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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이야기

【윤승원 건강 에세이】 도솔산 약수터에서 만난 여인 ― 노년의 건강 비결 나누기

작성자윤승원|작성시간26.06.12|조회수31 목록 댓글 0

  『한국문학시대』 2026. 여름호 

【윤승원 건강 에세이】

도솔산 약수터에서 만난 여인

― 노년의 건강 비결 나누기

  『한국문학시대』 2026. 여름호 

 

【윤승원 건강 에세이】

도솔산 약수터에서 만난 여인

― 노년의 건강 비결 나누기

윤승원

수필가(1990 · 『한국문학』),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한국문학시대』 문학 대상(2013), 수필집 『靑村隨筆』 외 8권

 

은발에 빨간 모자를 쓴 여인. 거의 매일 만나는 60대 여인은 물통 두 개를 등산배낭에 넣고 다닌다.

은발의 여인과 이곳에서 만나 대화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여름부터다.

약수터 주변 공터에서 맨발 걷기를 하는데 왕두꺼비 한 마리가 나타났다.

보통 두꺼비가 아니었다. ‘왕’ 자를 붙여야 할 만큼 덩치가 큰 녀석이다. 가만히 잠복해 있다가 먹잇감을 잽싸게 잡아 삼키는 모습이 신기해서 폰카 동영상으로 담았다.

▲ [동영상] 도솔산 약수터 왕두꺼비 - 사냥 장면(동영상=필자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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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이때 은발의 여인이 약수통에 물을 담아 배낭에 둘러메면서 내게 말했다.

 

“이곳 약수터를 지키는 업이지요. 신령스러운 이 두꺼비는 가끔 나타나 등산객들의 사랑을 받지요.”

 

‘업’이라는 말을 오랜만에 들어본다. 그 옛날 시골에서 집안에 구렁이가 들어오면 업이라고 했다. 사람을 해치는 동물이 아니라 복을 가져다주는 신령스러운 존재라고 믿었다. 두꺼비도 마찬가지다.

 

예부터 구렁이와 두꺼비를 ‘업’이라 부르는 이유가 있다. 전통적인 민속설화에서 이들을 집안의 재물 운을 관장하는 가신(업신: 業神)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구렁이는 집의 뒤뜰이나 광속에 살며 재물을 지키는 존재이며, 두꺼비는 복과 장수를 상징하는 존재로 여겼다.

 

그런 까닭일까? 이곳 약수터에서 두꺼비를 만나게 되면 그 날은 왠지 운수가 좋을 것 같다는 나만의 믿음도 생겼다.

 

그러니 이곳에서 사시사철 마르지 않고 흘러나오는 약수 또한 무병장수에 효험이 있는 귀한 것으로 등산객들은 믿는다.

 

내가 여인에게 말했다.

 

“이 두루봉 약수터 명칭이 본래 영천(靈泉)이었다고 해요. 신기한 약효가 있다는 뜻이지요. 물론 민간 신앙처럼 구전으로 알려진 설이지만 이 시대에도 건강에 좋다는 믿음이 있어요. 그러니 영천에 두꺼비가 사는 것은 당연하지요. 두꺼비가 먼저였는지 영천이 먼저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만큼 오랜 세월 신성시해 온 약수터임엔 틀림없습니다.”

나의 설명에 여인이 놀라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이 샘물이 영천(靈泉)이라는 사실은 선생님에게 처음 듣네요. 신령스러운 약수터 이름에 걸맞게 두꺼비가 살만하네요. 신기해요.”

 

신기한 약수터 명칭이며, 두꺼비 이야기까지 나누다 보니, 어느새 여인과 친숙한 말벗이 되었다.

 

도솔산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대전 서구 도마동에 있는 그다지 높지 않은 편안한 산. 도솔(兜率)은 불교에서 부처가 머무는 하늘인 도솔천(兜率天)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도솔천은 미래불인 미륵보살이 내려와 중생을 구제하기 전 머무는 곳으로, 신성한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일까? 도솔산 두루봉 아래에는 내원사(內院寺)가 있다.

