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썩어가는 시리마의 시신 앞에서 설법을 하는 부처님과 이를 듣고 있는 스님들과 사람들의 모습이다. 화장터에 모인 사람들은 구더기가 들끓는 시신이 하룻밤의 황금 1천 냥을 받던 기녀 시리마라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빠졌다. 육신의 덧없음을 철저히 깨닫게 해주기 위해 특단의 기회를 마련하여 설법은 하시는 부처님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
기녀 살라바티의 딸로 태어나 어머니의 뒤를 이어 기녀가 된 시리마는 한 번도 기루를 떠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황금 1만 5천 냥을 건네며 자신의 집에 와서 보름 동안만 지내달라는 웃따라의 부탁을 수락한 후 처음으로 기루가 아닌 곳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곳에서 시리마는 웃따라 대신 남편의 시중을 드는 아내 역할을 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리마는 손님에게 웃음과 기예를 파는 기녀가 아니라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가는 기쁨을 알게 되었고 어느 덧 웃따라의 남편을 진짜 남편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보름째 되는 날 아침, 웃따라가 남편을 유혹했다고 오해한 시리마는 질투를 참지 못하고 그녀를 향해 끓는 기름을 쏟아 부었다. 다행히 웃따라는 상처 하나 입지 않았지만 분노한 하인들에게 구타를 당한 시리마의 얼굴과 몸은 엉망이 되었다. 웃따라는 그런 시리마를 위로하며 깨끗하게 씻기고 상처 난 몸에 약을 발라주기까지 했다. 이윽고 정신을 차린 시리마는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빌었다. 그러자 웃따라는 자신에게 윤회를 벗어나는 길을 가르쳐주신 아버지, 즉 부처님께서 시리마를 용서한다면 자신도 그녀를 용서하겠다고 답했다.
기루의 주방에서 부처님께 올릴 음식을 만든 시리마
웃따라의 말을 들은 시리마는 당황했다. 그녀는 태어나서 한 번도 부처님을 본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스님들께 공양을 올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여인을 보면 육신은 피고름과 똥오줌으로 가득 차 있고 늙고 병들어 죽고 나면 결국 썩어서 해골만 남게 된다는 독설을 퍼붓는다는 소문을 들은 적은 많았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아름다움이 가장 큰 밑천인 기녀 시리마는 부처님에 대한 거부감이 점점 커졌다. 시리마는 웃따라를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님, 저는 그 분에 대한 믿음이 없습니다.” “내가 믿음이 나도록 도와 드리겠습니다. 내일 부처님과 제자들이 이곳에 오십니다. 먼저 공양을 준비하여 그분께 올리고 용서를 구하세요.” 웃따라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거절할 수 없는 힘이 담겨 있었다. 시리마는 머리를 조아린 채 알겠다고 대답하고 기루로 돌아갔다. 그러자 웃따라는 주방에서 한창 음식을 만들고 있던 하녀들을 기루로 보내 공양을 올릴 음식을 준비하도록 시켰다. 기녀로 키워진 시리마는 주방에 들어가 보는 것도 음식을 만들어 보는 것도 처음이지만 웃따라가 보내준 하녀들과 함께 밤늦도록 음식을 정성껏 만들었다. 이윽고 음식이 완성되자 하녀들은 웃따라의 집으로 음식을 옮겨 날랐다.
