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할머니
어스름 해 질 녘 동네 길모퉁이에 나물 파는 할머니 오늘도 쪼그리고 앉아있다.
상추 두 바구니 나물 한 움큼 다 팔아봐야 오천 원 남짓 온종일 햇볕에 시달리다 기절한 상추를 물을 뿌려 깨워보지만
반응이 없고 이름모를 나물만 겨우 살아서 눈치를 본다
막걸리 한 병 사 들고 돌아올 할머니만 기다리는 영감님 생각에 팔리지 않는 나물을 애태우며 바라보다 용기를 낸다.
"떠, 떨이요! 삼천원에 다 드려요"
할머니 목소리가 조그맣게 떨리고 희미한 달빛이 애처롭게 내린다.
"할머니! 잔돈은 됐구요 그거 다 담아주세요"
할머니 눈이 놀란 토끼 눈이 되어 나를 바라보자
할머니 손에 쥐여준 세종대왕님이 파랗게 미소를 짓는다
"에이구! 저번에 그 냥반 이시네 에구! 고마우셔라
에이구! 관샘보살"
봉지에 쓸어담는 할머니 손놀림이 바쁘게 움직인다.
할머니 얼굴에 웃음 꽃이 만연하니
내 마누라의 잔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아니, 말라 비틀어져 먹지도 못할 것 왜? 자꾸만 사오세요
한 두번도 아니고 왜 그러실까?'
할머니 모습에서 돌아가신 어머니가 겹쳐진다.
희미했던 달빛이 환하게 밝아지며 발걸음도 한결
가벼웁다.
(모셔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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