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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교실

어려운 야구 규칙들(1) -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작성자현재아빠|작성시간16.08.24|조회수449 목록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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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윤 | 야구 칼럼니스트
야구전문블로그 <야구라>의 일원. 네이트 등에 야구 글을 기고하고 있다.
감수
신명철  스포츠 2.0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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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는 진화론의 근거가 되는 흔적 기관이 있다. 흔적 기관은 사람의 꼬리뼈와 같이 예전에는 필요했지만 지금은 존재 의의가 없어서 퇴화한 기관을 말한다. 야구 규칙 역시 진화의 단계를 밟아왔기에 과거 야구의 흔적이 적지 않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제3 스트라이크를 포수가 포구하지 못하면 타자는 주자가 돼 1루로 달려가는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이다.

원래 야구가 처음 생겼을 때는 스트라이크와 볼 따위는 없었다. 타자가 투수의 공을 치고 달리는 경기였다. 또한 투수는 타자가 지정한 곳에 던지는 일을 하는, 배구로 보면 세터와 같은 존재였다. 그러다가 1858년 최초의 야구 규칙인 ‘카트라이트 규칙’에서 처음으로 타자가 치지 않은 공도 스트라이크로 선고되고 스트라이크 3개를 기록한 타자는 아웃이 아니라 1루로 달려야만 했다. 마침내 1880년 “제3 스트라이크를 포수가 직접 포구하면 타자는 아웃이 된다.”는 규칙이 제정됐다. 이 말은 거꾸로 포수가 직접 포구하지 못한 제3스트라이크를 당한 타자는 주자가 되어 1루로 달리는 게 변함없다는 의미가 된다.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규정이 생겨난 것이다.

이 규정과 관련해서 계속해서 언급되는 ‘정규의 포구’란 무엇일까? 야구 규칙 6.05 (b) [원주]에는 “정규의 포구란 공이 땅에 닿지 않고 포수의 미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공이 포수의 옷이나 용구에 끼인 것은 정규의 포구가 아니다. 또 심판원에게 맞고 튀어나온 공을 포수가 잡았을 때도 마찬가지다.”고 기재되어 있다. 즉, 타자의 스윙 여부와 관계없이 제3 스트라이크를 직접 포구하지 못했을 때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이 성립한다. 또 다른 조건은 없을까.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은 “제3스트라이크를 포수가 직접 잡지 못했을 때는 일단 무사나 1사에서는 주자가 1루에 없어야 한다. 2사 때는 주자가 1루에 있든 없든 무조건 성립한다”고 밝혔다. 무사나 1사에 1루 주자가 있을 때 성립하지 않은 것은 의도적인 병살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무사나 1사에서도 이 규칙이 적용되면 1루 주자는 무조건 2루로 진루해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 포수가 고의적으로 포구하지 않고 포스 플레이를 통한 더블 플레이를 시도할 수 있다.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이 되면 타자주자가 1루에서 세이프가 되든 아웃이 되든 상관없이 삼진으로 기록되며 투수에게는 탈삼진이 추가된다. 동시에 와일드피칭이나 패스트볼이 기록된다. 만약 타자주자가 포수의 악송구로 1루에 출루했다면 와일드피칭이나 패스트볼이 아닌 포수에게 실책이 주어진다.

2사 이후에는 주자 유무와 관계없이 성립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투수가 기록할 수 있는 한 이닝 최다 탈삼진은 무한대가 된다. 이론은 이론, 현실은 현실인 법. 실제로 메이저리그와 한국 등에서 기록된 한 이닝 최다 탈삼진은 4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50여 차례가 나왔고 한국에서는 단 4번 기록됐다. 1998년 4월 13일 삼성의 호세 파라가 최초로 기록했으며 현대 김수경, 삼성 곽채진, LG 김민기가 한 이닝 4탈삼진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2군에서 한 이닝 5탈삼진이 기록된 적이 있다.

1997년 8월 23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 쌍방울의 경기는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이 부른 희대의 해프닝으로 인구에 회자한다. 삼성이 4-1로 앞선 9회 초. 2사 1, 2루에서 쌍방울의 대타 장재중은 2스트라이크 1볼에서 원바운드 볼에 헛스윙했고 김동앙 주심은 삼진을 알리며 경기 종료를 선언했다. 그와 동시에 삼성 포수 김영진은 공을 관중석에 던져 버렸다. 승리의 기쁨 반 팬 서비스 반.

그런데 쌍방울 벤치에서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상황이라고 알려 줬고 뒤늦게 장재중은 1루를 향해 달렸다. 삼성 벤치에서도 백인천 감독이 1루로 공을 던지라고 했지만 이미 공은 관중석에. 심판진은 4심 합의를 통해 삼진 선언을 번복하고 타자주자와 누상의 주자에게 2루씩 안전 진루권을 줬다. 결국 최태원의 동점 적시타 등이 터지며 쌍방울이 6-4로 역전승하며 공 하나로 승패가 뒤바뀌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자, 여기에서 심판이 타자주자와 주자에게 2루씩 안전하게 진루할 수 있는 권리를 준 근거는 무엇일까? 야구 규칙 7.05 (g) (1)에는 “송구가 관중석 또는 벤치에 들어갔을 경우” 타자주자를 포함해 모든 주자는 아웃 될 염려 없이 2개의 베이스를 진루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건 그렇고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과 관련해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어느 시점까지 타자가 주루를 시작해도 되느냐는 점이다.

2010년까지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계단을 포함해서) 더그아웃에 타자가 한 발이라도 들여놓기 전까지는 언제라도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인 것을 알고 1루를 향해 뛰어갈 수가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홈 플레이트 주위의 흙으로 덮인 원(Dirt Circle)을 벗어나 벤치 또는 자신의 수비 위치로 가려는 행위를 했다고 심판원이 판단하면 아웃을 선언할 수 있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것은 타자가 삼진으로 처리되며 경기가 종료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뒤늦게 1루로 달리며 경기 진행이 꼬이는 것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변경된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006년부터 규칙을 변경했으며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2007년에 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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