부처님과 시리마의 대화를 듣고 수다원 과를 성취하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웃따라의 집으로 온 시리마는 하녀들과 함께 청소를 하고 음식을 차렸다. 그녀에게서는 지난 보름 동안 작은 안주인 행세를 하며 거만하게 굴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공양시간이 되자 부처님이 500여 명의 제자들과 함께 도착하셨다. 부처님이 준비된 자리에 앉으시자 웃따라는 시리마에게 눈짓을 했다. 하지만 부처님을 뵌 순간 주눅이 들어버린 시리마는 감히 직접 공양을 올리지 못했고 결국 웃따라가 대신 공양을 올려야 했다. 조용히 앉아 있던 시리마는 부처님이 공양을 끝내시자 비로소 절을 하며 예배를 올렸다. 그리고 웃따라에게 끓는 기름을 부은 것을 고백하며 부처님께 용서를 구했다. 시리마의 이야기를 들은 부처님은 웃따라에게 물었다. “시리마가 끓는 기름을 부었을 때 그대는 어떤 마음을 가졌느냐?” “부처님이시여, 그때 저는 시리마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지만 제가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은 오직 한 사람 시리마 뿐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만약 내가 시리마에게 화를 내거나 미워하는 마음이 있다면 저 기름이 나를 태울 것이요, 그런 마음이 조금도 없다면 저 기름을 맞는다해도 결코 다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웃따라여, 참으로 훌륭하다. 그대의 마음이 바로 성내는 마음을 다스리는 올바른 방법이다. 분노를 분노로 다스려서는 안 되며 성내는 마음은 겸손함과 자비로움으로 극복해야 한다. 또한 상대방이 악의를 가지고 거칠고 저속한 말과 행동을 하더라도 선한 마음으로 지혜롭게 극복해야 하며 인색한 마음은 베푸는 마음으로 거짓말은 진실한 말로 극복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과 웃따라의 대화를 들은 시리마는 크게 감동하였다. 시리마를 비난했던 하녀들 중에도 남편을 기녀에게 보내놓고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는 웃따라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웃따라가 끓는 기름에도 전혀 상처를 입지 않은 것을 눈앞에서 확인하였고 이어서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비로소 그녀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시리마와 함께 이 날 법문을 들은 여인들은 모두 수다원 과를 성취하였고 그 자리에서 부처님께 귀의하였다. 콧대 높던 기녀 시리마가 부처님께 귀의하게 된 이야기는 라자가하왕사성에 널리 퍼졌고 부처님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기녀 살라바티의 딸이자 의사 지바카의 여동생
부처님의 법문을 들은 후 시리마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사실 시리마의 삶은 살라바티의 딸로 태어난 순간 이미 정해져 있었다. 살라바티는 왕실의 후원을 받은 기녀였고 시리마는 그녀의 뒤를 이어야 했다. 살라바티를 직접 발탁하여 기녀로 만든 것은 빔비사라 왕이었다. 빔비사라 왕은 소녀 살라바티가 왕실 최고의 악사와 무희들에게 기예를 배우도록 해주었고 화려한 전각까지 지어주었다. 기녀 살라바티에 대한 소문이 나자 인도전역의 상인과 부자들이 그녀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고 이로 인해 라자가하왕사성는 크게 번영하였다. 기녀로써 한창 명성이 자자할 무렵 살라바티는 아무도 모르게 아이를 가진 적이 있었다. 아이를 낳게 되면 기녀로써의 삶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 살라바티는 아들이 태어나자 쓰레기더미에 버렸다. 살라바티가 버린 아들은 다행히도 이바야 왕자에게 발견되었고 왕자의 후궁들 손에 자랐다. ‘지바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살라바티의 아들은 성장한 후 의술을 배워 왕실과 교단의 주치의가 되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살라바티는 또 다시 아이를 갖게 되었다. 이미 나이가 들어 있었던 살라바티는 태어난 아이가 딸이라는 것을 알고 기뻐하며 딸에게 ‘시리마’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신의 후계자로 키웠다. 즉 자바카와 시리마는 모두 살라바티의 자식으로 두 사람은 아버지가 다른 남매였다. 스스로의 선택으로 의사의 길을 걷게 된 지바카와 달리 어려서부터 살라바티의 모든 기예를 전수받은 시리마는 자연스럽게 기녀가 되었다. 일찍부터 사치스러운 삶에 익숙해진 시리마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찬탄하며 온갖 보석을 바치는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지냈다. 하지만 부처님께 귀의한 후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고 법문을 듣는 것을 가장 큰 기쁨으로 삼게 되었다. 매일 여덟 명의 스님께 공양을 올리겠다는 발원을 한 시리마는 하루도 빠짐없이 이를 지켜나갔다.
