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륜스님 즉문즉설 -
▒ 문
저는 아주 엄격한 집안에서 자랐는데 아버지는 화가 참 많은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매우 주눅이 든 상태에서 생활했고 결혼해서는 별 문제 없이
모범적인 거 같은 가정을 꾸려왔지만 저도 화가 참 많았습니다.
밖에서는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집에 들어오면
직장에서의 못마땅함, 세상에 대한 불만을 집사람한테 다 풀었습니다.
TV 보다가 정치인들 보면 또 화가 나고, 시시덕거리는 연예인들 보면 또 화가 나고
연속극 작가들한테 화나고, 결국 이 땅에 있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화가 났습니다.
그나마 요즘은 제가 화를 냈었구나, 화를 내고 있구나,
화가 나려고 하는구나.. 까지 자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하루에 몇 번이나 짜증이 나고 화가 올라옵니다.
언제든지 화낼 준비가 되어 있고 항상 화에 노출된 제가 안타깝고..
이 화를 내려놓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때문에 스님께 여쭙게 되었습니다.
▒ 답
잘되고 있다고 자랑하려고? ㅎㅎ (대중들 폭소)
안되고 있는 자기를 발견했다는 것은 잘하고 있다는 겁니다.
어떤 사람이 농구를 배우려고 공을 던지는데 공이 안 들어가..
그래서 하소연을 합니다 '스님, 저는 열 번 던졌는데 한 번도 안 들어갑니다'
그러나 저는 빙긋이 웃으면서 '나는 안 들어간 적이 한 번도 없어' 왜?
난 농구를 배우지 않으니까.. ^^
그러니까 공이 안 들어간다고 애걸복걸 하는 것은 지금 연습하고 있다는 거예요 아녜요? 하고 있다는 거죠..
아이가 자전거를 타면서 자꾸 넘어진다고 불평하는 것은 지금 타고 있다는 거예요 아녜요? 타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연습할 때는 최선을 다해 던질 뿐이지,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 자꾸 따지면 안 돼요.
공이 안 들어가니까 연습하지 잘 들어가면 왜 연습하겠어?
자전거도 안 되니까 연습하지 잘 타면 왜 연습하겠어?
그러니까 넘어진다, 넘어진다, 넘어진다.. 하는 것은 지금 배우고 있다, 연습하고 있다, 곧 될 거다.. 이런 뜻입니다.
지금 자기도,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아버지부터 대를 물려 화내는 습관을 엄창나게 해놔서
그게 거의 태생적으로 내 것으로 돼 있는데, 그게 한 번 생각으로 싹 없어지기를 바란다면
인과에 안 맞아요.. 인연과보에 안 맞아요.. 연습을 더 하셔야 합니다.
'그거 어떻게 단박에 없애는 방법 없겠나?' 그게 궁금한 모양인데
그건 직장인이 회사 안 가고 복권 한 장으로 해결하려는 것과 똑같습니다.
그러니까 안 되는 걸 끝없이 알아차리고, 다시 도전하고, 다시 도전하고..
처음엔 화내고 한 시간 뒤에 식식대다가 알아차리고
나중엔 십 분 뒤에 '아이고, 또 속았구나' 알아차리고, 참회하고, 연습하고 하다가
또 나중엔 화를 내고 있는 중에 알아차리고.. 더 연습을 하면
이젠 화가 일어나려고 하는 그 순간에 알아차리고..
횟수도 처음엔 하루에 열 번에서 다섯 번으로, 다섯 번에서 두 번으로 이렇게 점점 발전해가게 됩니다.
얘기를 들어보니까 조금씩 조금씩 좋아져가고 있어요.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연습을 더 하세요.
꾸준히 알아차림을 지속해야 합니다.
화가 일어나려고 할 때 알아차리면 그 자리에서 없어지고
일어난 뒤에 알아차리면 과보가 안 남고
하루 안에 알아차리면 과보가 빨리 사라지는데
꽁~ 해가지고 몇 일, 몇 달을 가면 과보가 생겨서 빚이 자꾸 누적이 됩니다.
열심히 정진하면 이미 빚진 거, 업장은 점점 소멸되고 상처도 치유되고
새로운 빚은 안 지게 됩니다.
☞ 성질날 때마다 전기충격기로 팍 지저 버려라 ＜법륜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