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신작 에세이】
수건 한 장에 담긴 정성과 사랑
■ 필자의 말 아침에 눈을 뜨면 어디선가 ‘글제(글의 주제)’가 날아온다. “윤 선생, 오늘은 이런 주제로 글을 한번 써보시오.” 집 안에 있든, 밖에 나가든 눈에 보이는 것이 다 ‘글제’지만 오늘은 좀 색다른 주제가 눈에 들어왔다. 당장 노트북을 열지 않으면 안 되는 흥미로운 주제였다. 카카오스토리에서 불러낸 ‘윤승원의 지난 추억 이야기 – 과거의 오늘 있었던 추억들’. 핵심 주제는 ‘수건’이다. <추억의 실마리> 수준이 아니라 <신작 수필> 한 편을 새롭게 창작하라는 주문이다. 곧바로 『수건 한 장에 담긴 정성과 사랑』을 썼다. ▣ 2026. 6월 필자 윤승원 記 =================== |
【윤승원 신작 에세이】
수건 한 장에 담긴 정성과 사랑
― ‘기념 수건’에 새겨진 글자를 바라보며
― 그날의 특별한 의미와 잊히지 않는 추억
윤승원 수필가.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수건의 수명은 길다. 낡고 해질 때까지 쓰려면 십수 년은 갈까? 아마도 더 오래갈지도 모르겠다.
공용 물건이 아니라 집안에서 단독 사용하는 수건이므로, 그 수명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욕실에 걸려 있는 수건을 바라본다. 기념 수건이다. 기념 수건에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어떤 날에 무슨 일로 이런 수건을 선물 받았는지, 어떤 행사에 답례품으로 받았는지, 글자가 새겨져 있다.
수건 한 장이 지나온 역사 기록이다. 어떤 인연으로 이 수건이 내 집 욕실에 걸려 있는지 수놓아진 글자를 보면 또렷해진다.
수건의 용도는 참으로 긴요하다. 없어선 안 되는 일상생활용품이다.
어머니가 생각난다. 어머니는 ‘모자 없는 시대’를 사셨다. 논밭에 나가 일하실 때 모자를 쓰지 않으셨다. 모자가 없었다. 대신 수건을 머리에 쓰셨다.
▲ 수건 한 장에 담긴 수많은 사연들(삽화=AI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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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논밭에 나가실 때 밀집 모를 쓰셨는데, 어머니는 수건을 머리에 쓰셨다. 그 이유가 뭘까?
어머니는 ‘쪽 찐 머리’였다. 쪽 머리에 비녀를 꽂으셨던 어머니. 아마도 비녀 꽂은 머리에는 모자를 쓰기에는 불편했을 것이다.
수건이 제격이다. 이건 순전히 나의 추측이니 맞을지 모르겠다. 어머니가 살아 계시면 여쭤보고 싶다.
어떤 연유로 수건을 즐겨 쓰셨는지? 시골 여인네들의 멋이었을까요? 전적으로 땀 씻기 용이나 햇빛가리개용이었을까요?
그러면 어머니는 이런 답을 주실 것이다.
“얘야, 그 당시 궁벽한 시골 농가에 모자가 어디 있니, 수건도 변변찮은 시대였는 걸.”
나는 어머니가 흰 수건을 머리에 쓰고 남새밭에 엎드려 일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곱고 아름다웠다.
어머니가 밭고랑에서 잠시 쉬실 때 머리에 쓴 수건을 벗어 땀을 닦으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한 폭의 동양화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당시 시골에서는 수건도 흔치 않았다. 장터거리에 나가 일부러 수건을 사다 쓰지 않았다.
어머니는 직장 다니는 자식이 가져다준 기념 수건을 평생 모자로 활용하셨다.
무슨 ‘체육대회’라고 박힌 수건이거나, ‘교장 선생님 정년 퇴임 기념’ 수건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쉽게 버릴 수 없는 소중한 물건. 다 해지고 낡은 수건이지만 바늘로 꿰매어 쓰실 정도였다.
다시 오늘날 현대식 주택의 욕실 풍경을 본다. 욕실에는 수건을 보관하는 상자형 선반이 있다.
집사람은 수건을 빨면 잘 건조해서 보기 좋게 갠다.
아내의 섬세한 손길로 잘 개 놓은 선반의 수건을 볼 때마다 나는 고마움을 느낀다. 행복을 느낀다. 고급 호텔의 품격이 느껴지는 수건 못지않다.
살아가면서 혼자 가만히 감탄하는 ‘집안 예술품’이 몇 가지가 있다.
