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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고음을 연속으로 불러야 하는 소프라노나 테너에 비하면 베이스는 노래하기가 훨씬 쉬울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답니다. 타고난 음역이 낮더라도 성악적인 훈련을 통해 조금 더 높은 소리를 내는 것은 대체로 가능합니다. 그러나 원래 타고난 음역보다 낮은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점잖게 생긴 베이스 가수가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자라스트로의 아리아 최저음에 성공적으로 이를 때면 그 깊고 중후한 저음에 절로 감탄하게 됩니다. 그 최저음을 온전히 내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하는 자라스트로도 흔하거든요.
가장 낮은 음역인 베이스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베이스(bass)라는 영어 단어는 이탈리아어로는 ‘바소 basso’라고 부르는데요, ‘깊다’는 뜻을 지닌 이 단어는 원래 ‘굵은’ 또는 ‘낮은’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단어 ‘바수스 bassus’에서 파생되었습니다. 그러나 학자에 따라서는 이 단어가 고대 그리스어 또는 라틴어에서 ‘기초’ 또는 ‘토대’를 뜻하는 ‘바시스 Basis’에서 왔다고도 말합 니다. 프랑스어로는 ‘바스 basse’, 독일어로는 ‘바스 Bass’라고 적습니다. 베이스는 현악기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콘트라베이스의 줄임말로 쓰이기도 하고, ‘베이스 오보에’, ‘베이스 클라리넷’, ‘베이스 트롬본’, ‘베이스 튜바’처럼 한 종류의 악기 가운데 가장 낮은 소리를 내는 악기의 명칭으로도 쓰입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성악의 베이스 음역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습니다.
베이스의 음역과 주요 배역
두 번째 옥타브의 ‘미(E2)’부터 가운데 도 바로 위의 ‘미(E4)’까지입니다. <하버드 음악 사전>은 이와 조금 다르게, 베이스 음역을 ‘미(E2)’에서 ‘가운데 도(C4)’로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 오페라 가수의 경우 가장 낮은 소리를 내는 베이스의 최저음은 가운데 도 아래 두 번째 옥타브의 ‘도(C2)’까지도 내려가고, 가장 높은 소리를 내는 베이스는 가운데 도 위의 ‘라(A4)’까지 내는 경우도 있습 니다. |

구노 [파우스트] 중 메피스토펠레스를 연기하고 있는 베이스바리톤 브린 터펠. 메피스토펠레스는 리릭 베이스바리톤의 특성을
가진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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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소 칸탄테 (basso cantante)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선율을 노래하는 데 적합한 베이스를 바소 칸탄테 또는 리릭 베이스바리톤 또는 하이 리릭 베이스라고 부릅니다. 베이스바리톤(bass-baritone)이라는 개념은 ‘일반 베이스보다 상대적으로 음역이 높은 베이스’를 가리키거나 ‘일반 바리톤보다 음역 은 약간 낮지만 음색 면에서 바리톤의 특성을 보이는 베이스’를 지칭합니다. 이런 베이스바리톤 가운데 좀 더 묵직하고 드라마틱한 역할 을 노래하는 가수들은 ‘드라마틱 베이스바리톤’에, 그리고 그보다 가벼운 베이스바리톤은 ‘리릭 베이스바리톤’에 속하게 되는데요, 후자 는 다른 말로 ‘하이 리릭 베이스’라고도 부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글자 그대로 ‘노래하듯이’ 유연하고 아름답게 부른다는 뜻으로 ‘바소 칸탄데’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벨리니 [몽유병자] 중 로돌포 백작, 구노 [파우스트]의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의 철학자 돈 알폰소, [돈 조반 니]의 하인 레포렐로, 베르디 [나부코]의 제사장 자카리아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바소 칸탄테의 대표적인 가수로는 에치오 핀차, 루제로 라이몬디, 새뮤얼 래미, 체자레 시에피, 요세 반 담, 일데브란도 다르칸젤로 등이 있습니다.
베이스바리톤의 배역은 보로딘 [프린스 이고르]의 타이틀 롤, 바그너 [파르지팔]의 마법사 클링조르, [니벨룽의 반지]의 최고신 보탄, 베버 [마탄의 사수]의 카스파르 등입니다. 그리고 이들 배역을 탁월하게 소화한 가수들로는 테오 아담, 한스 호터, 보리스 크리스토프 를 들 수 있습니다. |

희극 캐릭터로 유명한 도니체티 [사랑의 묘약] 중 약장수 둘카마라. 바소 부포의 대표적 배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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