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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샘

밥 푸는 순서

작성자jjr71|작성시간20.11.01|조회수42 목록 댓글 0

밥 푸는 순서



친정에 가면 어머니는 꼭 밥을 먹여 보내려 하셨다.

어머니는 내가 친정에 가면 부엌에도 못들어 오게 하셨고

오남매의 맏이라 그러셨는지

남동생이나 당신보다 항상 내밥을 먼저 퍼주셨다.

어느날 오랜만에 친정에서 밥을 먹으려는데 여느때처럼

제일 먼저 푼 밥을 내 앞에 놓자

어머니가 "얘 그거 내 밥이다" 하시는 것이었다.

민망한 마음에

"엄마 왠일이유? 늘 내밥을 먼저 퍼주시더니..."

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게 아니고, 누가 그러더라

밥 푸는 순서대로 죽는다고...

아무래도 내가 먼저 죽어야 안되겠나."

그 뒤로 어머니는 늘 당신 밥부터 푸셨다.

그리고 그 이듬해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어머니 돌아가신 후

그 얘기를 생각하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남편과 나,

중에 누구밥을 먼저 풀 것인가을 많이 생각했다.

그러다 남편밥을 먼저 푸기로 했다.

홀아비 삼년에 이가 서말이고

과부 삼년에는 깨가 서말이라는...옛말도 있듯이

뒷바라지 해주는 아내없는 남편은...

한없이 처량할 것 같아서이다.

더구나 달랑 딸 하나 있는데

딸아이가 친정아버지를 모시려면 무척 힘들 것이다.

만에 하나 남편이 아프면 어찌하겠는가?

더더욱 내가 옆에 있어야 할 것 같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고통스럽더라도

내가 더 오래 살아서 남편을 끝까지 보살펴주고

뒤따라가는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때부터 줄곧 남편 밥을 먼저 푸고있다.

남편은 물론 모른다. 혹, 알게되면

남편은 내 밥부터 푸라고 할까?

남편도 내 생각과 같을까?

원하건대 우리 두사람, 늙도록 의좋게 살다가

남편을 먼저 보내고 나중에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여러분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저와 같다고 생각하시죠?...

- 좋은생각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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