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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작품 해설

베토벤 -교향곡 제7번

작성자황만순|작성시간10.11.19|조회수419 목록 댓글 0

 

그토록 역동적이고 열광적인 [교향곡 제7번]을 작곡한 바로 그 베토벤이 이렇게 고전적인 교향곡을 작곡했다고?

베토벤의 [교향곡 8번]을 들으면서 항상 떠오르는 질문이다. 베토벤은 [교향곡 7번]을 완성한지 6개월이 지난

1812년 10월에 내놓은 [교향곡 8번]에서 마치 과거에 대한 향수에 젖기라도 한 듯 3악장에 제대로 된 미뉴에트를

써넣는가 하면 중간 중간 하이든 풍의 유머를 구사하기도 한다. 대체 이토록 전혀 다른 성격의 [교향곡 7번]과

[8번]을 거의 연달아 내놓은 베토벤의 속셈은 무엇이었을까!

 

대중적인 인지도로 해보았을 때 베토벤의 [교향곡 제8번]은 [제7번]에 비해 인기가 없다. 대부분의 지휘자들은

청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며 압도적인 연주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제7번]을 선택하지 옛 양식으로 되돌아간 듯한

[제8번]을 연주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회가 아닌 이상 베토벤 [교향곡 8번]을

일반적인 관현악 연주회에서 듣기란 쉽지 않다. 이런 사정은 베토벤 당대에도 마찬가지였다. 베토벤의 [교향곡 8번]

이 1814년 2월 27일에 초연되었을 때에도 <일반음악신문>의 평론가는 “이 작품은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

다”고 평해 베토벤을 화나게 했다. 

 

과거 양식으로의 회귀를 가장한 ‘대담한 진보’

 

하지만 베토벤 자신은 교향곡 제8번을 더 사랑했다. 누군가 베토벤에게 [교향곡 제7번]이 [제8번]보다 더 인기 있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그는 “제8번이 더 낫기 때문이야”라 답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교향곡 8번]을 자세히 들으며 이 음악의 매력을 발견한 사람이라면 그 기막힌 반전과 풍자에 혀를 내두르게 될 것이다. 이 교향곡 속에 숨어있는 어마어마한 혁명을 발견해낼 수 있는 음악애호가라면 베토벤의 [교향곡 제7번]보다 [제8번]을 더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

 

[교향곡 제8번]을 완성한 후 12년 동안 교향곡 분야에서 아무런 작품을 내놓지 않은 베토벤은 1824년에 인간의 목소리가 들어간 대작 [교향곡 제9번]을 작곡했다. 교향곡에 성악이 들어가는 [제9번은 교향곡]의 성격을 바꾸어놓았다는 면에서 진정으로 혁명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교향곡 제8번]은 겉보기에도 순수한 기악 교향곡일 뿐 아니라 형식상으로도 하이든과 모차르트가 세운 틀을 간직하고 있는 교향곡이기에 베토벤이 마지막으로 완성한 ‘정상적인’ 교향곡이며 그다지 혁명적인 것 같아 보이지 않는 교향곡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베토벤의 [교향곡 제8번]은 ‘과거회귀’를 가장한 대담한 ‘진보’다. 베토벤은 지극히 정상적으로 보이는 이 교향곡 속에 앞으로 그가 추구하게 될 새로운 길을 은근히 암시하고 있다.


베토벤은 [교향곡 8번] 속에 유머와 대담한 풍자,
반전의 아이디어를 집어 넣었다. <출처: wikipdedia>

 

 

 

고전파 음악을 풍자하는 베토벤의 도발적 시도


베토벤은 [교향곡 8번]에서 교향곡 1악장으로서는 드물게 춤곡 풍의 3/4박자로 설정하고 서주 없이 곧바로 주제를 제시한 후

떠들썩하게 전개시킨다. 언뜻 들으면 [교향곡 제7번]만큼 광포한 느낌은 없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간혹 음악적인 희열이 지나

쳐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발전부에서 재현부로 들어가며 다시 주제를 환신 있게 재현해야하는 부분에서도 분위기

가 지나치게 고조되어 중요한 제1주제의 선율이 어설프게 들린다. 그래서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구스타프 말러는 후에 이 부분

의 오케스트레이션을 개정해 주제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주제의 성격을 모호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베토벤의

본래 의도인 지도 모른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고전주의 음악을 풍자하려 했으리라.