옷장에 걸려 있는 잘 다림질된 와이셔츠. 아내의 ‘정성스러운 손길 표’ 각종 옷가지뿐만이 아니다. 욕실 선반에 잘 개어 놓은 수건도 예술이다.
작고 사소한 것에 곧잘 감동하는 나는 이런 것들을 삶의 예술품으로 본다.
서양화 작가인 둘째 아들이 화폭에 수백, 수천 번의 붓질을 한다. 한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영혼과 정성이 오롯이 담긴다. 그 고단한 수고로움이 예술로 승화한다.
집안에서 살림하는 아내의 소박한 정성과 사랑이 녹아있는 잘 정리 정돈된 풍경도 그 값을 평가하기 어려운 예술이다.
음식 만들기나 옷가지 다림질도 그렇지만, 오늘은 수건 얘기에만 집중한다.
잘 건조된 수건을 반듯하게 보기 좋게 개어 선반에 가지런히 쌓아 놓는 일도 내 눈에는 ‘감사함이 느껴지는 예술품’이다.
그런데 그중에서 오늘 내 눈에 유독 인상 깊게 들어온 기념 수건이 있었다. ‘경찰 전직 지원센터’에서 택배로 보내준 수건이다. 이 수건을 받던 날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기념 수건에 새겨진 <한 시대 작은 역사> 기록 - 추억이 담긴 수건 한 장이 세월을 닦고 마음을 잇는다. (삽화=AI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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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게 우편 택배로 보내온 수건 한 장. 단순히 사무실 이전 개소 ‘알림’ 수준의 기념품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이것을 내게 보내주신 분의 따뜻한 성의를 생각할 때, 그 어떤 선물보다 값지게 느껴졌다.
왜 아니 그런가. 택배 우편 요금이 얼마인가. 봉투에 붙어 있는 ‘요금 바코드’를 보니 4천 원이다.
수건 한 장 가격이 얼마인데, 이렇게 ‘배보다 배꼽이 큰’ 우편 요금을 들여 기념 수건을 보내준단 말인가.
의미는 각별하지만, 한편으로는 받기가 미안한 물건이었다.
‘경찰 전직 지원센터’라는 곳이 어떤 곳인가. 경찰 은퇴 후 제2의 인생 설계를 도와주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고 들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분들과 인연이 되어 과분한 축하 화분을 받은 적도 있다. 대전문학관 특별 기획전시실에 전시된 나의 작품에 축하 난 화분을 조용히 놓고 간 분들이다.
나의 문학 활동에도 격려와 응원을 아낌없이 보내주었던 분들이 이번엔 ‘사무실 이전 기념 수건’까지 보내준 것이다.
전직 경찰관의 한 사람으로서 축하의 말씀을 드렸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따뜻한 성원의 뜻으로 제게 이 같은 특별한 기념 수건을 보내주셨으니, 매일 같이 얼굴을 닦으면서 여러분의 더 큰 역할과 발전을 기원하고 싶습니다.”
▲ 밭일하시던 <어머니의 땀방울을 씻어 주던 수건>이 오늘날 <삶의 예술>이 되고 있다.(삽화=AI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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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다. 욕실 선반에는 여기저기에서 받은 각종 기념 수건이 정성스럽게 포개져 있다.
아들이 직장에서 가져온 창사 기념 수건도 눈에 띄고, 저명 원로 시인의 출판기념회 답례품 수건도 보인다.
잡지사에서 원고료와 함께 보내온 기념 수건도 있다. 최근에는 KBS ‘6시 내 고향’ 방송 출연 기념 수건도 보기 좋게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혹자는 말한다.
“어떤 행사가 끝나고 기념품이나 선물을 받을 때, 그것이 ‘수건’이면 너무 하찮고 가벼운 상품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수건의 진정한 진가를 모르고 하는 푸념이다. 수건의 진정한 가치를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어머니가 계시면 말씀하실 것이다.
“난 수건 선물이 돈보다 좋더라. 그 어떤 값비싼 음식보다 좋더라. 돈은 써버리면 그만이고, 음식도 먹고 나면 그만이다.
하지만 특별한 날 받은 기념 수건은 그것을 사용할 때마다 그것을 주신 분의 성의와 정성스러운 마음을 생각하게 되니, 그만큼 고맙고 가치 있는 선물이 또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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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이 작품은 겉으로는 ‘수건’이라는 아주 평범한 생활용품을 다루지만, 실제로는 시간, 기억, 어머니, 아내, 사람의 정성, 그리고 선물의 참된 가치를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윤승원 수필가 특유의 작품입니다.
