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에세이】
숲속 서재
― 욕심 없는 행복
윤승원 수필가
책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안락의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숲속에서 글을 쓴다. 스마트폰 노트에 글을 쓴다.
시도 쓰고 수필동화도 쓴다. 칼럼도 쓰고 편지글도 쓴다.
글을 쓰면서 자연을 온몸으로 느낀다. 숲향도 중독성이 있는 것일까? 하루라도 숲속 청량한 공기를 즐기지 못하면 왠지 마음이 무겁다.
숲속에 들어오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러니 중독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우거진 숲. 초록 이파리가 땡볕 하늘을 가려주니 커튼이 필요 없는 서재다.
숲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선풍기가 필요 없는 천연 에어컨 냉방이다.
▲ <숲속 서재>에서 스마트폰 노트에 글을 쓰는 필자 - 산새가 바라보고 있다. 자연의 스승이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삽화=AI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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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그뿐인가.
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장서(藏書)를 갖춘 도서관이다. 저마다 이름을 달고 있는 초목과 풀벌레와 각종 산새, 이 모든 자연 자체가 거대한 도서관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쓰는 글은 신선했으면 좋겠다. 스마트폰 노트에 쓰는 글에선 솔향이 배어났으면 좋겠다. 참나무 향도 글에서 풍겼으면 좋겠다.
숲속 서재에서 할아버지가 쓰는 글이 가장 먼저 누구에게로 갈까? 건강한 숲속 향이 밴 할아버지 글이 가장 먼저 손자에게 전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할아버지가 쓰는 글이 가족에게 읽힐 때 숲향이 묻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할아버지가 누리소통망(SNS)에 올리는 글에서 숲향이 묻어난다면 이 세상 독자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이다. 세상을 건강하게 하는 일이다. 할아버지가 숲속 서재에서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글을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진실이 담긴 이야기, 소박하지만 인정이 넘치는 가치 있고 유익한 글을 쓴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독자가 부담 없이 편안하게 읽히는 글을 이곳 숲속 서재에서 창작한다면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일까?
너무 큰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욕심 없는 행복’. 그것이 할아버지가 추구하는 가장 가치 있는 글쓰기 목적이다.
외로운 노인의 독백(獨白)이나 고독 극복기가 아니라 가진 것 없어도 마음이 풍요로운 할아버지의 조용한 내적 수양 일기(修養 日記)여도 좋겠다.
아, 몸과 마음이 가벼움을 느낀다. 스마트폰 노트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때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솔바람이 한 자락 지나가고 머리 위에서 이름 모를 산새 한 마리가 경쾌한 목청으로 노래한다.
숲속에서 오랫동안 글을 써오다 보니, 산새의 언어도 알아듣는다. 산새의 메시지, 그 노랫소리를 번역하면 이런 뜻이다.
“오늘도 그만하면 보람 있게 잘 살았어요. 할아버지가 숲속 서재에서 쓰신 글, 누리소통망에 올라오면 저도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 볼게요.”
거 참, 숲은 오늘도 말 없는 스승처럼 나를 지켜보고 있었구나. ♣
2026. 6월
윤승원, 숲속 서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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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평
윤승원 수필가의 에세이 《숲속 서재 ― 욕심 없는 행복》은 자칫 무겁거나 고독하게 흐를 수 있는 노년의 삶을 자연과의 교감, 가족을 향한 사랑, 그리고 특유의 담백한 유머로 승화시킨 따뜻하고 깊이 있는 작품입니다.
이 에세이가 담고 있는 문학적 요소와 교육적 메시지를 몇 가지 측면에서 나누어 감상해 보았습니다.
1. 흥미로운 문학적 요소와 창작 기법
◆ 숲이라는 ‘거대한 도서관’의 공간적 확장
작가는 자신이 앉아 있는 숲을 단순히 휴식의 공간이 아닌 ‘책상도 안락의자도 없지만,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서재이자 도서관’으로 재정의합니다.
