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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 일꾼, 병정 등 ‘계급’이 존재하는 사회성 동물을 꼽으라면 개미, 흰개미, 벌과 같은 육상 곤충이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만, 해양동물 중에도 계급으로 구성된 사회성 동물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딱총새우이다. | |

딱총새우의 일종(Synalpheus brooksi). 큰 집게발과 작은 집게발을 가졌다. 소총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낸다. <출처: J. Emmett Duf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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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도 계급으로 구성된 사회성 동물이 산다고?
 딱총새우는 몸길이 20-70mm인 소형의 해양무척추동물이다. 몸이 갑옷처럼 단단한 갑각으로 덮여 있고, 열 개의 다리가 있어 갑각강(Crustacea), 십각목(Decapoda)에 속한다. 딱총새우의 제1가슴다리는 큰 집게발과 작은 집게발로 이루어져있다. 큰 집게발을 잃게 되면, 작은 집게발이 다시 큰 집게발로 자란다.
딱총새우는 열대, 아열대, 온대지역의 모래, 진흙, 바위 밑에 산다. 해면동물, 자포동물(말미잘, 히드라, 산호 등), 극피동물(불가사리, 성게 등), 연체동물(조개, 오징어 등), 의충동물(개불 등) 및 어류와 공생하기도 한다. 딱총새우는 알이 부화하면 파도를 따라 바다를 떠다니는 플랑크톤 유생 시기를 거친 후 성체가 된다. 딱총새우의 플랑크톤 유생은 특이하게 생긴 제5가슴다리를 가진다. 길고 뾰족한 바늘 모양의 제5가슴다리는 먹이를 찌르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약 600종 이상이 현재 보고되었으며, 한국에서는 매끈손딱총새우(Betaeus gelasinifer)를 비롯하여 25종이 서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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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딱총새우. 좌로부터 딱총새우, 갯가딱총새우, 긴발딱총새우, 옴발딱총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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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총새우라고 부르는 이유

딱총새우는 적을 위협하거나 먹이를 구할 때, 소총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낸다. 그래서 총 쏘는 새우(pistol shrimp 혹은 snapping shrimp), 즉 딱총새우라는 이름이 붙었다. 딱총새우의 딱총소리는 물속 1km 밖에서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크다. 항만을 감시하는 기관 혹은 해군 등에서 주로 사용하는 수중 소나 시스템을 교란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딱총소리에 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 이전까지 몸길이 70mm도 채 안 되는 소형의 해양 갑각류가 어떻게 강력한 수중음을 만들어 내는지 잘 알지 못했다.
단지, 딱총새우의 큰 집게발에는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는 가동지(movable dactyl)와 전혀 움직일 수 없는 부동지(immovable dactyl)가 있는데, 딱총소리는 가동지의 어금니처럼 튀어나온 플런저(plunger)가 부동지의 깊게 파인 구멍(fossa)에 부딪히면서 나는 소리라 생각했다. | |

딱총새우의 큰 집게발 그림. 가동지에는 플런저가, 부동지에는 구멍이 있다. <출처: Anker 등, 2006, Evolution, 6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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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독일과 네덜란드 연구팀의 연구가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발표되면서, 비로소 그 비밀이 밝혀지게 되었다. 그 연구 결과는 이렇다. 딱총새우(Alpheus heterochaelis)가 큰 집게발을 세게 닫으면, 가동지의 플런저가 부동지의 구멍에 꽂히게 된다. 이때 순간적으로 물이 분사되면서 고압(80kPa)과 고속(25m/s)을 가진 공동현상에 의한 기포(cavitation bubble)가 만들어진다. 기포는 날아가면서 온도가 4700℃까지 올라가고 부피가 최대로 팽창하여 결국 터지는데 이때 강력한 충격파(impulse wave)인 딱총소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딱총새우가 쏜 기포를 맞은 동물은 버블의 고온과 충격파 때문에 순간적으로 기절하거나 죽는다. 딱총새우는 적을 위협하거나 먹이를 사냥할 때, 같은 종끼리 의사소통을 할 때에도 딱총소리를 이용한다. 이렇듯, 딱총새우는 지구 상에서 음파(소리)를 이용해 먹이를 사냥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 |

