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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첩장 바로 좀 씁시다

작성자智雲|작성시간10.09.23|조회수601 목록 댓글 0

 

혼인식을 하기로 결정하고 나면 널리 친지들에게 이를 알리기 위해서 청첩장을 보내는데 오늘날의 결혼식 청첩장을 받아보면 문제가 많이 있음을 쉽게 발견한다. 청첩장을 받아보면 온통 혼란 그 자체이다. 보내는 주체가 누구인지 왜 스스로 높이는 존칭을 쓰는지 혼주들이 도대체 뭘 보고 무엇 때문에 청첩장을 보내는지 한 번 곰곰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래서 올바른 청첩장을 보내려는 관심 있는 이에게 혹 참고가 될듯하여 몇 자 적는다.

 

먼저 청첩장을 보내는 주체는 분명히 양가의 혼주가 되어야 한다. 젊은 부부될 사람이 어른들 친구에게 오라 가라고 명령하듯이 할 수 없다. 전체적인 문맥 자체가 크게 잘못되어 있다. 젊은이들이 부모 친구들을 아는 경우도 있지만 모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무례하게 오라고 할 수 없다. 그것도 오늘날 청첩장은 대접할 테니 오시라는 것이 아니라 부조하러 오라는 의미가 강한 강매식 청첩장이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면 신랑 신부가 자기들을 축복해 달라는 축복 구걸형 청첩장이 주종을 이룬다. 바로 이것이 해괴하기 짝이 없는 이유이다. 본래 혼사는 혼주들이 아들딸을 잘 키우도록 도와 준 친인척이나 친지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마련하는 위로와 감사의 잔치자리이다. 이런 이유로 당연히 혼주가 인사장을 써 보내는 식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혼인하는 자기들이 “부디 오셔서 축복해 달라”는 식의 내용을 써서 부모님의 친지들에게 보내서는 안 된다. 어떠한 인사장에서라도 아래 사람이 나이 많은 분들에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새해 인사를 해도 어른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하면 안 되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청첩장은 양가의 혼주들이 그 동안 자식들이 자라는 과정에서 수고하신 많은 知人들에게 잔치자리에 오시라는 정중한 인사장이다. 그에 대해서 초대된 지인들이 답례 인사로서 신랑 신부를 축하하는 것이지 축하하러 오라고 부탁하고 부탁받았으니 가서 축하해 주는 것이 아니다. 이런 원리만 안다면 “와서 축복해 달라”는 청첩 인사가 얼마나 무례하고 오만불손한가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청첩장을 보내는 주체가 누구인지 모르게 써놓고는 양가 혼주의 이름 뒤에 씨나 여사라는 호칭을 넣는 경우도 흔히 보게 된다. 이것은 아주 큰 실례이다. 자칭 혼주들 자신들을 높여 부르기 때문이다.

또 신랑 신부에게도 君과 孃을 써서도 안 된다. 군과 양은 윗사람이 젊은 사람을 막 부르기 곤란해서 약간 높이는 뜻으로 부르는 ‘예사 높임 호칭’이기 때문에 자칭 君과 孃을 쓰는 것은 무례에 가깝다.

 

그리고 주례의 이름 석 자를 써야 한다. 혼인식의 처음과 끝은 주례가 하기에 달렸기 때문에 주례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그러므로 주례를 들러리 정도로 간주하여 주례를 명시조차 하지 않고 자기들 혼인식에 정신이 나가서 예식이 끝나면 주례를 아무렇게나 내팽개치듯 하여 가는지 오는지도 개의하지 않는 것은 무례에 해당한다. 그래서 청첩장을 처음 보낼 때에 주례를 정하고 주례의 이름을 기재해야 하는 것은 주례에 대한 예의이며 혼인식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다.

 

참고로 청첩장에 혹시 결혼식이란 말을 표기할 때는 혼인식이라고 해야지 결혼식이라고 하면 안 된다. 婚은 며느리이고 姻은 사위이므로 며느리와 사위를 맞이하는 예식 곧 혼인식이 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苦言 한 마디. 청첩장은 정말 수고한 분들에게 밥 한 그릇 같이 나누고 자녀 결혼을 축하할 분들에게만 보내야 할 것이다. 모임에서 조금 안 사람, 그저 이웃에서 목례하고 지나는 사람. 직장에서도 말 한마디 잘 건네지 않고 지내는 사람, 3~4년 소식도 없이 지낸 분들에게 남발하는 일은 없어야 될 것 같다. 우리 사회의 청첩장 남발은 이제 폐단의 수준을 넘어 병적 수준에까지 와 있는 것 같다. 특히 지도층 인사들일수록 세를 과시하듯 호화 호텔에서 꽃다발로 수를 놓고 동원한 하객들의 자가용 행렬이 거리를 메워 시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일은 정말 없어져야 할 병폐이다.

 

만석의 부를 500년 동안 유지한 경주 최 부자의 교훈을 좀 곱씹어보자. 시집오는 며느리는 은비녀 이상의 일체의 폐물을 가지고 오지 말 것이며, 종과 똑같이 무명옷을 입어라는 시대를 앞선 겸손과 절제의 혼인예절 교훈이 오늘날에도 필요하지 않을까.

 

또한 축의금 넣은 봉투에는 祝 迎壻(사위 맞이함을 축하함) 또는 祝 迎婦(며느리 맞이함을 축하함)라고 해야지 축 결혼 또는 축 화혼은 어법상 맞지 않다. 축 결혼 또는 화혼은 혼주가 결혼하는 것을 축하하는 것이 되어 이상하기 그지없다. 물론 혼주 없이 하는 결혼 당사자가 혼주가 되어 하는 결혼식이라면 문제가 없다. 굳이 하려면 ‘축 자(녀) 결혼’으로 해야지만 이 또한 번거롭기 때문에 ‘축 영서’ 또는 ‘축 영부’가 무난하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한글로 ‘아드님(따님) 결혼을 축하합니다.’ 또는 ‘새 식구 맞이함을 축하드립니다.’ 라고 하면 좋으리라 본다. 마지막으로 청첩장 양식은 겸손하게 꼭 보낼 분들에게만 혼주 이름으로 다음과 같이 하면 어떨까 싶다.

 

   항상 보살펴 주시는 은혜 감사드리며 새봄을 맞이하며(수확의 계절에 등) 삼가인사드립니다.

  저희들의 장남 ○○과 장녀 ○○이 주례 ○○○ 선생님(간단한 약력) 을 모시고 혼인식을 하고자 합니다.

  다망하신 중이라도 저희들 자녀들의 혼인식에 참석해 주시면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하겠습니다.

                                    신랑부모 ○○○ ○○○ 올림

                                    신부부모 ○○○ ○○○ 올림

 

        ◆ 일 시 : 년 월 일

        ◆ 장 소 : 위치와 약도 (대중교통 이용안내 포함)

 

★★★ 대중교통을 이용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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