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봄바람 박광예
3월에 매몰찬 바람이 불었다
시원하다 못해 추웠다
지난해 쌓인
냄새 나는 묵은 찌꺼기를
떼메고 떠나간 방랑자처럼
4월에 따스한 바람이 불었다
시원하고 향긋한 바람이
새 학기 신입생처럼
꿈과 설렘을 안고서
하늘 위에서 함박웃음을 짓는다
5월, 훈훈한 바람이 분다
햇볕이 따사로워
이 땅에서 하나님이
자수를 놓으며
부는 휘파람 소리 같다
2. 강변 봄 풍경
해마다 찾아오는 봄이
올해도 다른 모습 되어
새 이름표를 달았다.
변신하여 합체하고
찾아오는 카멜레온처럼
색 감각을 건드리는 강변에는
흘러가는 강물 줄기 곁에
초록 밭이 바람에 눕는다
자태를 뽐내며 인사하는 튤립꽃밭
눈길을 잡아끄는 분홍색에 끌려
들어선 여주 고수부지
누군가 심어 키운 꽃들이
봄꽃 겨루기 동산에 나와서
순서를 기다린 듯 지고 또 핀다
3. 종강파티
사연 많은
늦깍이 학생들
학기 끝나는 날
즐거운 파티
파트락(potluck)으로
가져온 음식
큰 양푼에 넣고 비빈 날
우리 모두 마음 통한 날
힘들었던 순간들
웃음으로 다 날리고
미완성 배움 앞에 고개 숙이며
다음 학기 열심을 약속하지만
우리는 사연 많은
늦깎이 학생들
여전히 미완성
4. 친구 찾기
보고 싶은 친구
두 명이 있어요
여고 동창과 대학 동창
인터넷 사이트
사람 찾기에 들어가 찾아도
흔적은 오리무중
찾고 싶은 이유는
내 인생 변곡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기에
사춘기의 방황과 갈등 속에서
서로 귀히 여겼고
학문정진에 지루한 시절,
서로 같은 발걸음으로 길을 걸었죠
무척 보고 싶어요
운명의 신이여
만나게 해 주세요
내 인생의 퍼즐은
그들이 있어야 메워져요
5. 아픔의 유월
아픔이 크면 입을 닫든다
갓난아이 전쟁통에 잃었고
부녀자는 약탈을 피해
숨어다닌 시절
주먹밥을 지게에 지고
굶고 있을 병사를 위하여
총알이 빗발치는 사선 뚫고
산을 오르신 할아버지
대지는 핏빛으로 물들고
전쟁터에서 살아오신 아버지
한동안 6.25는
우리집 금기어가 되었다
유월의 비극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전쟁,
잊지 못할 슬픔의 강
<단시조>
1. 아버지 박광예
날 나실 때 울 아버지 팔팔한 이십칠 세
칡넝쿨 가시밭길 구 부 능선 넘으셨네
어떻게 그 험한 세월 미소 속에 숨기셨나
2. 금계국 필 때
척박한 대지 위에 비바람 몰아칠 때
온갖 힘 다 바쳐서 희생한 우리 엄마
유월의 금계국 향기 따라가신 하늘나라
3. 다락방 비밀
가을에 내 다락방 오래된 책 사이로
주인 따라 독서하며 속삭이는 바람아
책갈피 네잎클로버 비밀 안고 가려무나
<연시조>
육십년지기 (박광예)
따스한 봄기운에 봄나물 지천이라
반가워 연장 들고 나물 캐러 나섰다네
신나서 베어 담으니 채워지는 바구니
올해로 육십 년 된 친구야 반갑구려
봄빛에 그슬리며 한참을 뜯다 보니
저쪽 편 풍성한 나물 나를 오라 손짓하네
급한 맘 조심 없이 내닫다 헛디뎌서
나뒹굴다 멈추니 개구리 자빠진 모양새
하늘을 올려다보며 어이없이 웃었네
<연시조>
탑을 만든이에게 고함 박광예
그대는 어떠한 마음속 한이 있어
산속에 혼자 남아 눈물로 기도하며
탑 쌓고 먼 거리에서 바라보며 세월 낚네
당신은 마음이 얼마나 허허로워
하나씩 정성 담아 돌을 쌓고 갈고닦아
세월을 참고 참아서 인내를 업 삼느뇨
비가 오나 바람 부나 궂은날 다 견디고
갈고 갈아 만든 탑 드디어 끝나는 날
우리가 모두 찾아가 진심으로 축복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