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나루3호
신묘년은 고비 고비 산도 높고 물도 깊었습니다
눈부신 초록은 혈우병 같은 장마에 속절없이 녹아내리고
수태했던 사과나무들도 모두 조산을 했습니다
발바닥에 잡힌 물집이 터지고서야
연평 앞바다는 가까스로 조용합니다
12월
가는 길목에 추위마저 덮칠 때
여기 광나루에서
화톳불 피워 올려 세상을 덥히십니다
눈높이로는 닿을 수 없는 꿈을 뱃길에 띄워놓고
업어주거니 안아주거니 서로서로
가슴 속 물레를 돌리는 인정에 취해
오늘
내 마음은 새처럼 날아오릅니다
어느새 마음의 키를 넘어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광나루 나들목에서 띄우는 광나루3호
한파로 뒤덮인 한강의 물을 녹이며
서해로 나가 마침내
먼 바다로 나가는 뱃길을 열어줄 것입니다.
기상
광나루 ?호
김예태
오늘은 내가 새벽을 깨웠습니다
우물 속보다 깊은 단잠을 흔들어 깨우고
곤드레만드레 취해 있던 컴퓨터도 깨웠습니다
팍팍한 모래땅을 헤매다 들어선
간이역사 같은 지난밤
문득 제야의 종소리 들려오고
황금 돼지 꿀꿀거리며 어둠을 건너오고 있습니다
환승역입니다
낸 내 나는 부스러기 시간들을 구걸하던
무서운 관성의 기차를 바꿔 타니
홀연 몸에서 박하향내가 납니다
이젠 거르지 않고 족욕을 하며
허기졌던 시(詩)밥을 볼따구니 메어지도록 먹고
얼레처럼 풀려가는 시간, 시간 위에
금박별 은박별을 심겠습니다
사람끼리 부대끼며 꽃 피우는 들녘에서
정제된 소금으로 오이지를 담그고
지나가는 여우비에 눈짓도 주겠습니다
꽃눈처럼 와와와 일어날 염문들
어쩐지 올해는 염문조차 두렵지 않습니다
<축시>
기상
오늘은 저희가 새벽을 깨웠습니다.
우물 속보다 깊은 단잠을 흔들어 깨워
오롯이 떠오르는 태양을 받았습니다.
간밤은 유난히 어둠이 길었습니다
가만히 귀 대어 들어보면
온갖 물상들이 소리를 키우며 다가오지만
언어들이 숨은 향방은 쉬이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늘 허기진 공복이며
구멍 난 뼛속이었습니다
돌아오지 않는 식욕은 항상 쓴맛이어서
입 안은 서걱대는 모래알뿐이었습니다
마침내 오늘
낮은 골밀도의 아슬아슬한 걸음으로 과열되었던
어제의 플러그를 뽑아내고
정제된 추억으로 간을 맞춘
<광나루> 맛난 상차림을 끝냈습니다.
묵은 파일을 닫고
볼이 메어지도록 글밥을 나누어 먹기 위해
얼레처럼 풀려가는 시간 위에
지느러미 파닥이는 연을 높이 띄웠습니다
꽃눈처럼 피어나는 기쁨을 나누는
행복한 이 자리를 빛내주시는 내빈들
다시 한번 저희와 함께 축하의 박수를 나눕시다.
뭔가 이상한데 확인을 위해 책을 찾아보고 정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