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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악장 : 알레그로, C장조, 4/4박자 독주악기와 관현악이 한 데 어우러져 C장조의 펼친화음로 이루어진 화려한 주제를 연주하며 시작되는 이 악장은 당시 파리에서
유행했던 협주곡의 스타일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피아노와 포르테를 오가며 힘을 계속적으로 뺐다가 더했다가 하며 진행하는 수
법, 그 흐름을 산뜻하게 이끌어가는 경쾌하고 탄력적인 리듬 등이 두드러진다. 두 독주악기가 빚어내는 정교한 직물같은 선율의
짜임새가 절묘하기 이를 데 없고, 얼핏 단순한 듯 유창한 흐름 속에서도 은연중에 섬세하게 변화하는 화성들이 다채로운 색채와
분위기를 자아낸다.
제2악장 : 안단티노, F장조, 3/4박자 그야말로 '천상의 음률'이라고 할 만한 매혹적인 악장. 관악기들은 배제된 채 현악기들만으로 진행되는 오케스트라의 반주 위에
서 두 독주악기가 매혹적인 음색으로 긴밀한 대화를 이어나간다. 주로 플루트가 선율을 주도하는 가운데 하프가 그에 다채로운
장식과 보다 깊은 뉘앙스를 가미하는 식으로 진행되며, 오케스트라의 비올라가 두 파트로 분리되어 두 악기를 한층 효과적으로
보조한다. 아울러 이 악장에서는 카덴차의 비중이 매우 크다고 하겠는데, 독주자들의 역량과 더불어 그들의 작품에 대한 견해가
드러나는 장이기 때문이다.
제3악장 : 론도. 알레그로, C장조, 2/2박자 가보트 풍의 론도 악장으로, 프랑스적 감성이 가장 두드러지는 악장이다. 전반적으로 나긋하고 상쾌한 흐름 위에서 두 독주악기
의 솔로와 앙상블이 때론 평화롭게, 때론 장난스러운 느낌으로 면면히 이어지며, 관현악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활기를 더해준다.
추천음반 우선 왕년의 명인들이 남긴 명반들 중에서는 랑팔/라스킨/파이야르, 골웨이/로블레스/마리너 등도 유명하지만, 필자는 슐츠/자
발레타/뵘(DG)의 음반을 조금 더 앞쪽에 놓고 싶다. 빠른 악장들에서 슐츠와 자발레타가 선보이는 생기발랄한 표정과 절묘한 직
조감, 느린 악장에서의 아취 깊은 뉘앙스, 그리고 뵘이 이끈 비엔나 필의 반주까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다. 근래의 음반들 중에서
는 파위/랑글라메/아바도(EMI)와 갈루아/피에르/안드레아손(Naxos)이 돋보인다. 전자에서는 하프가 다소 소극적인 감이 없지
않지만 파위의 화려한 명인기와 비범한 표현력이 빛나고, 후자에서는 전반적으로 능란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연주와 갈루아가
펼쳐 보이는 다채로운 표현들이 인상적이다. 한편 시대악기 연주들도 경청해둘 필요가 있는데, 그 중 가장 개성적인 아르농쿠
르 음반(Warner)의 느린 악장에서 볼프와 요시노가 빚어낸 명징하고 오묘한 미감은 특필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