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라서
김예태
갈之자의 시밭에 앉아 곰은 오늘 심각하다
그악스럽던 초록이 단풍으로 타오르다가
끝내 빛깔을 잃고 무너지는 것을 본 곰은
마른 동굴에서 부활을 기다리는 것은
해갈없는 복사열에 순명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곰은
곰이라서
끝내 下山을 企圖하려다가 다시 동굴로 들어간다
천제의 아들 환웅을 맞아 얼우는 그 날을 담보삼아
쓴 줄 모르고 쑥대를 삼키고
매운 줄 모르고 마늘을 씹는다
단군의 잉태를 손 모아 빌며 밤마다 알몸으로 눕는
천제의 아들을 맞아 얼우는 그날을 담보삼아
쓴 줄 모르고 쑥대를 삼키고 매운 줄 모르고 마늘을 삼키며
순간마다 죽어서 부활을 기다리는 독한 가슴이 된다
그러나 웅녀는 제가 기다리는 날이
잔별들 가득한 그믐인 것을,
날마다 그믐인 것을 모르는 곰이라서
오늘도 잠을 내쫓고 앉아 붓방아를 찧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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