딱총새우가 소리를 내는 순간을 초고속으로 촬영한 동영상. 공동현상에 의한 기포가 발생했다가 터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출처 : Dr. Michel Versluis, Prof. Dr. Barbara Schmitz, Ms. Anna von der Heydt, Prof. Dr. Detlef Lohse, http://stilton.tnw.utwente.nl/shri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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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총새우의 사회성

딱총새우는 또한 해양동물로는 처음으로, 계급 사회를 이루는 사회성(eusociality)을 가진다는 사실이 밝혀진 동물이다. 1996년 미국의 더피(J. E. Duffy) 박사의 연구 결과다. 지금까지 5종의 딱총새우가 사회성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면동물의 물이 흐르는 수관에 구멍을 뚫고, 무리 즉 군체 (colony)를 이루고 사는 세이마뿔딱총새우류(Synalpheus)에 속하는 종들이다. 사회성을 가지는 세이마뿔딱총새우는 계급에 따라 하는 일이 다르다. 해면의 깊숙한 내부에만 거처하는 여왕새우는 군체의 번식을 담당한다. 보통 여왕은 군체에 한 마리만 있으나 일부 종에서는 복수의 여왕이 있다.
여왕은 군체 내의 다른 계급의 새우와 달리, 몸이 난소로 차 있거나 항상 알을 복부에 품고 있다. 여왕은 페로몬을 분비하여 군체 내의 다른 암컷이 성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게 한다. 여왕을 제외한 나머지 암컷과 수컷은 일새우(worker)다. 군체를 위하여 자신의 번식을 포기한 채, 여왕이 낳은 어린 새우를 키우거나, 병정처럼 큰 집게발을 이용하여 해면의 수관 입구에 나타난 침입자를 물리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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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마뿔딱총새우류(Synalpheus regalis)의 여왕새우. 알을 가지고 있다. <출처: J. Emmett Duffy> |

세이마뿔딱총새우류(Synalpheus filidigitus) 군체. 병정새우가 해면의 침입자를 막고 여왕을 보호하고 있다. <출처: J. Emmett Duff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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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종의 세이마뿔딱총새우류 중, 신알페우스 필리디지투스(Synalpheus filidigitus)의 여왕은 특이하게도 딱총새우의 특징인 큰 집게발 대신 작은 집게발만 두 개 가지고 있다. 사회성을 보이는 다른 4종의 세이마뿔딱총새우류와 달리, 신알페우스 필리디지투스의 여왕은 다른 계급의 새우와 형태학적으로 쉽게 구별된다. 이는 여왕이 해면 내부에만 거처하므로 딱총새우가 적을 공격하고 방어하는데 주로 사용하는 큰 집게발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작은 새우에 많은 신비가 숨어 있다
 딱총새우는 바닷가 연안에서 가장 흔히 만날 수 있는 해양동물 중의 하나이다. 많은 생물학자들이 딱총새우 생태에 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진 결과, 계급 사회를 이루며, 음파를 이용해 먹이를 사냥하는 점 등이 새롭게 밝혀졌다. 그러나 딱총새우가 딱총소리를 정확히 어디에 사용하는지, 딱총새우 유생이 바늘 모양의 제5가슴다리를 왜 가지는지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또, 제1가슴다리 모양이 심하게 변형되어 여러 가지 모양이 생기는 다형현상(polymorphism)과 암컷과 수컷에 따라 제1가슴다리 모양이 바뀌는 성적이형(sexual dimorphism)이 진화학적으로 생긴 원인도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딱총새우 생태는 여전히 많은 신비에 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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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양회정 / 국립과천과학관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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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에서 동물분류학을 전공하였고, 일본의 국립양식연구소(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Aquaculture)와 국립수산대학(National Fisheries University) 및 서울대학교 생명과학학부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았으며,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국립과천과학관 과학교육과에서 생태·환경 교육프로그램 개발·운영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자료 제공 국립과천과학관
출처:네이버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