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데톨라는 정말 아름다운 공주였습니다. 그녀가 열여섯 살이 되자, 왕은 딸을 결혼시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의 생각을 안 아데톨라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버님, 저도 결혼하고 싶어요. 그러나 조건이 하나 있어요. 신랑감은 반드시 저를 사랑하는 사람이라야 돼요.”
“아데톨라, 아무도 사람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단다. 그러나 모든 것을 내게 맡겨라. 너의 미모와 재산 때문이 아니고 진정으로 너를 사랑하는 젊은이를 찾아낼 테니까. 오늘 중으로 신랑감을 구한다는 광고를 널리 내야겠다.”
아름다운 아데톨라의 신랑감을 구한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습니다. 그 다음날 새벽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구혼자의 행렬은 끝이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들 중 부유한 자들은 시종과 노예를 거느리고 공주에게 바칠 값진 선물을 갖고 오기도 했습니다. 구혼자들은 궁전의 안뜰을 가득 메운 채 공주와의 면담을 기다렸습니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갈 무렵에 마침내 공주가 왕과 함께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구혼자들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왕은 환호하는 그들에게 가장 고귀한 젊은이를 공주의 신랑감으로 삼겠노라고 선포했습니다.
첫 번째 구혼자는 금실로 짠 옷을 입은 젊은이였습니다. 그는 공주에게 인사를 하며 값진 선물을 바쳤습니다.
“저는 이 나라에서 가장 부유하다고 일컬어지는 ‘볼라’라고 합니다. 공주님을 진심으로 사모하고 있습니다.”
공주는 볼라에게 치하하고 두 번째 구혼자를 맞이했습니다. 그 역시 많은 선물을 갖고 왔습니다.
오래지 않아 공주의 의자 곁에는 선물이 산더미같이 쌓였습니다. 아데톨라는 아름다운 옷이니 보석 장신구들을 보고 어린아이같이 기뻐했습니다. 기쁨에 취해 나중에는 자기가 신랑감들을 만난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습니다.
자정 무렵이었습니다. 마지막 구혼자가 공주의 앞으로 나왔습니다. 그는 ‘오페’라고 하는데, 먼 시골에서 온 젊은이였습니다. 그는 우연히 도시에 왔다가 공주의 결혼 얘기를 들었습니다. 공주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던 참이어서, 부랴부랴 옷을 사입고 왕궁으로 뛰어온 것이었습니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겨 준 세 개의 금팔찌를 선물로 갖고 왔습니다. 아름다운 공주의 시선을 받자 오페는 당황하였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공주에게 선물을 주면서 그가 말했습니다.
“이 보잘것없는 선물을 받아 주십시오. 이렇게 가까이서 공주님을 뵌 것만으로도 저는 행복합니다. 이 세 개의 팔찌는 사랑, 기쁨, 그리고 생명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마지막 구혼자가 물러가자,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구혼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보여 준 우리 딸에 대한 사랑과 존경에 대해 감사하오. 오늘은 이미 밤이 깊었으니, 물러가 기다리시오. 내일 아침 밝은 햇빛 속에서 나의 결정을 발표하겠소. 왜냐하면 아데톨라 공주는 빛과 따스함과 인자함의 여왕이 되어야 할 터이니.”
구혼자들이 물러나자, 왕은 딸에게 누가 제일 마음에 들었느냐고 물었습니다.
“아, 뭐가 뭔지 통 모르겠어요. 그 많은 사람들 중 누가 저를 진실로 사랑하는지 어떻게 알겠어요?”
“걱정할 것 없다. 이 아비가 결정을 내려 주마. 내일 중으로 제일 진실된 젊은이를 너와 결혼시킬 테다.”
왕은 이 말을 하면서 제일 부유한 구혼자였던 볼라를 생각했습니다.
아버지에게 결정을 맡긴 아데톨라 공주는 피곤한 탓에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그날 밤 공주는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오래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나타나 그녀에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너에게 좋은 방도를 알려 주마. 구혼자들에게 네가 밤 사이에 죽었다고 말하게 하라. 그후에 그들의 행동을 보면 누가 진심으로 너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을 거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아데톨라는 문득 간밤에 꾼 꿈이 생각났습니다. 그녀는 급히 아버지에게 달려가 꿈 얘기를 하였습니다. 딸의 얘기를 듣고 한참 동안 생각하던 왕은 “저승 세계로부터 온 조언을 무시해서는 안 될 거야. 그 충고를 따르기로 하자.”하고 말했습니다.
아데톨라는 그녀의 침실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리고 왕은 상복으로 갈아입고 구혼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궁전 안뜰로 나갔습니다. 상복을 입은 슬픈 표정의 왕을 보자 그들은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모두들 불길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왕이 입을 열어 말했습니다.