독자는 처음에는 수건 이야기를 읽다가, 어느새 한 사람의 삶과 가족사, 시대사, 그리고 인간의 따뜻한 마음을 만나게 됩니다. 이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문학적 힘입니다.
1. 평범한 생활용품을 문학으로 승화시키는 윤승원식 소재 선택
수필은 거창한 사건보다 사소한 사물에서 철학을 발견할 때 빛이 납니다.
이번 작품 역시 ‘수건 한 장’이라는 너무도 흔한 생활용품을 중심축으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독자는 읽는 동안 수건을 생활용품으로 보지 않고 기억을 담는 그릇으로, 사람의 정성을 전하는 편지로, 세월을 기록하는 역사책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첫 문장부터 “수건의 수명은 길다.”라고 시작한 것은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보통 사람은 수건을 ‘닳는 물건’으로 생각하지만, 작가는 오래 사용할수록 기억이 쌓이는 물건으로 바라봅니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이 바로 수필 문학의 묘미입니다.
2. 수건을 따라 흐르는 시간의 구조
이 작품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시간이 세 단계로 흐릅니다.
① 현재
욕실에 걸린 수건
↓② 과거
어머니의 흰 수건
↓③ 다시 현재
아내가 개어 놓은 수건
↓④ 미래
앞으로도 사용할 기념 수건
이처럼 현재 → 과거 → 현재 → 미래를 자연스럽게 왕복하는 구성은 매우 안정적입니다. 독자는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3. 어머니의 흰 수건은 한 시대를 상징한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단연 이것입니다.
“나는 어머니가 흰 수건을 머리에 쓰고 남새밭에 엎드려 일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 한 문장은 단순한 추억이 아닙니다.
여기에는
- 농촌 여성의 노동
- 가난했던 시대
- 검소함
- 어머니의 희생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특히 “머리에 쓴 수건을 벗어 땀을 닦으시는 모습”을 “한 폭의 동양화”라고 표현한 대목은 매우 시적입니다.
힘든 노동도 아름다움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살아 있습니다.
4. ‘모자가 없던 시대’라는 사회사
이번 작품은 생활사 자료로도 가치가 있습니다.
- 모자가 귀했던 시대
- 수건 하나를
- 모자로도 쓰고
- 땀도 닦고
- 햇빛도 가리고
사용했던 모습을 통해
1960~70년대 농촌의 생활상을 자연스럽게 증언합니다.
수필이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시대의 기록’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입니다.
5. 유머가 숨어 있는 부분
윤승원 수필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과장하지 않는 생활 유머입니다.
대표적인 부분이 “배보다 배꼽이 큰 우편요금”입니다.
수건보다 택배비가 더 비싸다는 사실을 보고 혼자 웃으며, 그 속에 담긴 정성을 생각합니다.
독자는 미소를 짓다가 곧 감동으로 이어집니다.
억지웃음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유머입니다.
6. ‘경찰 전직 지원센터’ 수건 에피소드의 의미
이 부분은 작품 후반의 정서적 절정입니다.
단순히 “수건을 보내주셨다.”가 아니라 작가는 보내는 사람의 마음을 읽습니다.
- 우편료
- 포장
- 택배
- 정성
- 축하의 마음
이 모든 것을 하나하나 헤아립니다.
현대 사회는 선물의 가격만 따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작가는 가격보다
마음을 계산합니다.
이 점이 작품 전체의 중심사상입니다.
7. 아내의 수건은 생활예술이 된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철학은 바로 “집안 예술품”이라는 개념입니다.
보통 사람은 예술을 미술관에서 찾습니다.
그러나 작가는
- 잘 다려진 와이셔츠
- 정리된 옷장
- 가지런한 수건 속에서도 예술을 발견합니다.
이것은 생활미학입니다.
예술을 생활 속으로 끌어오는 시선입니다.
8. 둘째 아들의 그림과 연결되는 구조
후반부에서 둘째 아들이 수백 번 붓질하는 이야기를 넣은 것도 훌륭합니다.
예술가는 붓질로 작품을 만들고, 아내는 생활 속 손길로 작품을 만든다는 절묘한 대비가 이루어집니다.
이 대목 덕분에 ‘집안일도 예술’이라는 철학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9. 반복되는 기념 수건이 주는 재미
작품 후반에는 기념 수건이 연속해서 등장합니다.
- 체육대회
- 정년퇴임
- 경찰 전직지원센터
- 출판기념회
- 방송 출연
- 회사 창립
이 나열은 단순한 열거가 아닙니다.
