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수
- 신명철 前 스포츠 2.0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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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타자가 친 뜬공을 야수가 노바운드로 잡으면 아웃이라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그런데 야수가 잡기도 전에 심판이 아웃을 선언할 때가 있다. 게다가 그 뜬공을 야수가 놓치더라도 아웃은 변하지 않는다. 인필드 플라이다. 야구 규칙 2.40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돼 있다.
“무사 또는 1사에 주자 1, 2루 또는 만루일 때 타자가 친 것이 플라이 볼(직선타구 또는 번트한 것이 떠올라 플라이 볼이 된 것은 제외)이 돼 내야수가 평범한 수비로 포구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투수, 포수는 물론 내야에 자리 잡은 외야수는 이 규칙의 취지에 따라 모두 내야수로 간주한다. (중략) 인필드 플라이가 선고되더라도 볼 인 플레이다. 따라서 주자는 플라이 볼이 잡힐 위험을 무릅쓰고 진루할 수 있고, 보통의 플라이 볼과 마찬가지로 리터치한 후 다음 베이스를 향해 뛸 수도 있다. 그리고 타구가 파울 볼이 되면 다른 파울 볼과 같이 취급된다.”
볼 인 플레이(Ball in play)는 경기 중에 플레이가 계속되고 있는 상태를 나타낸다. 거꾸로 플레이가 일시 중지된 상태를 볼 데드(Ball dead)라고 한다.
포스아웃 상황에서 주자는 상반된 두 가지 의무를 갖는다. 플라이 볼이 잡혔을 때는 이미 점유하고 있는 베이스를 리터치할 의무가 있으며, 플라이 볼이 노바운드로 잡히지 않았을 때는 다음 베이스로 진루할 의무가 생긴다. 예를 들어 주자 1, 2루에서 3루수가 내야 뜬공을 잡으면 누상의 주자는 베이스로 돌아가서 다음 베이스로 진루할지를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3루수가 놓쳤을 때는 2루 주자는 3루로, 1루 주자는 2루로 나아가야 한다. 즉, 내야 뜬공은 주자에게 상반된 행동을 선택하게끔 강요하는 것이다.
포스플레이(Force play)는 타자가 공을 쳐서 타자주자가 되면서 주자가 베이스의 점유권을 잃게 되면서 발생하는 플레이를 가리킨다. 주자 1루에서 타자가 땅볼을 쳐 타자주자가 되면서 1루 주자의 1루 점유권은 사라진다. 1루 주자는 무조건 2루를 향해 달려야 하며 주자와 타자주자보다 공을 가진 야수가 베이스를 밟으면 포스아웃(Force out)이 된다.
수비수는 주자의 행동에 따라 뜬공을 바로 포구하거나 일부러 원바운드로 잡아서 더블 플레이를 시도할 수 있다. 주자가 베이스를 리터치하면 원바운드로 잡으면 손쉽게 병살. 거꾸로 주자가 진루하면 바로 잡아서 포스 아웃을 시도하면 병살, 혹은 삼중살까지 가능하다. 공격 측이 아주 불리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터. 그래서 1895년에 내야의 손쉬운 뜬공은 포구와 관계없이 아웃이 되는 인필드 플라이 규정이 제정됐다. 당시는 1사 만루와 1사 1, 2루만 이 규칙이 적용되었지만 1901년부터 무사(만루, 혹은 1, 2루)에도 확대 적용됐다.
앞서 본 야구 규칙(2.40)에는 배터리를 포함한 내야수만이 아니라 외야수도 내야수로 간주한다는 대목이 있다. 외야수가 내야수로 둔갑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규칙이 제정됐을 때는 내야수가 잡을 수 있는 타구로 명시돼 있었다. 그러자 이 부분을 악용하는 이가 나타났다. 내야에 플라이 볼이 떴을 때 내야수들을 물러서게 하고 외야수가 재빨리 달려와서 원바운드로 처리하며 더블 플레이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규칙의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그래서 외야수도 위치가 내야면 내야수로 간주하게 됐다.