“아데톨라 공주는 어젯밤 죽었느니라!”
젊은이들 사이에서 약간의 술렁거림이 있었습니다. 모두들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있을 때, 왕은 다시 한번 아데톨라의 죽음을 얘기했습니다. 그러자 젊은이들의 얼굴에는 짙은 실망의 빛이 서렸습니다.
‘끝났어. 꿈에서 깨어나자. 결혼 축제도 없고 (나는 – 옮긴이 아사달. 아래 “옮긴이”) 왕이 될 수도 없어.’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갑작스러운 공주의 죽음이 준 충격에서 깨어난 그들은 왕 앞으로 몰려왔습니다. 그들 중(가운데 – 옮긴이) 볼라가 대표로 말했습니다.
“공주님이 돌아가시다니 정말 믿어지지 않습니다. 어저께만 해도 우리들의 선물을 받고 기뻐하시던 분이 오늘은 죽음의 나라에 있다니요. 그러나 인생은 계속되는 것이지요. 이제 아데톨라 공주님과 결혼할 수 없게 되었으니, 제가 드린 결혼 선물을 돌려주십시오. 제게는 큰 재산이니까요. 그리고 임금님께는 (그것이 – 옮긴이) 소용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때 왕은 속으로 (사윗감으로 – 옮긴이) 점찍어 놓았던 볼라의 참된 인간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욕심꾸러기.’ 왕은 속으로 경멸하며 그 전날 공주가 받았던 선물을 모두 가져오게 했습니다.
“자, 너희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선물했던 것을 다시 가져가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구혼자들은 선물더미에 덤벼들었습니다. 자기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싸워대는 무리들을 바라보던 왕에게 한 젊은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과 달리 멀찍이 떨어진 채 홀로 서 있었습니다.
왕은 그에게 가서 물었습니다.
“젊은이는 왜 저들처럼 선물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가?”
그는 생각에 잠긴 듯한 슬픈 어조로 말했습니다.
“임금님, 어찌 제가 사랑하는 분께 드린 선물을 다시 찾을 수 있겠습니까. 이곳에 모인 이들 중에 제가 제일 가난하고 또 저의 선물이 저에게는 전 재산이라 할지라도 저는 그것을 되돌려 받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면 제가 사랑하는 공주님에 대한 모욕이 될 것 같아서입니다. 소원(바람 – 옮긴이)이 있다면 공주님께서 그 세 개의 팔찌를 죽음의 나라에 차고 가시는 거지요.”
“물론이지, 젊은이!”
왕은 기뻐하며 상복을 찢었습니다.
“아데톨라는 살아서 자네의 팔찌를 낄걸세. 공주는 죽지 않았어! 그리고 자네는 이제 공주의 남편일세!”
이 말에 그 가난한 젊은이는 너무나 기뻐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데톨라 님은 살아 계신다. 공주님은 돌아가시지 않았어!”
다른 구혼자들은 왕이 돌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왕은 시종에게 빨리 공주를 모시고 오라고 분부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 가난한 젊은이의 손을 잡고 옥좌로 갔습니다.
“모두들 와주어서 고맙소. 어저께만 해도 나는 가장 부유한 볼라를 공주의 남편으로 점찍었었지. 그러나 지금 나의 결정은 달라졌소. 여기 있는 이 젊은이는 가난하지만 내 딸 아데톨라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오. 그가 아데톨라와 결혼할 사람이오.”
이때 아데톨라가 나타났습니다. 그녀는 진주와 보석으로 수놓은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옆에 서 있는 젊은이를 보자 그녀의 가슴은 높이 뛰었습니다. 꿈속인 양 아데톨라는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아데톨라, 여기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젊은이가 있다. 그는 너의 재산이나 미모를 사랑한 것이 아니고 너의 마음을 사모했다. 너의 남편이 될 이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라. 그는 후에 나의 왕위를 계승할 것이니라.”
아데톨라와 오페는 서로 손을 잡고 기뻐했습니다. 이내 결혼식이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축하의 북소리는 깊은 밤까지 울려 퍼지며 공주의 결혼을 알렸습니다. 그 후 두 사람은 깊이 사랑하며 살았습니다. 아데톨라는 남편의 결혼 선물이었던 세 개의 금팔찌를 일생 동안 차고 있었습니다.
- 『 바보 마을의 영웅 』 ( 작은 제목 < 아프리카 민화집 >. ‘송미루’ 편역, ‘(주)창비’펴냄, 2008년 )에서
- 음력 5월 9일에, 아사달이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