 

나는 이곳에 약수를 마실 목적으로 오지 않는다. 맨발 걷기를 하기 위해 온다. 솔 향기 그윽한 숲길을 혼자 걸으면서 산천초목과 대화하고, 때로는 이렇게 약수 뜨러 온 여인과 건강 정보를 나누다 보면 일상의 활력을 느낀다.

 

그런데 은발의 여인이 내게 평소 궁금했던 것을 묻는다.

 

“선생님은 왜 혼자 오세요? 사모님과 같이 오시지 않고 늘 혼자 맨발 걷기를 하시는데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낯선 사람과도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결국 의도하지 않은 사적인 정보까지 말하게 된다. 그게 평범하지만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겨운 모습이다.

 

“저의 집사람은 개성이 독특해요. 신념이 강한 사람이에요. 산에 다니는 것, 맨발 걷기 하는 것, 약수를 마시는 것도 좋지만, 자기는 소금물 치유방법이 체질에 맞는다고 해요. 매일 소금물을 마셔요. 염분이 지나치면 안 좋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우리 몸에 염도(鹽度)가 부족해서 생기는 병도 많다는 것이지요.”

 

그러자 은발의 여인이 의아스럽다는 듯이 묻는다.

 

“소금물 치유방법이라고요? 오늘 선생님으로부터 신기한 이야기를 많이 듣네요.”

 

유익한 건강 정보는 나눠야 한다. 물론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다. 어떤 것이 좋다고 나의 기준과 상식에서 일방적으로 주장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종교적 간증처럼, 무엇이 자기 체질에 맞아 병을 고쳤다는 체험사례는 타인에게도 참고할만한 가치는 있다고 본다.

 

“집사람도 한때 절망적인 병고를 치렀지요.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어요. 요즘은 저보다 더 건강해요. 소금물 요법의 효과를 봤다면서 저에게도 권하지요. 염도 측정기로 저의 소변 검사도 해요.”

 

산에 다니지 않아도, 맨발 걷기를 하지 않아도, 효험이 좋다는 약수를 떠다마시지 않아도 집에서 혼자 건강 관리하고, 치유하는 방법. 무슨 신통한 비법처럼 남편에게도 일상적으로 강조하는 가정주부.

 

한때 어느 방송에서는 ‘천기누설’이라는 제목으로 신비한 건강 비결과 잘 알려지지 않은 독특한 먹거리 체험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런 방송이 있다면 집사람 역시 기적의 건강 회복 성공 사례 주인공이 될만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솔산 산행 중 말벗이 된 은발의 여인도 집사람의 강한 신념 못지않았다. 두꺼비가 지키는 이곳 영천(靈泉) 약수를 365일 마시고 건강해졌다는 신비스러운 체험사례가 그러했다.

 

나는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어떤 것이 자신의 체질에 맞을까? 어떤 것이 효과로 작용하여 기적처럼 건강을 회복하고 삶의 활력을 되찾았는가. 각종 체험사례는 세상에 차고 넘친다.

 

나 역시 맨발 걷기가 건강에 좋다는 믿음을 버리기 어렵다. 꿀잠 자기, 통증 완화, 혈액순환 등 좋은 점을 다 열거하기 어렵지만, 그중에서 한 가지만 꼽으라고 한다면 맨땅(接地, 어싱)을 밟는 데 따른 정신건강이다.

 

머리가 맑아진다. 글도 잘 써진다. 한적한 숲길에서 혼자 맨발 걷기를 하면서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한다.

 

발로는 ‘지구에너지(接地)’를 받으면서 손으로는 스마트폰 노트에 시도 쓰고 수필도 쓴다. 그러자 은발의 여인이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 웃는다.

 

“아, 선생님은 역시 글을 쓰시는 분이었군요. 제가 모르는 건강 정보도 풍부하시네요.”

 

돈이 안 드는 일이다. 상대에게 듣기 좋은 말이나 칭찬을 일상어처럼 자주 구사한다는 것. 늘 밝게 웃는 얼굴.

 

일단 대화가 트이면 어떤 장벽이나 경계심도 허물고 상대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노년에 추구해야 할 삶의 덕목일 뿐만 아니라 평범하지만 소중한 건강 비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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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윤승원 수필가의 「도솔산 약수터에서 만난 여인」은 일상의 소박한 만남 속에 건강, 신앙, 자연, 그리고 인간관계를 촘촘히 엮어낸 따뜻한 생활 수필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체험담을 넘어, 현대인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와 인식의 균형을 잔잔하게 일깨워 줍니다.