베토벤은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느린 악장에서 위대한 음악성을 드러내곤 했지만 이 교향곡에선 느린 악장을 쓰지 않았다.

느린 악장이 들어가야 할 2악장의 자리에 그는 위트 넘치는 음악적 농담을 선사했다. 메트로놈을 발명한 멜첼에게 감사를

표하려는 듯, 목관악기들은 똑딱거리는 메트로놈의 단조로운 16분 음표 음형을 반복한다. 여기에 현악기들이 귀여운 멜로디

를 연주하며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미뉴에트로 대체된 스케르초 악장

 

베토벤은 [교향곡 제1번]에서 이름뿐인 미뉴에트를 작곡한 것을 제외하고는 교향곡의 3악장의 미뉴에트를 스케르초로 대체해왔다. 그런데 교향곡 제8번에선 그 자신에 의해 다시 미뉴에트로 되돌아왔다. 그렇다고 해서 베토벤은 과거 음악에 대한 향수에 젖었다고 생각하면 큰 오해다. 이상하게 비틀린 악센트와 과장된 듯한 제스처로 가득한 이 음악을 들어보면 베토벤이 마치 거대한 가발을 쓴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옛 궁정악사들을 조롱하는 듯하다. 귀족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강요할 수 있을 만큼 당당해진 자유음악가 베토벤은 이 미뉴에트를 통해 과거의 음악을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4악장에서 베토벤은 빠른 속도와 거친 유머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 바이올린이 벌이 윙윙거리듯 빠른 음표들을 연주하면 곧 플루트와 오보에가 맞장구를 친다. 웬일인지 주제선율은 점점 작아져 결국 매우 여린 피아니시시모(ppp)에 이른다. 그러다 돌연 엉뚱한 C#의 음이 돌출해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는 곧바로 으뜸조인 F장조의 주제가 크게 연주된다. 전 오케스트라가 힘차게 연주하는 주제 선율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순진하게 들린다. 바로 직전의 C#의 충격적인 돌출이 주제의 단순함을 조롱하는 듯했기 때문이리라. 이것이 베토벤이 음악을 통해 유머를 구사하는 방식이다.

 

베토벤의 유머는 이 악장 전체를 통해 계속된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이상한 전조와 예상을 깬 전개방식이 펼쳐지며 순간순간 놀라움을 안겨준다. 이 곡은 마치 하이든 교향곡의 피날레처럼 가볍고 빠른 음악이지만 곳곳에 베토벤이 시도한 가장 위험하고 도발적인 모험이 숨어있다.


3악장 미뉴에트는 과거 궁정악사들을 조롱하는 듯

베토벤의 재치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출처 : NGD>

 

 

추천음반
재치와 풍자와 대담함이 돋보이는 베토벤 [교향곡 8번]은 특히 고악기 연주단체의 산뜻하면서도 과격한 연주로 들을 때 그

맛이 더 잘 살아난다. 존 앨리어트 가디너가 지휘하는 혁명과 낭만의 오케스트라의 긴장감 넘치는 음반(Archiv)도 훌륭하며,

 필립 헤레베헤가 지휘하는 로열 플레미시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산뜻한 연주(Pentatone)는 베토벤 [교향곡 8번]의 고전적이

면서도 풍자적인 면을 재치 있게 표현해낸다.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가 지휘하는 유럽 챔버오케스트라의 음반(Teldec)도 좋

은 선택이 될 것이며, 그밖에 데이비드 진만과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의 음반(Arte Nova)도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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