그런데 이 규정이 추가되면서 더 큰 논란이 일어났다. 바로 인필드 플라이가 선고되는 내야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는 점이다. 베이스라인의 흙까지를 내야로 볼 것인지, 아니면 흙 뒤의 잔디도 내야수의 수비 범위로 볼 것인지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야구는 투포환 등과 달리 심판의 눈과 귀로 판정하기에 인필드 플라이가 적용되는 범위는 심판의 재량에 맡기기로 했다.
그렇다면 내야에 뜬 플라이 볼은 불문곡직하고 인필드 플라이가 될까? 당연히 그렇지가 않다. 조종규 KBO 심판위원장은 “이 규칙의 목적은 고의적인 더블 플레이를 방지하는 데 있다. 야수가 내야에서 편안하게 잡을 수 있는 뜬공이 기준이다”고 밝혔다. 즉, 누구라도 잡을 수 있는 내야 플라이 볼은 인필드 플라이가 선고되며 그 판단은 심판이 한다. 내야에 몇 m로 뜬공은 인필드 플라이라고 명확한 규정이 있으면 좋겠지만 야구에서는 불가능하다. 플라이 볼이 나올 때마다 일일이 줄자로 잴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2010년 5월 12일 롯데와 SK의 사직경기에서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다. 5회 말 1사 1, 2루에서 롯데 이대호가 친 공이 SK 투수 송은범의 머리 위를 낮게 넘어가서 땅에 떨어졌다. 공을 잡은 송은범은 3루에 던져서 2루 주자를 포스아웃시켰고 3루수 최정은 2루로 송구했지만 1루 주자 홍성흔의 발이 더 빨랐다. 아웃카운트만 하나 늘어난 2사 1, 2루라고 생각하는 순간 심판진이 경기를 중단시켰다. 4심이 모여 합의한 결과 2사 2, 3루가 됐다. 어떻게 된 것일까?
이미 이대호의 타구를 1루심이 인필드 플라이로 선언한 것이다. 이것을 몰랐던 2루 주자 손아섭과 1루 주자 홍성흔은 다음 베이스로 뛰었고 송은범이 그 타구를 바로 포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리터치의 의무와 포스아웃의 의무는 사라졌다. 즉, 인필드 플라이로 타자주자가 아웃됐기에 주자를 태그아웃 시켜야 한 것. 그러나 3루수 최정은 손아섭을 태그하지 않고 3루에서 포스아웃하고 2루로 던졌기 때문에 주자가 모두 세이프로 판정된 것이다.
이 상황에 대해 어느 심판위원은 “"타구가 애매했지만 인필드 플라이로 보기는 어렵다. 그냥 내야에 떴다고 인필드 플라이가 아니라 쉽게 잡을 수 있는 플라이 볼인데 1루심이 잘못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인필드 플라이를 선고할 권한은 주심을 비롯해 모든 심판이 동등하게 갖고 있고 한 사람이라도 선언하면 적용된다. 1루심의 선고로 인필드 플라이가 적용됐지만 주자들과 수비수는 물론이고 1루심을 제외한 심판들도 그 사실을 몰라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인필드 플라이 상태에서 태그하지 않은 최정에게는 실책이 주어졌다. 왜 아무런 잘못이 없는 최정에게 실책이 기록된 것일까?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은 “상황에 변화가 있으면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주자 1, 2루가 2, 3루가 됐기 때문에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해서 최정 선수는 억울하겠지만 실책으로 기록된 것이다”고 밝혔다.
번트와 라인 드라이브는 인필드 플라이가 적용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번트는 주자의 진루를 목적으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번트를 댈 때 이미 주자는 다음 베이스를 향해 달린다. 그런 상황에서 공중에 뜬 번트 타구를 바로 잡아서 더블 플레이를 시도하는 것은 수비 측의 정당한 권리로 보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플라이 볼이 파울이 됐을 때는 어떻게 될까?
“파울 라인 근처에 공이 떴을 때 심판은 ‘인필드 플라이 이프 페어’를 선언한다. 페어이면 인필드 플라이가 되고 파울은 그대로 파울이다. 파울이 되면 타자주자가 아웃 되지 않는다.” 이규석 대한야구협회 기술이사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