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의 페토와 통일교의 데칼코마니
2026. 5. 13. 03:05
[탁지일 교수의 이단 제대로 보기] <7>
페토를 설립한 페툴라 굴렌(오른쪽)이 1998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을 방문한 이스라엘 랍비 엘리야후 박시 도론으로부터
꽃병을 선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튀르키예 국영방송인 튀르키예 라디오 텔레비전 공사(TRT)의 인터뷰 요청을 지난 7일 받았다. 튀르키예 정부가 테러조직으로 규정한 페토(FETO·Fethullahist Terrorist Organization·페툴라주의테러조직)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데, 최근 정치권 유착으로 논란이 된 통일교에 관한 취재를 원했다. 인터뷰를 위해 보내준 관련 자료를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튀르키예 페토와 한국의 통일교가 놀라운 유사점을 가지고 있었다.
쿠데타와 정교유착
2016년 7월 15일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유혈 쿠데타의 배후로 페토가 지목됐다. 이슬람 지도자 페툴라 굴렌(1941~2024)이 설립한 페토가 조직적으로 군대, 경찰, 검찰 조직 등에 은밀하게 침투해 왔고, 오랜 기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오던 현 튀르키예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 정권을 전복할 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혐의였다. 쿠데타가 실패로 끝난 후 굴렌은 미국으로 망명해 생을 마감했으며 조직은 내분과 몰락에 직면했다.
한국에서는 2024년 12월 3일 계엄 사태 이후 통일교의 불법적인 정치권 유착 행태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학자의 통일교는 2022년 일본 아베 신조 전 총리 피격살해 사건으로 인한 사회적 논란과 함께 고액 헌금 강요 등을 이유로 일본 법인이 해산됐으며, 3남 문현진과의 후계 다툼에서도 연이은 소송 패소로 점점 수세에 몰리는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한학자는 정치 권력의 힘을 빌려 위기 탈출을 노렸지만, 오히려 불법 정치권 로비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이슬람주의와 반공
페토는 1960년대 냉전 시기를 배경으로 등장했다. 이슬람주의와 반공 이념을 기반으로 반공산주의 투쟁 협회(Associations for Struggling Against Communism)를 설립해 영향력을 확대했다. 통일교도 비슷한 시기 반공과 승공을 내세워 존재감을 키웠다. 군사 정변으로 권력을 장악한 군사정권의 반공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한편, 국제승공협회(國際勝共協會·International Federation for Victory)를 설립해 정치적 기반을 강화했다.
반공은 냉전 시기 전가의 보도였다. 정치적 정통성이 취약한 정치 권력은 충성도 높은 지지자가 필요했고, 종교적 정통성이 부재한 사이비종교는 자신을 보호해줄 강력한 권력자가 절실했다. 통일교는 반공을 전면에 내세워 미국 일본 한국의 보수 우익 정당에 대한 정치적 로비를 진행했으며 튀르키예의 페토는 현 집권당인 정의개발당의 반공 정책을 지지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했다.
거짓말과 위장
페토는 거짓말과 위장을 기본으로 하는 소위 테드비르(Tedbir·예방 조치)라는 이름의 전략을 구사했다. 조직원들은 페토 소속을 감추고 국가 기관에 조직적으로 침투했다. 이들은 공적 직위보다 페토의 계급을 우선시했고, 점조직으로 연결된 아비(Abi·남성 리더)와 아블라(Abla·여성 리더)로 불리는 수만 명의 핵심 조직원을 통해 포교와 조직 관리를 비밀리에 진행했다. 심지어 국가시험 문제를 빼돌려 열성 신도들을 군을 비롯한 공권력 핵심으로 진출시켰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슬람에서 종말 시기의 구원자로 여겨지는 ‘마흐디’와 ‘우주의 이맘’으로 신격화한 굴렌을 따르는 조직원들은 치밀한 위장으로 권력 핵심 깊숙이 진출했고, 힘메트(Himmet·이슬람에서 도움이나 원조의 의미) 시스템을 활용해 신도들의 돈을 기부받았다. 라마단과 같은 이슬람 절기에는 재력가들로부터 거액을 기탁받아 활동 자금으로 사용했다. 통일교는 재림주, 메시아, “6000년 만에 탄생한 독생녀”인 문선명과 한학자의 지시에 따라 영감상법(靈感商法·Spiritual Sales)으로 알려진 종교 사기 판매와 고액 헌금 강요를 통해 자금을 조성했고 이를 통해 정치권 유착을 강화한 후 온갖 특혜를 누려왔다. 이를 기반으로 두 단체 모두 정치 언론 문화 교육 사업 등의 분야에 진출했다.
통일교는 또 문선명이 중매하고 주례한 신도들의 합동결혼식을 통해 ‘참가정(True Family)’이라는 혈연적 지지기반을 구축했으며, 페토 역시 교주와 간부들이 결혼 상대를 정해주는 소위 ‘카탈로그 결혼(Catalog Marriage)’으로 신도들의 이탈 방지, 상호 감시, 통제와 결속력 강화를 시도했다.
종교적 신념으로 결속된 통일교와 페토의 가정과 가족 구성원들은 교주와 조직을 위해 절대적인 헌신과 충성을 제공했으며 자발적 헌금과 기부란 미명으로 금품을 바쳤다. 하지만 이렇게 모아진 돈은 튀르키예와 한국에서 불법적인 정치권 결탁과 로비를 위해 허무하게 허비됐다. 국경과 종교를 가리지 않는 사이비종교의 데칼코마니가 판치는 세상이다.
(부산장신대)
기사원문 : https://v.daum.net/v/2026051303055209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