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륜스님 즉문즉설 -
▒ 문
제 친구가 결혼해서 애기도 있고.. 정말 단란하게 생활하다가
갑자기 남편이 심장수술을 해서 일어나지를 못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을지 아닐 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간호를 세 달째 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런 친구한테
무엇을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답
자기가 할 거는 없어요.
자기가 할 수 있는 건, 월급타면 병원비 보태라고 조금 도와주고
가끔 불러내서 밥이나 사주고.. 그런 건 할 수 있지..
자기가 뭐 친구 인생을 어떻게..
(그런데 그게 친구 일만이 아니고
혹시나 저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같아서요..)
친구 일에는 할 일이 없고..
자기는 그런 일 안 당할 거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친구가 와서 묻는다면 내가 할 말은 있지만..
사물을 생각하는 건 이런 겁니다.
바가지에 물을 담아가지고 가다가 넘어져서 반을 쏟았어..
그럼 아까워요? 안 아까워요? 아깝지.
그래서 '아이구, 반이나 쏟았다~' 하고 우는 사람이 있어요. 지금 그 판이란 말예요.
그렇지만 '아이구, 반은 남았네~' 하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
똑같이 반인데 한 사람은 잃어버린 반을 생각해서 우는 사람이 있고
한 사람은 남은 반을 생각해서 웃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니까 바가지 물 반을 쏟은 게 문제가 아니고, 그게 불행이 아니라
그걸 잃어버린 반을 생각해서 울 때 불행이 오고
남은 반을 생각해서 웃으면 행복한 거예요.
부처님 말씀처럼,
이 세상에 일어나는 일은 좋은 일도 아니고, 나쁜 일도 아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 이런 문제예요.
수술하다가 그냥 죽었으면 어땠겠어요? 무척 섭섭하겠죠?
그래도 죽지 아직 않고 살아있으니까 죽은 것보단 나아요? 안 나아요? (낫습니다)
그렇지만 나중에 또 오래 시간을 끌면 어떨까?
이런 맘이 들 거예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들까 안 들까? 지금은 안 들 꺼 같지..
세월을 많이 끌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 때도 마찬가지예요.
그렇게 오래도록 애를 먹이면서 정을 떼고 죽으면
미련이 없게 돼요.
그럼 재혼할 수도 있죠?
내가 죽였어요? 지가 알아서 죽었어요?
그러니까 죄도 없고..
이걸 걱정하면 걱정이 한이 없고
걱정 안 하면 걱정될 게 없어요.
쓰러진 남편을 걱정하는 것은 '쏟아진 물'과 같고
'남은 물'이 뭘까? 아이예요.
아이가 아직 어린데 엄마가 슬픈 마음을 내면
아이는 슬픈 심성이 형성돼 평생을 슬프게 살고
엄마가 즐거운 마음을 내면 아이는 평생을 즐겁게 살아요.
아빠하곤 아무 상관 없이..
그러니까 남은 물을 보고 기뻐하듯이..
엄마가 울 게 아니라, 아이를 생각해서 웃어야 돼요.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서 웃으면
아이에게 도움이 돼요.
남편은 죽으면 죽고 살면 살고.. 그걸로 끝이지만
아이가 잘못되면 내가 평생을 짊어져야 할 걱정이 되잖아?
그래서 잃어버린 물 생각하다가 남은 물까지도 버린다..
이게 이제 어리석음이에요.
그런데 이것은.. 친구한테 가서 해줄 말이에요? 아녜요?
가서 그런 말 해줘도.. 친구가 그 말이 귀에 들어올까? 안 들어올까?
안 들어오니까.. 그런 꿈을 꾸지 마세요.
그 친구가 정 안타까우면 나중에 스님 법문에 와서 질문하라고 알려주면 되지
자기는 할 수 없어. 그런 건방진 생각하면 안 되고..
자기는 그냥 즐겁게 대해주세요.
'아이구 친구야 걱정이다..' 이러면 안 돼.
친구 즐겁게 해줘야 하니까 밥먹으면서 그런 얘기 자꾸 하지 말고
옛날 학교 다닐 때 재미있던 얘기 해주고..
병원비 조금.. 담은 10만원이라도 가서 주면서
"많이 보태지 못해 미안하다.." 하고
아이하고 즐겁게 놀아주고..
뭐 이렇게 말할 수는 있겠지.
"힘들긴 하지만.. 애기한테 행복한 엄마가 돼야 한다는데.."
요런 정도만 얘기하지.. 너무 빠져들면 안 돼요.
그건 자기 일이 아니야. 남의 일이야.
남의 일에 빠져들면 친구한테도 도움 안 되고
자기한테도 아무 도움 안 돼요.
* 나에게 '남은 물'은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