시리마의 이야기를 듣고 상사병에 걸린 스님
시리마의 공양은 이내 스님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시리마의 초대를 받은 스님들은 왕족과 귀족, 부유한 상인들을 위한 연회에 사용되었던 진귀한 요리에 놀랐고 법문을 듣는 그녀의 공손한 태도에 감탄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출가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스님이 시리마의 공양 초대를 받았다. 탁발을 하면서 외면을 당한 적도 있었고 외도를 믿는 사람들로부터 험한 소리를 들은 적도 많았던 스님은 난생 처음 보는 고급스럽고 맛있는 음식에 놀랐다. 또한 8명의 스님들이 모두 입에 맞는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모든 음식을 넉넉하게 준비한 후 시중을 드는 시리마의 마음씨에 감동하였다. 공양을 마치고 죽림정사로 돌아온 스님은 다른 스님에게 오늘 공양초대를 해준 시리마가 얼마나 우아하고 아름다웠는지 또 그녀의 대접이 얼마나 융숭하였고 음식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자랑했다. 아직 시리마를 본 적이 없던 스님은 이야기를 듣는 동안 그만 그녀에게 연모의 감정을 갖게 되었다. 한 번 시작된 연모의 감정은 점점 강렬해졌고 시리마를 못 보면 병이 날 것만 같은 초조함으로 바뀌었다.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스님은 시리마의 초대에 가기로 되어있던 다른 스님에게 순서를 바꾸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시리마의 공양을 받으러 가게 되었다. 기대에 부풀어 시리마의 기루에 도착한 스님은 공양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날따라 시리마는 몸이 몹시 좋지 않았다. 평소라면 직접 공양 시중을 들었겠지만 움직이는 것조차 힘에 겨워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시리마는 스님들이 공양을 마치실 때쯤 하녀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 나와 예배를 올렸다. 화장기 없이 핼쑥한 얼굴에 쓰러질 것처럼 가냘픈 몸매의 시리마를 본 순간, 스님은 격렬한 사랑에 빠졌다. ‘병중에도 저토록 아름다운데 건강할 때는 얼마나 아름다울 것이란 말인가!’ 시리마에게 지독하게 반해버린 스님은 죽림정사로 돌아온 후 먹는 것과 자는 것을 잊은 채 상사병을 앓기 시작했다.
시리마의 시신을 보고 충격에 빠진 사람들
스님의 상사병이 시작된 바로 그 날, 상태가 악화된 시리마는 밤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지난날에 대한 깊은 참회와 청정한 공양보시를 통해 업장을 모두 씻어내자 선물처럼 죽음이 찾아온 것이다. 시리마는 왕실의 후원을 받은 기녀였기 때문에 그녀의 죽음은 빔비사라 왕에게 전해졌고 이내 지바카도 알게 되었다. 지바카는 부처님께 시리마가 세상을 떠난 것을 말씀드렸다. 그러자 부처님은 그녀의 시신을 화장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자 화장터로 옮겨진 시리마의 시신은 고약한 악취를 풍기며 썩기 시작했고 사흘이 지나자 시체에서 구더기가 들끓었다. 이윽고 부처님은 시리마의 시신을 공개해도 좋다고 말했고 모든 비구들에게 화장터로 오라고 말했다. 상사병을 앓던 스님은 ‘시리마’라는 단어를 듣자 화장터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이미 구름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썩어 문드러져 악취를 풍기는 시신을 본 사람들은 식겁을 하며 코를 막고 고개를 돌렸다. 사람들의 표정과 마음을 두루 읽은 부처님은 시리마의 시신 앞에 나란히 서 있던 빔비사라 왕에게 물었다. “왕이시여, 이 시신은 누구입니까?” “이 시신은 기녀 시리마입니다.”
썩은 육신을 통해 깨달음을 준 시리마
흉측하게 썩어가는 시체가 시리마라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놀란 것은 그녀를 연모했던 스님이었다. 저 시체가 자신이 사흘 동안 밤낮도 잊고 먹는 것과 자는 것도 잊을 만큼 열렬하게 연모했던 여인이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어진 부처님의 말씀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누구든 황금 1천 냥을 내면 이 시신을 가져갈 수 있소.”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 한 때 시리마와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거금을 물 쓰듯 지불했던 사람 중 어느 누구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자 5백 냥, 1백 냥, 10냥, 1냥으로 가격을 계속 낮췄고 나중에게 거저 주겠다고 까지 했다. 하지만 구더기가 들끓는 시체를 원하는 사람은 당연히 아무도 없었고 화장터는 고요한 침묵으로 가득했다. 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기 세상 사람들의 사랑과 찬탄을 받던 여인이 있다. 한때 많은 사람들은 이 여인을 위해 하룻밤에 황금 1천 냥을 쓰는 것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원하지 않고 있다. 본디 육신이란 아무리 아름다워도 결국 이처럼 썩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미혹한 사람들이 육신과 아름다움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낸 환상을 부여잡는다.” 부처님의 설법을 듣는 순간, 상사병에 빠졌던 스님은 맹목적인 연정에서 깨어나 깨달음을 얻었다. 같은 시간 천신의 몸을 받아 도리천에 태어난 시리마는 자신의 장례식에 참석하여 부처님의 설법을 함께 들었다. 부처님의 설법이 끝나자 천신의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부처님의 가피로 천상에서 태어난 것을 찬탄하였고 이 모습을 지켜본 모든 사람들은 크게 감동하였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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