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는 수녀들 이야기
한번 쯤 읽어보시면 괜찮을 듯 합니다. 종교를 초월해서 무료 호스피스 봉사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이구요 기사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병으로, 사고로 죽음을 앞둔 이들이 겪는 몸의 아픔과 마음의 공포. 가족들조차 외면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들곁에서 헌신하는 이들이 있다. 천주교 재단법인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에서 87년 만든 '모현호스피스( www.mhh.or.kr)'의 이 책에는 죽음을 앞둔 이들이 자신의 현실을 인정하고, 과거와 화해하며 편안히 죽음을 맞도록 도와주기 위해 신명을 바치는 수녀들의 사랑나눔이 빼곡이 들어 차 있다. 남편을 잃고 재혼을 위해 두 남매를 버린 죄책감을 안고 평생을 살다 죽을 병에 걸린 할머니와 버림받은 자식들을 화해시킨 이야기(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 뜻밖에 찾아온 죽음에 절망해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분노를 터트리는 에이즈 환자의 마음을 열어 '에이즈 쉴터'를 만든 일(에이즈 환자의 희망), 후두암 말기로 약을 전해주기 위해 집을 찾은 수녀들의 목소리에 답을 못하자 20분동안 바닥을 기어나와 문을 열어준 아이를 부둥켜안고 울었던 이야기(겨울에 만난 예수님) 등 이 책에는 '마리아의 작은 자매'들이 죽음을 매개로 만난 모든 이들과 함께 지낸 기쁨과 슬픔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수녀들은 직장암이 걸려 죽음을 기다리던중 하나밖에 없는 딸이 강도강간범에 의해 살해당하자 투신자살로 삶을 마감한 한 성실한 가장의 죽음을 보며 눈물을 쏟기도 하고, 눈앞에 다가온 죽음을 외면하는 환자에게 삶을 정리하는 시간을 주기 위해 “임종하는 분들을 위해 방문하는 수녀”라는 모진말을 해야하는 처지에 씁쓸해하기도 한다. 심지어 목숨을 연장해 준다는 말에 속아 999만원을 주고 신령하다는 물을 산 가난한 환자의 돈을 되찾아 주기 위해 방송사 기자와 함께 '물장사'를 찾아가 돈을 되받아오는 해결사 노릇까지 한다. 쪼그리고 숨진 채 반나절이 지난 사체를 펴느라 씨름한 뒤 구더기가 들끓는 입을 열고 염을 하고, 중풍으로 혼자 살 수 없는 할머니를 위해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통장을 찾으러 '월담'을 한 이야기 등은 재미라기보다 짠한 무언가를 느끼게 한다. 이들의 정성에 감동해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다르게 살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 골육종에 걸린 한 시인은 “호스피스를 하는 수녀님들을 보면서 나도 무엇인가 마지막 봉사를 하고 싶다”며 자신의 시신과 안구를 대학병원에 기증하고 세상을 떴다. 간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에 이어 위암으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아버지의 간병을 제대로 못했다고 뉘우치는 아들과 아내와 사별한 뒤 사이가 좋지 않던 장모를 극진히 모시고 사는 사위의 이야기.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죽음을 앞두고 사랑으로 거듭나는 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들이 만난 환자의 대부분은 4~50대들이다. 특히 환자가 가장인 경우 남은 가족은 자녀 양육이나 생계 유지가 문제가 된다. 이들을 돕기 위해 수녀들은 유가족들에게 소식지를 보내고 전화나 방문을 통해 그들과 상담을 하는 '사별관리'에도 힘을 쏟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죽이는' 수녀들의 이야기>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빛깔을 띤다. 이 책은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는 한 인간을 옆에서 지켜본 기록이다. 또 뜻밖의 불행에 분노하고 절망하는 이들의 가슴을 어루만져준 치유의 이야기이며, 죽음을 앞둔 이들이 자신의 삶과 화해하고 낯선 곳으로 편히 떠날 수 있도록 도와준 구원기이기도 하다. 모현 호스피스는 16년간의 활동경험을 나누기 위해 오는 22일 오후2시30분 연세대 공학관 대강당에서 <'죽이는' 수녀들 이야기>와 캐나다의 종양내과 의사 로버트 부크만의 책으로 죽어가는 이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담은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출판기념회를 연다. '모현호스피스를 통해 본 가정호스피스 미래상'을 주제로 한 세미나도 함께 열린다. 후원 및 문의 (02)779-8245 출처는 한겨레신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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