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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경도 놀이판 |
■ 종경도ㆍ 승경도ㆍ 종정도(從政圖)
종경도 놀이는 조선시대 양반집 자제들이 즐겨 놀았던 실내놀이로 주사위를 던져 점차 벼슬을 높여가는 놀이 형태이다. 일반적으로 승경도(陞卿圖)놀이, 종정도(從政圖)놀이라고 하는데 기산의 그림에는 종경도놀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성현의 [용재총화]에 의하면 이 놀이의 기원은 정승 하륜이 중국의 것을 본따 만들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종경도란 [벼슬살이하는 도표]란 뜻인데 당시 양반집 자제들이 이 놀이를 통하여 복잡한 관직체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또한 향학심을 길렀던 것이다.
종경도 놀이에 필요한 도구는 종경도판을 비롯하여 종경도알, 윤목(輪木)이 필요하다.
종경도판은 보통 길이 1~2m, 너비 1~2m 정도 되는 종이에 전체 면적의 ¾에 300여 개의 칸을 만들어 관직명을 기입한 것이다. 이 때 도판의 사방에는 9품부터 1품까지 지방과 중앙의 다양한 벼슬 품계가 그려져 있고, 바깥쪽으로 외직인 8도의 감사, 수사, 병사, 주요 고을의 수령을 배치하였다. 대개 4분의 3정도만 관직을 표시해 두고, 나머지는 놀이의 규칙을 기입해 둔다.
그러나 모든 관직명을 종경도판에 기입하기 어렵고 또 벼슬의 수가 너무 많으면 놀이가 지루해질 염려가 있어 도표의 크기에 따라 주요 관직만을 적당히 배치하기도 한다. 참고로 우리가 사용하는 종경도판은 가로 60㎝ 세로 72㎝의 규격에 140개의 칸을 만들어 주요 관직만을 적은 간략한 것이다.
종경도알은 길이가 한 뼘 정도이고 굵기가 3㎝ 정도로 마치 장기 알과 같이 다섯 마디의 각을 네고 그 마디마다 1에서 5까지의 눈금을 새긴 것이다. 종경도알은 일정한 형태가 없으며 어떤 것이라도 좋으나 구별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색깔을 달리하였다.
나무 주사위(輪木)는 길이 16cm 정도에 5각형의 각 면에 숫자가 쓰여 있는데, 보통 1부터 5까지 써 넣는다. 때에 따라 면의 숫자에 따라 4, 또는 6까지의 숫자를 써 넣기도 한다. 글자의 숫자에 따라 벼슬이 단계적으로 올라가게 되며, 누구든지 중앙의 영의정에 오르는 사람이 이기게 된다.
한편 글자를 쓰는 경우도 있는데, 6가지 글자 중에서 덕(德)과 재(才)는 벼슬이 올라가고, 연(軟)과 탐(貪)이 나오면 파직이 되어 벼슬을 그만 두게 된다. 그 외에 근(勤), 감(堪) 등의 글자도 나온다.
처음에 나오는 숫자를 ‘초부’(初付, 처음 하는 벼슬)라 하는데, 숫자가 5가 나오면 ‘문과’, 4는 ‘은일’, 3은 ‘무과’, 2는 ‘남행’, 1은 ‘군졸’이 된다. 따라서 숫자가 높게 나올수록 좋다. 여기서 ‘은일’은 산야에 묻혀서 공부만 하다가 조정의 초청을 받아 벼슬길에 오르는 경우를 말하며, ‘남행’은 과거에 붙지 못한 채 벼슬살이를 하는 경우, ‘군졸’은 군대에 들어가서 복무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렇게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숫자나 글자에 따라 벼슬이 올라가거나 내려가게 되어 있다.
이런 종류의 놀이는 중국의 당나라부터 이후 송과 명나라에 이어지며 성행하였는데, 조선시대에 양반 사대부들이 중국의 놀이를 모방하여 이 놀이를 만든 것으로 여겨진다. 성현의 『용재총화』에는 이 놀이는 14c 말∼15c 초에 하륜이 만들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 기산의 그림 종경도 놀이 그림 | |
종경도놀이는 독일의 함부르크민속학박물관과 프랑스 기메박물관에 소장된 그림에서도 나타나는데, 그림에는 ‘종경도 치는 모양’이라 설명되어 있으며, 독일의 그림에는 말이 4개 있는 것으로 보아, 4인의 양반이 놀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놀이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도포를 입고 있으며, 2인이 탕건을 쓰고 있고, 나머지 사람들은 머리에 유건을 쓰고 있다. 옆에는 갓을 쓰고 담뱃대를 물고 있는 한 사람이 관전을 하고 있다. 따라서 신분이 모두 양반층임을 알 수 있다. 프랑스 그림도 유사하지만 3인이 놀이를 한다는 점이 다르다.
놀이에 참가하는 인원의 수는 4∼8명이 적당하며 영의정에 먼저 도달하는 사람이 이기게 된다. 놀이 방법은 지역이나 판에 따라 틀리나 우리 안동에서 실행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우선 순번에 따라 유학에서 윤목을 굴러 나오는 끗수에 따라 출신을 결정한다
2) 출신이 결정되면 이에 따라 각 색의 말을 나누어 가진 다음 각자 윤목을 굴려 나오는 끗수에 따라 벼슬을 시작한다
3) 놀이의 승패는 보통 중앙의 영의정이 먼저 되는 사람이 승리하지만 종경도판에 따라 봉조하에서 퇴직하거나 봉조하 이후 임금이 하사한 안석과 지팡이(사궤장)를 받고 명예롭게 퇴직하면 이기도록 한 방법이 있는데 우리 안동의 경우에는 후자에 해당한다.
4) 종경도에는 양사법이나 은데법과 같은 여러 가지 규칙이 있다. 양사는 사헌부와 사간원을 말하는데 이 벼슬에 있던 사람이 윤목을 굴려서 미리 규정된 수, 즉 2이면 2, 3이면 3이 나오면 이 사람이 정한 상대방은 움직이지 못하며 다시 상대방은 미리 정해진 다른 수가 나와야 만이 움직일 수있다.
은대법은 승정원의 벼슬에 있는 사람이 미리 정해진 수가 나오면 당하(정삼품 이하)에 있는 모든 사람은 자기가 굴린 수를 모두 이 사람에게 바쳐야 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가 놀이에 사용할 이 종경도 판에서는 양사법과 은대법과 같은 규칙은 적용되지 않고 정언, 대사헌, 대사간 등의 직책과 대제학과 도원수 같은 직책에 특별한 규칙을 두어 놀이에 변화와 재미를 죄한 점이 특이하며, 그 규칙은 아래와 같다.
① 정언의 벼슬에 오른 이후에 세 차례 윤목을 굴릴 동안에 좌윤 위의 벼슬을 얻지 못하면 도일년(곤장 60대)이다.
② 대사헌의 벼슬에 오른 이후에 세 차례 윤목을 굴려 영의정 위의 벼슬을 얻지 못하면 안치(安置)된다.
③ 대사간에 이른 후에 세 차례 동안 윤목을 던져 이조판서 위의 벼슬을 얻지 못하면 원찬(멀리 유배시킴)이 된다.
④ 대제학에 이른 후에 세 차례 동안 윤목을 던져 영의정 위의 벼슬을 얻지 못하면 유삼천리(삼천리 밖으로 유배) 시킨다.
⑤ 도원수에 이른 사람이 세 차례 동안 윤목을 던져 내직의 벼슬을 얻지 못하면 파직된다.
허니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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