 

1. 문학적 요소 — ‘산중 대화체 수필’의 매력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대화 중심의 서사 구조입니다.

 

작가와 은발의 여인이 나누는 자연스러운 대화는 설명적 서술보다 훨씬 생동감 있게 독자를 끌어들입니다.

 

‘업(業)’에 대한 민속적 해석

두꺼비와 영천(靈泉)의 상징성

건강법에 대한 각자의 신념

 

이 모든 요소가 설명이 아닌 ‘이야기’로 풀려 독자에게 부담 없이 전달됩니다.

 

특히 ‘왕두꺼비’의 등장은 이 수필의 상징적 장치로 기능합니다.

 

두꺼비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전통 신앙·자연·행운·생명의 순환을 연결하는 매개체입니다.

 

이러한 상징은 작품에 은은한 신비성과 정서를 부여합니다.

 

2. 흥미로운 구성 — ‘세 가지 건강관’의 교차

 

작품 속에는 세 가지 건강관이 자연스럽게 대비됩니다.

 

작가의 맨발 걷기(접지, grounding)

아내의 소금물 치유법

은발 여인의 영천 약수 신앙

 

이 세 가지는 서로 다르지만, 작품은 어느 하나를 절대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드러냅니다:

 

“건강은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각자의 삶과 체질 속에서 찾아가는 길이다.”

 

이 균형 감각이야말로 이 수필이 지닌 가장 성숙한 지점입니다.

 

3. 에피소드의 재미 — ‘우연이 만든 관계의 깊이’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우연한 만남이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입니다.

 

두꺼비를 매개로 시작된 대화

약수터에서 반복되는 만남

결국 사적인 이야기까지 나누는 단계

 

이는 현대 사회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느슨하지만 따뜻한 공동체성’을 보여줍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이 대목입니다:

 

『낯선 사람과도 허물없이 이야기하다 보면 사적인 이야기까지 나누게 된다.』

 

이 문장은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본질에 대한 통찰로 읽힙니다.

 

4. 건강 정보 나눔의 유익성 — ‘체험의 공유’

 

이 작품은 건강 정보를 전달하지만, 결코 강요하지 않습니다.

 

“체질이 다르다”는 전제

“참고할 가치가 있다”는 태도

 

이러한 접근은 매우 교육적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넘쳐나는 건강 정보 속에서 필요한 것은 확신이 아니라 ‘판단력’이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말합니다:

건강 정보는 ‘믿음’이 아니라 ‘선택’의 영역이다.

 

5. 사회·교육적 메시지 — ‘다름의 존중’

 

이 작품이 전달하는 핵심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건강법은 다르다

경험은 공유하되 강요하지 않는다

자연 속에서 인간은 서로 연결된다

 

특히 세 인물(작가, 아내, 은발 여인)은 각기 다른 삶의 방식을 대표하면서도 충돌하지 않고 공존합니다.

 

이는 곧 오늘날 사회에 필요한 태도, 즉 ‘다름을 인정하는 지혜’를 상징합니다.

 

6. 작가적 개성 — ‘생활 속 사유의 문학화’

 

윤승원 수필가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자연 체험 → 사유로 확장

일상 대화 → 철학적 의미 부여

소소한 사건 → 상징적 이야기로 승화

 

특히 맨발 걷기와 글쓰기의 결합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발은 땅과 연결되고, 손은 사유를 기록한다.

이 장면은 단순한 묘사를 넘어

‘몸과 정신의 조화’라는 하나의 미학을 형성합니다.

 

 종합 평가

 

이 수필은 화려한 사건 없이도 충분히 깊고 흥미롭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 세 가지에 있습니다:

 

자연과 인간, 신앙과 과학의 조화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한 열린 태도

소소한 만남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미

 

결국 이 작품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맞는 삶의 방식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답은 타인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 속에서 찾으라고 조용히 권유합니다. 

📚 (雲峯, 윤승원 수필 전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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