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은경 시 5편

작성자안윤희|작성시간26.06.14|조회수11 목록 댓글 0

눈꽃
                            주은경

소리 없이 밤새 내린 눈이
아침을 밝혀 나를 깨운다

밖을 내다보니
세상은 온통 하얀빛
우리 집 소나무 가지마다
꽃이 피어 반짝인다

조용히, 예쁘게 피어난 꽃
만지면 사라질까 조심스레 바라본다
금세 사라질 것 같아
눈으로 안고 마음으로 느낀다

잠시 머물다 갈
안개 같은 하얀 꽃
너는
나를 기억할까

 

 

주름
                               주은경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세월의 흔적

지우개로 지우고 싶지만
끝까지 남아 있는
내 삶의 자국

한 해, 한 해 늘어만 가는 너
펴 보려 애써 보아도
다시 돌아가는 인생의 자국은
더 깊어져만 간다.

밉지만,
나와 묵묵히 살아온 동반자

 

🌿 선생님 댁
                            주은경

좁은 시골길 도착하니
높은 언덕위 자리잡은
동화속 하얀집

넓고 시원한 가을하늘
병풍처럼 펼쳐진 산등선

크지 않은 텃밭
여기 저기 도자기에 빚어진
선생님 시 한줄이
따듯한 햇쌀속으로
말하듯 느껴진다

정성이 가득담긴 밥상
함께 모인 우리들
차한잔과 시낭송 흐르고
설렘과 웃음소리
온기가 느껴진다

 

 

이름
                            주은경

어릴적 살던 집 앞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면
신나게 뛰어나갔다

고무줄놀이 다방구
해질녘까지 이어지는
웃음소리

그 시절 그골목엔
아직도 어린 내가 뛰어논다

희미해진 기억 속
그리운 친구들
다시 한번 불러보고 싶다

"영희야 놀자"

 

 

침묵
              주은경

절터 한복판 
늙은 고목
잎은 떠났어도
자리는 지키고 

비바람 견뎌낸 몸은
검게 빛이 바랬지만
잘려나간 가지들
생의 흔적이니

세월에 버려졌어도
쓰러지지않고
침묵으로 이곳에
뿌리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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