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시학상 수상작, 심사평 /
(글)심상운
2014년 제11회 「푸른 시학상」응모작품의 심사를 위해 11월 3일 오후 6시 인사동 한정식집 <장자와 나비>에서 <시문학문인회> 지도위원 심상운, 정연덕, 손해일, 이혜선, 박정원과 김석환 회장이 회동하였다.「푸른 시학상」의 심사규정에 의해 지도위원 중 연장자인 심상운이 심사위원장이 되어 회의를 진행하였다. 심사 대상작품은 본회의 사무국으로 보내온 회원의 시집 10권과 응모작품을 대상으로 하였다. 먼저 예심으로 심사대상 작품들의 시적 성과와 경향을 논의하였는데, 그 과정을 거쳐 최종심에 오른 시집과 작품은 김예태의 『빈집구경』과 <해바라기>외 4편, 허순행의『꽃잎만 붉다』와 <소나기>외 5편이었다. 이들의 응모시편들은 ‘새로운 감각과 발상, 실험의식이 있는 작품’이라는「푸른 시학상」심사 규정에 적합하다고 인정되었다. 그리고 <시문학문인회>의 행사에도 적극 참여하여 회원으로서 결격사유가 없다는 것도 심사위원들이 확인하였다. 그래서 다시 재독과 토론의 과정을 거친 결과 제11회「푸른 시학상」수상자는 김예태와 허순행을 공동수상자로 하자는 심사위원 일부의 의견에 전원의 합의가 이루어졌다. 합의 과정에서 이들은 등단 이후 개성적인 언어 감각을 통해 의식과 무의식이 불연속적으로 교차하는 이미지와 삶의 정서가 조화를 이룬 시편들을 발표하여『시문학』월평에서 평자와 독자의 관심을 집중시킨 바가 있고, 작품의 수준이 안정적일 뿐만 아니라 내면적인 깊이를 더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견해가 반영되었다.
김예태의 응모작품 중「해바라기」는 의식 속의 현실과 무의식 속의 상상이 불연속적인 관계로 몽타주(편집)되어 있다. 이런 기법은 ‘의식의 흐름’과 연결된다. 21세기 한국현대시의 현장에서 이런 시상의 연결 구조를 ‘하이퍼시’의 다선구조라고 한다.
1연의 지하철 의자에 앉아 색종이를 접던 여인의 손에서 피어난 해바라기의 이미지는 2연의 동작 현충원 역에서 여인의 하차로 끊어지는 듯하다가 3연, 4연에서 꽃 같은 색시를 두고 왔다는 젊은 병사들의 절규가 들리는 6.25 당시 베타고지 전투 장면으로 연상의 공간이 이어지고, 5연은 신혼에 소집영장을 받은 남편과 비극적 이별을 하는 영화 <해바라기>의 장면, 6연은 현충원의 묘지에서 나온 병사들이 영화 속의 여자주인공과 기념촬영을 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이 시에서 시인(시적화자)의 역할은 자신의 상상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하고, 독자와 ‘심리적 공동체’를 형성하여 공감의 소통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승전결의 인과적 구조로 어떤 정서나 관념을 독자들에게 의도적으로 전달하려고 하는 전통적인 시와 차별성을 갖는다.「아카시아」에서는 아카시아라는 시니피앙(기표, 소리)이 연상을 통해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1연에서는 아카시아⟶아카샤⟶나타샤⟶카츄샤, 2연에서는 앜 아시아⟶일본의 진주만 폭격⟶이시하라 구둣발소리⟶아카시아⟶아가씨야(일본군위안부), 3연에서는 만주의 백석시인을 찾아 나섰다가 돌아온 나타샤 ⟶시베리아 동토로 떠나간 카츄샤 등의 불연속적인 이미지가 다양하게 전개된다. 그 이미지들은 역사 인식과 개인적인 사랑 등으로 연결되는 이미지의 다선구조를 형성하여 새로운 시적 감각을 일깨우고 있다. 그것은 그의 언어유희가 유희로만 그치지 않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시의 공간을 형성하고, 총체적 현실 인식에까지 이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김예태 시의「해바라기」와「아카시아」가 내포하고 있는 ‘새로운 감각과 발상과 실험의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달무리 또한
(후반부 유실 - 자료를 다시 찾아보겠습니다.)
해바라기 외1편
지하철에 앉아 색종이를 접던 여자의 손가락에서 해바라기가 피어났다
“이번 역은 동작 현충원역입니다”
여자가 주섬주섬 해바라기를 들고 내린다
(햇살 부서져 내리는 강물을 건너와 여자는 어디로 가는 걸까?)
피웅피웅
총알들이 햇살의 레이더망처럼 날아다니고 있다
베티고지* 낙동강 전투에서 승전보를 전하고 쓰러진 병사들이
노란 철모를 벗어 푸른 하늘에 푹 찔러 넣고 무리지어 외치고 있다
“우리는 꽃 같은 색시를 두고 왔슴다”
소피아로렌이 해바라기 가득 핀 들판을 걷고 있다**
묘역에서 걸어 나온 병사들이 해바라기를 배경으로 소피아로렌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6.25때 35명으로 중공군 800여 명을 물리친 최고의 승전 전투지역
** 영화 해바라기의 한 장면-신혼에 소집영장을 받은 남편과 비극적인 이별을 한다
아카시아
아카시아 아카시아
자꾸 부르면 아카샤
아카샤 나타샤 카츄샤
두어라 뽑아라 내쳐라 두어라
TV가 들썩거릴 때마다 연신 뿌리를 내려
마침내 백만 시대①
앜 아시아 앜 아시아
진주만 하늘을 덮으며 폭격기 날아들고
이시하라② 구둣발 소리 아직도 저벅거린다
아카시아 아카시아
다시 불러보니 아가씨야
은장도 날선 칼끝으로 구름을 도려내고
넘실거리는 머릿결로 꿀단지를 안고 돌아온 얀 할머니 플루흐 할머니③
아카샤 아카시아 아가씨야
만주 땅 눈벌을 걸어 백석을 찾아 나섰다가
눈雪물水 조롱조롱 달고 눈雪꽃花 송이송이 피우며 성북동 산허리로 돌아온 나타샤④가
카츄샤의 손을 잡고 시베리아로 떠난다
시베리아의 툰드라 동토층이 녹기 시작한다
① 2012년 재한 외국인의 수가 백만 명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있다
② 일본의 극우파 보스
③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
④ 백석 시인을 사랑한 나타사가 성북동에 길상사를 세우다
달무리
달은 구름을 비추고
구름은 달빛을 받아 화안하고
달은 구름을 비춘 후광으로 빛이 나고
지난 밤 마더 데레사* 밤바다를 건너갔다 환하게 떠오른 달이 겹겹의 어둠을 무동 태우고 빛이 되어 건너갔다
쓰러지고 널브러진 이웃들의 배밀이와 어우렁더우렁 서로 기대면서 고리진 빛무리가 구름밭을 건너갔다
노벨은 데레사를 비춘 빈민굴의 후광 위에 상장을 높이 걸어놓았다
인도는 국장國葬으로 성녀를 배웅하고
교황은 ‘콜카타의 복녀 테레사’의 이름으로 시복하였다
성녀를 따르는 사람들이 제 눈물을 받아 자신들의 영혼을 헹궈내기 시작했다
* 마더 데레사 (1910~1997) 국적은 인도, 평생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했다.
1948년 사랑의 선교회를 창설하여 전 세계적으로 빈민과 병자, 고아들에 헌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