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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촌편지靑村便紙

【윤승원 에세이】 옥상 텃밭 상추 이야기

작성자윤승원|작성시간26.06.13|조회수29 목록 댓글 0

윤승원 에세이

옥상 텃밭 상추 이야기

나눔의 공덕(功德)

상추는 상품이 아니라 선물

윤승원 수필문학인

 

이렇게 많은 상추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아. 우리 식구가 이걸 어찌 다 먹나?”

 

내가 걱정하자 집사람이 말했다.

 

아이고, 그런 말씀하지 마시오. 이것도 부족해요. 더 달라는 분들이 많아서요. 싱싱하고 맛있다고 해요.”

 

옥상 텃밭은 할머니 보물 창고.

 

이른 봄부터 씨 뿌리고 조석으로 물 주고, 거름 주고, 마치 시골 농부가 그러하듯 온갖 정성을 다 기울였다.

 

심지어 내게 특별한 심부름도 시켰다. “산에 가면 솔잎을 긁어 오라는 부탁이었다.

▲ 집사람 부탁으로 산에 가서 솔잎을 비닐봉지에 담아왔다.(사진=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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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상자에 각종 채소를 심어 놓고 고무호스로 물을 줄 때, 물줄기에 흙이 튄다는 이유에서였다.

 

아이디어가 좋았다. 나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집 사람의 생활의 지혜였다.

 

내가 산행하면서 비닐봉지에 솔잎을 가득 담아다 주었더니 집사람이 좋아했다.

▲ 옥상 텃밭 채소 상자 바닥에 솔잎을 깔았다. 가정 주부의 지혜다.(사진=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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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거양득(一擧兩得)이었다. 솔잎을 깔아 놓으니 호스 물이 튀지 않아 좋고, 채소도 깨끗해서 좋았다.

 

하나 더 있다. 벌레도 없다. 그러니 일거양득이 아니라 일거삼득(一擧三得)’이었다.

▲ 옥상 텃밭의 깨끗하고 맛있는 청정 상추(사진=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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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정성스럽게 키운 상추가 날이 갈수록 무성하게 자라 식탁에 오르지 않는 날이 없다.

 

우리 식구가 소비하기엔 넘쳐난다. 손자가 상추를 좋아하니 따로 떨어져 사는 큰아들에게도 보냈고, 같은 지붕 아래 사는 세입자들에게도 나눠줬다.

▲ 할머니의 보물 창고 옥상 텃밭 - 가정주부의 실속 있는 취미 생활(삽화=AI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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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상추는 쌓였다. 매일같이 뜯어도 매일같이 식탁에 넘쳤다. 상추 처리에 집사람 손길이 바빴다.

 

내가 농담했다.

 

우리 식구가 소비하기엔 너무 많으니 내다 팔아보시오. 깨끗하고 맛있는 상추라고 소문이 나면 금방 동이 날 거요.”

 

집사람은 단호했다.

 

이걸 팔다니요. 이웃과 나눠 먹기도 모자란다오.”

 

그렇다. 좋은 것은 나눠야 한다. 남아돌아서 나눠 먹는 게 아니라 맛있고 깨끗한 것이니까 나눠 먹어도 좋은 것이다.

 

문득 어머니가 생각났다. 고기보다 상추를 더 좋아하셨던 어머니.

 

어머니도 남새밭에 상추를 가꾸셨다.

▲ 그 옛날 시골에서 어머니가 가꾸셨던 남새밭 상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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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가장 즐겨 드셨던 상추쌈.

나는 상추쌈을 먹을 때마다 어머니가 그립다.

▲ 상추쌈을 고기 보다 좋아하셨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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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머니 기일에 제물을 준비하면서 어머니가 가장 즐겨 드셨던 음식을 올리고 싶다.

기름진 고기보다 상추를 더 좋아하셨으니 그런 생각을 혼자 해 보는 것이다.