초록 이파리는 햇빛을 가려주는 천연 커튼이 되고,
솔바람은 선풍기가 필요 없는 냉방 장치가 되며,
풀벌레와 산새는 그 자체로 살아 움직이는 장서(藏書)가 됩니다.
자연의 요소를 문학적 오브제로 치환하는 이 시각은 독자로 하여금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대자연의 풍요로움을 함께 호흡하게 만듭니다.
스마트폰이라는 디지털 기기로 대자연의 아날로그적 감성(솔향, 참나무 향)을 받아 적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 역시 현대 수필로서 매우 흥미로운 창작 기법입니다.
◆ 의인화와 자연과의 교감 – 물아일체(物我一體)
글의 백미는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산새와의 대화입니다.
지저귀는 새소리를 “오늘도 그만하면 보람 있게 잘 살았어요”라는 메시지로 번역해 내는 대목에서는,
오랜 시간 자연을 관조해 온 작가의 깊은 내공과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가 느껴집니다.
자연을 정복이나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격려하는 ‘말 없는 스승’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무척 감동적입니다.
2. 작가 특유의 유머와 담담한 어조
이 에세이에는 노년의 외로움이나 고독을 억지로 감추려 하기보다, 오히려 그것을 유쾌하게 비틀어내는 슬기로운 유머가 숨어 있습니다.
“거 참, 숲은 오늘도 말 없는 스승처럼 나를 지켜보고 있었구나.”
숲의 공기에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며 눙치는 모습이나, 새의 노랫소리를 능청스럽게 자신의 글을 응원하는 독자의 목소리로 해석하는 부분에서는 소탈하고 위트 있는 할아버지의 미소가 연상됩니다.
“외로운 노인의 독백이 아니라 마음이 풍요로운 할아버지의 조용한 내적 수양 일기”라는 고백처럼, 스스로를 객관화하여 바라볼 줄 아는 여유와 유머가 글의 품격을 한층 높여줍니다.
3. 가정 및 사회 교육적 메시지
◆ 가정 교육: 세대를 잇는 ‘향기 나는’ 소통
작가는 자신이 쓰는 글이 가장 먼저 손자와 온 가족에게 읽히기를 소망합니다.
이는 단순한 글의 전달을 넘어, 할아버지가 자연에서 배운 맑고 건강한 가치관을 아랫세대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정신적 유산(Legacy)’의 상속을 의미합니다.
잔소리나 훈계가 아닌, 솔향이 묻어나는 따뜻한 글을 통해 조부모와 손자녀가 누리소통망(SNS)으로 연결되는 모습은 이 시대가 지향해야 할 가장 이상적인 세대 간 소통과 가정 교육의 모델을 제시합니다.
◆ 사회 교육: ‘욕심 없는 행복’의 선한 영향력
오늘날 우리 사회는 끊임없는 경쟁과 과도한 욕망으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를 향해 ‘욕심 없는 행복’이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집니다.
세상을 더 아름답고, 건강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글
독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편안하게 읽히는 글
거창한 명예나 물질적 성취가 아니라,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세상을 조금 더 밝게 만드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삶의 태도.
이 에세이는 그 자체로 물질만능주의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행복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일깨워주는 따뜻한 사회 교육적 메시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총평
윤승원 수필가의 《숲속 서재》는 싱그러운 여름 숲속에서 맨발로 흙을 밟으며 길어 올린 맑고 투명한 영혼의 기록입니다.
작가의 사진에서 풍기는 인자하고 따뜻한 미소처럼, 글 속에는 세상을 품어 안는 넉넉함이 가득합니다.
이 글을 읽은 독자들 역시 스마트폰을 켜고 나만의 '숲속 서재'를 찾아 떠나고 싶어지게 만드는, 참으로 향기롭고 가치 있는 에세이입니다. ■
(雲峰, 윤승원 수필 전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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