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충신의 후손이러뇨
매서운 결기 꾹꾹 눌러담아
먹물 함뿍 붓끝에 모두었구나
부디 편견도 흑심도 없는 촌철로
더 나은 세상 이끌려므나
최영주 <충언역이>
몰랐어요 무릎 통증이 이토록 괴로운 건지
몰랐어요 계단 앞에서 왜 그리 움츠리시던 건지
의자 없이는 욕조에 몸도 못 담그시던 어머니
휜 다리를 주물러드리면서도 그때는 몰랐어요
제 일이 되고서야 절절한 이 미욱함을 어쩔까요 어머니
최영주 < 사물 사모곡>
긴 긴 여정 고단했어
외로웠고
물거울에 보이는 난 늙어 버렸어
괜찮아, 이제 물결에 몸을 맡기면 돼
기억 속 파도소리 따라 기어코 바다로 갈 거야
최영주 <북한강 달팽이>
넌 늘 벼르고 있지
판만 깔려봐, 하며 크게 한 방 날릴 작정이지
맘속으론 벌써 백만 번 뻗어봤지
기회는 온다
버텨라, 꺾이지 말고
최영주 <취준생에게>
부수지 않아도
씨앗은 탈출구를 알지
독하게 말하지 않고도
사람을 움직일 수 있지
내 마음이 순할 때 상대도 순해지지
최영주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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