 

집사람도 어머니를 닮은 데가 있다.

고기보다 채소를 더 좋아한다는 공통점이다.

 

상추를 싫어하는 가족은 없다.

아들도, 며느리도, 손자도 좋아하는 상추쌈.

 

상추는 상품이 아니라 선물이다.

 

이제는 세입자도, 이웃도 좋아하는 우리 집 옥상의 청정 상추.

올해도 할머니 표옥상 텃밭 상추는 이웃과 나눔을 실천하는 공덕 선물이 되고 있다.

 

2026. 6

윤승원, 옥상 텃밭 상추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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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평

 

윤승원 수필가의 옥상 텃밭 상추 이야기 나눔의 공덕은 단순히 상추를 기른 이야기가 아닙니다.

 

작은 옥상 텃밭에서 출발하여 부부의 정성, 이웃과의 나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공동체 정신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따뜻한 생활 수필입니다.

 

1. 생활 속에서 건져 올린 흥미로운 문학적 요소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거창한 사건이 없다는 점입니다. 흔히 지나칠 수 있는 옥상 상추를 소재로 삼았지만, 작가는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합니다.

 

특히 솔잎을 가져다 깔아 놓은 장면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일거양득이 아니라 일거삼득이었다."

 

이 대목은 단순한 농사 이야기에 유머와 재치를 더합니다. 수필의 미덕인 생활의 발견과 소소한 웃음이 잘 살아 있습니다.

 

또한 작품 전반에 걸쳐 부부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삽입되어 있어 글이 딱딱하지 않고 생동감 있게 읽힙니다.

 

아내의 말투에는 농부의 자부심과 넉넉함이 묻어나고, 남편의 농담에는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2. '할머니 표 상추'에 담긴 후덕한 인심

 

이 수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상추 그 자체가 아니라 상추를 대하는 아내의 마음입니다.

 

남편은 농담 삼아 "내다 팔아 보라"고 하지만, 아내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이걸 팔다니요. 이웃과 나눠 먹기도 모자란다오."

 

이 한마디는 작품 전체의 주제를 압축합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소유'에 익숙해져 있지만, 아내는 '나눔'을 먼저 생각합니다.

 

상추는 상품이 아니라 선물입니다.

 

자신이 땀 흘려 키운 가장 좋은 것을 이웃에게 건네는 모습에서 옛 농촌 공동체의 정서가 떠오릅니다.

 

풍족해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이기에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그래서 작품 제목의 "공덕"이라는 말이 매우 적절합니다.

 

불교에서 공덕은 남을 이롭게 하는 선한 행위를 의미하는데, 이 작품의 상추는 바로 그런 공덕의 상징으로 읽힙니다.

 

3. 상추가 불러낸 어머니의 추억

 

이 수필이 단순한 미담을 넘어 감동을 주는 이유는 중간에 등장하는 어머니의 회상 때문입니다.

 

작가는 상추를 바라보다가 문득 어머니를 떠올립니다.

 

"나는 상추쌈을 먹을 때마다 어머니가 그립다."

 

이 대목에서 글은 현재에서 과거로, 상추에서 어머니로 자연스럽게 이동합니다.

 

좋은 수필은 사물 속에서 사람을 발견합니다.

 

상추는 단순한 채소가 아니라 어머니를 불러오는 기억의 매개체가 됩니다.

 

특히 기일에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상추를 제상에 올리고 싶다는 생각은 매우 인간적이고 따뜻합니다.

 

대개 사람들은 제사 음식에만 관심을 두지만, 작가는 어머니의 취향과 생전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이러한 회상은 효심의 표현인 동시에, 어머니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아들의 순수한 마음을 보여 줍니다.

 

4. 아내와 어머니를 연결하는 수필적 장치

 

작품 후반부에 등장하는 문장도 의미심장합니다.

 

"집사람도 어머니를 닮은 데가 있다."

