 말씀 한 번을 안 드렸었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여공께서 굳이 굳이 목 아파 가며 그런 이야기를 내게 해 주신 것은 다름 아닌 나를 위한 것이었다.
보기보다 성격 급하고, 자존심이 똘똘 뭉쳐 있는 10대 남자애에게 그런 말씀을 하셨던 것은 걱정 되셨던 거였다.
사소한 부주의가 큰 사고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고, 또 어떠한 경우에 주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를 긴 시간의 경험을 통하여 아시는 분이셨기에.
당연히 마음에 집힐 수밖에는 없으셨을 거였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이번에는 진심으로, 정말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나보다 이런 일에 있어 훨씬 경험이 많은 여공께서 하시는 말씀은 분명 내가 상정하지 못 한 경우들을 모두 고려하여 하시는 말씀이었을 것이고, 또한 그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나에게 해주신 그 말씀은 내 입장에서는 정말 감사한 선물이나 마찬가지인 것이었다.
그렇기에 정말 내가 여공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더라면, 나는 여공의 말씀에 속으로 불편해 했을게 아니라 들었어야 했다.
김장이라는 하나의 큰 일에 재 손 발도 아닌 아이들이 달라 붙어 거들고 있는데 사실상 일의 주도자이신 여공께서는 얼마나 마음이 쓰이셨을까.
그렇다면 조금이나마 여공의 마음의 짐을 덜어드리기 위해서는 여공께서 해주시는 말씀에 진심으로 따랐어야 했던 것이다.
그랬기에 후회가 되었고, 그 이전에 여공께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개인적인 안위나 살피는 마당에, 여공께선 다른 사람들이 벌이는 사소한 행동 하나 하나에 마음 쓰고 계셨던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여공과 재혁이 형이랑 타고 있던 그 차 안에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었다.
그리고 여공께 감사하다고 말씀 드릴 수 있다는 사실에 참 감사했다.
왜냐하면 누군가의 선의를, 언뜻 한 눈 팔면 놓칠 수 있는 선의를 그래도 조금은 보답드릴 수 있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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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정하빠 | 작성시간 23.12.10 계란말이~ 짜장밥~ 소고기무우국~ 떡만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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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여진 | 작성시간 23.12.13 기억되는 나, 경험하는. 나, 그것을 바라보는 나.가 이 글에 다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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