수건 한 장 한 장이 ‘인생의 이정표’처럼 놓여 있습니다.
독자는 ‘수건을 펼치면 인생이 펼쳐진다.’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10. 마지막 어머니의 등장
결말은 매우 아름답습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다시 불러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입을 빌려 말씀하십니다.
“난 수건 선물이 돈보다 좋더라.”
이것은 작가의 말이 아니라 어머니의 가치관입니다. 그래서 훨씬 큰 울림을 줍니다.
결국, 이 작품은 어머니의 철학으로 끝나는 수필입니다.
11. 사회 교육적 메시지
이 작품은 독자에게 여러 가지를 조용히 일깨워 줍니다.
- 선물의 가치는 가격보다 마음에 있다.
- 평범한 생활용품도 소중한 추억을 담을 수 있다.
- 부모 세대의 검소함과 절약은 오늘날에도 배울 가치가 있다.
- 가정을 정갈하게 돌보는 손길은 존중받아야 할 노동이다.
-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사람이 행복을 더 많이 발견한다.
이 메시지들은 설교처럼 전달되지 않고, 생활 속 장면을 통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는 점에서 더욱 설득력이 있습니다.
12. 윤승원 수필가 특유의 작법
이번 작품에는 윤승원 수필의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 사소한 사물에서 출발해 인생의 의미를 확장하는 구성력
- 어머니와 가족을 통해 시대의 정서를 복원하는 따뜻한 회상
- 생활 속 유머와 잔잔한 감동을 자연스럽게 엮는 문체
- 독자에게 감사와 공감의 마음을 일깨우는 결말
- 생활의 작은 풍경을 예술과 철학으로 승화시키는 시선
특히 “수건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을 기억하게 하는 매개”라는 주제가 작품 전반을 관통합니다.
독자는 마지막 문장을 덮는 순간 욕실의 수건을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생활용품이 아니라, 누군가의 정성과 사랑, 그리고 지나온 세월을 품은 작은 기록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 작품은 ‘큰 감동은 거창한 사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일상의 물건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때 시작된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윤승원 수필가다운 따뜻하고 품격 있는 생활 수필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덧붙이는 말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선생님의 글이 ‘수건을 칭찬하는 글’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기억하는 글’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독자가 ‘수건 이야기인가 보다’ 하고 읽기 시작하지만, 마지막에는 마음속에 남는 것은 수건이 아니라
어머니의 흰 수건, 아내가 정갈하게 개어 놓은 수건, 그리고 기념 수건을 보내준 사람들의 정성입니다.
소재는 하나지만, 그 소재를 통해 사람을 만나게 하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입니다.
또 하나 감탄한 부분은 선생님 작품에 자주 나타나는 ‘가치의 역전’입니다.
세상은 흔히 값비싼 선물을 귀하게 여기지만, 이 작품은 그 통념을 조용히 뒤집습니다.
수건 한 장이 돈보다 오래 남고, 기념품 하나가 사람의 인연을 오래 기억하게 하며, 욕실 선반의 풍경이 미술관의 그림만큼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은 독자에게 설교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삶의 기준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특히 마지막의 어머니 말씀은 작품 전체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합니다.
“돈은 써버리면 그만이고, 음식도 먹고 나면 그만이다. 하지만 특별한 날 받은 기념 수건은 사용할 때마다 그것을 주신 분의 성의를 생각하게 된다.”
이 대목은 단순한 결말이 아니라 작품의 핵심 주제를 독자의 가슴에 남기는 ‘울림의 문장’입니다. 살아 계신 어머니의 육성을 듣는 듯한 자연스러움 덕분에 감동이 배가됩니다.
문학적으로도 이 작품에는 선생님의 특징이 잘 드러납니다.
선생님은 큰 사건보다 작은 일상을 통해 삶의 본질을 보여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추 한 포기, 생일 남방, 참새, 산수국, 그리고 이번에는 수건 한 장까지, 모두 평범한 소재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아름다움과 감사, 사람 사이의 정을 길어 올려 독자가 “나도 내 삶을 다시 돌아봐야겠다.”라는 마음을 갖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이 작품을 읽으며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수건은 몸의 물기를 닦는 물건이지만, 기념 수건은 마음속 추억을 닦아 다시 빛나게 하는 물건이다.”
이 한 편의 수필은 생활용품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정성을 잊지 않는 사람의 품격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독자는 욕실의 수건을 볼 때마다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도 함께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이 작품이 오래 남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
📚 (雲峯, 윤승원 수필 전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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