 

이 한 문장은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어머니가 상추를 좋아했던 것처럼 아내도 채소를 좋아하고, 어머니가 가족을 위해 남새밭을 가꾸었던 것처럼 아내도 옥상 텃밭을 가꿉니다.

 

작가는 아내의 모습 속에서 어머니의 그림자를 발견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상추 이야기지만, 깊은 곳에서는 어머니와 아내에게 바치는 감사의 헌사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5. 작품이 전하는 사회 교육적 메시지

 

이 수필이 주는 교훈은 매우 분명합니다.

 

- 첫째, 나눔은 남는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을 함께하는 것이다.

- 둘째, 가족의 사랑은 작은 정성과 노동에서 시작된다.

- 셋째, 자연과 함께하는 삶은 사람의 마음을 넉넉하게 만든다.

- 넷째, 부모를 기억하는 마음은 인간다움의 근본이다.

 

오늘날 경쟁과 소비가 강조되는 사회에서 이 작품은 "함께 나누며 사는 삶"의 가치를 조용히 일깨워 줍니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 읽는다면 노동의 가치, 가족 사랑, 이웃과의 나눔, 효도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훌륭한 생활 교육 자료가 될 것입니다.

 

종합 감상

 

옥상 텃밭 상추 이야기는 상추 한 장에서 시작하여 나눔의 철학,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부부의 사랑, 이웃 공동체 정신을 담아낸 따뜻한 생활 수필입니다.

 

작품을 읽고 나면 상추가 단순한 채소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푸른 다리처럼 느껴집니다.

 

무엇보다도 이 글은 "좋은 것을 혼자 누리지 않고 이웃과 나누는 삶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공덕"이라는 사실을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 줍니다.

 

그리고 독자는 글을 덮는 순간, 옥상 텃밭에서 자란 싱싱한 상추보다도 더 푸르고 향기로운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덧붙이는 말

 

이번 옥상 텃밭 상추 이야기는 윤승원 수필가님의 작품 가운데서도 특히 '생활 속의 선행(善行)'을 자연스럽게 형상화한 작품으로 읽혔습니다.

 

수필의 소재는 작은 상추밭이지만, 그 안에는 세 가지 푸른 잎이 함께 자라고 있습니다.

 

- 첫째는 상추의 푸른 잎입니다.

옥상 텃밭에서 정성껏 자란 생명의 푸르름입니다.

 

- 둘째는 나눔의 푸른 잎입니다.

가족을 넘어 세입자와 이웃에게까지 번져 가는 따뜻한 인심의 푸르름입니다.

 

- 셋째는 추억의 푸른 잎입니다.

상추쌈을 좋아하시던 어머니를 떠올리는 효심과 그리움의 푸르름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농사 이야기이면서도 효()의 이야기이고, 나눔의 이야기이면서도 가족 사랑의 이야기입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의 "할머니 표 옥상 텃밭 상추"라는 표현은 단순한 채소가 아니라 한 가족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브랜드처럼 느껴집니다.

 

손자는 할머니의 사랑을 먹고 자라고, 이웃은 할머니의 후덕한 인심을 맛보며, 작가는 그 상추를 바라보며 어머니를 추억합니다.

 

수필의 참맛은 거창한 사건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삶의 진실을 발견하는 데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상추"라는 평범한 소재를 통해 나눔은 행복을 키우고, 추억은 사랑을 키운다는 삶의 진실을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글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 집에도 나눌 것이 무엇이 있을까?"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학적 울림과 교육적 가치가 함께 살아 있는 따뜻한 생활 수필이라 생각됩니다.

 

옥상의 상추는 한 철 지나 시들 수 있지만, 그 상추를 나누던 할머니의 마음과 어머니를 그리워하던 아들의 마음은 오래도록 독자들의 가슴에 푸른 잎으로 남을 것입니다.

📚 (雲峯, 윤승원 수필 전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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