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김도연
툇마루 햇살 아래
줄담배
물고 앉아
말없이 쳐다본다
시집갈
큰 딸내미
어느새
아가씨 되어
떠나는 날 되었다고
오월 뻐꾸기
김도연
어스름 밝아 오는 아침에 구우꾸
가슴을 울리는 구슬픈 울음소리
그 어떤 사연이 있어 가슴을 적시나
구슬픈 울음소리 홀딱 벗고 들리는데
법문을 듣고 보니 홀딱 벗고 아니구나
망상에 깨어나 보니 슬픈 소리 가고 없다
어머니
김도연
꽃다운 열여섯 살
장남에게 시집와서
밥 짓는 법 몰라
반찬도 할 줄 몰라
애간장
끓인 긴 세월
구순 가까운 수를 누리시네
신륵사 모전탑
김도연
강바람을 맞으며 우뚝 솟은 석탑 앞
저녁 해 강물 위에 석양을 드리우고
돛단배 황포 날리며 물살 갈라 나아간다
햇살은 물 위에서 은파로 춤추고
저녁 종소리는 하늘 향해 울린다
한줄기 석탑 비추는 빛 신륵사를 품는다
여강은 고즈넉이 불경 소리 되뇌고
바람은 마지막 범종 소리 울리는데
여인은 번뇌 벗어나려 전탑을 돌고 있다
봄날에
김도연
춘설이 오거들랑 햇살아 막아주오
꽃분홍 진달래가 가엽지 아니하오
세상사 이 같으니 도우며 살아보세
남한강 안개구름 소리도 없이 오고
눈앞의 시간들이 소리도 없이 붙잡힌다
만물을 다 삼키고도 가진 게 없다는 안개구름
저 산을 넘어가는 구름을 눌러 앉혀
무엇을 찾아가나 귀 기울여 물었더니
허망타 들려주는 말 삼천갑자 동방삭 찾아서 간다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