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 김예태
빗방울이 차창으로 뛰어든다
꼬리가 달린 빗방울이 제몸을 못이겨
천길 낭떠러지로 뛰어내린다
흙밭에서 기어 나와
축축한 시멘트 바닥까지 구경 나온 지렁이들
한 마리, 두 마리, 열 마리가 아니다
이파리가 매달릴 때도 있다
투신하는 그룹의 선두에서 본보기가 되어주고
퉁퉁 불은 온몸으로 설움이 과해지면
열 마리, 백 마리 뒤엉켜 집단으로 투신을 한다
올챙이가 된 빗방울이 유리벽을 집고 매달리다가
개골개골개골 울음으로 번져 풀밭을 적신다
한 방향으로 쓰러진 풀들이 모두 엎어져서 울고 있다
버스 안에선
창밖의 풍경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안전벨트에 매달려 단잠이 한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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