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거스님 - 인연(因緣)에 따른 수행
인수불욕귀산수도(人誰不欲歸山修道)
이위부진(而爲不進) 애욕소전(愛欲所纏)
연이불귀산수수심(然而不歸山藪修心)
수자신력(隨自身力) 불사선행(不捨善行)
“사람 가운데
그 어느 누가 산에 가서 수도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겠냐만은
그러지 못하는 것은 애욕에 얽힌 바 때문이니라.
그러나 깊은 산으로 돌아가
마음을 닦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힘에 따라
착한 것을 행하는 일은 버리지 말라.”
원효 대사는 스님이 되기 전에 화랑도도 해보고
요즘말로 상류사회에서 누릴 것 다 누리고 스님이 됐는데
머리를 깎고 스님 노릇을 해보니까
이렇게 좋은 것을 왜 어릴 때부터 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드셨나 봐요.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기분이 나쁘거나 현실이 고통스러울 때
머리 깎고 산으로 가야겠다고 말하죠.
기분 좋을 때도 아니고
꼭 기분 나쁠 때 그런 말들을 합니다.
한번쯤 머리 깎고 산으로 들어가
수도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겠습니까만은
못하는 이유는 애욕에 얽혀 있기 때문이죠.
애욕도 수천 가지예요.
부모와 자식 간에도 애욕, 형제간에도 애욕,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도 애욕 등
전부 애욕으로 얽혀 있죠.
마음 하나 돌이키려고 하면 할
머니에서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생각나서 못가요.
애욕 때문에 꼼짝도 못한단 말입니다.
우스운 얘기 하나 할까요.
옛날에 세상에서 착한 일만 하던 사람이
염라대왕 앞으로 갔어요.
염라대왕은 착한 사람에게
“세상에서 훌륭하게 살았으니까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보내 줄테니 원을 말해라.”
이 사람이 원을 말하기를,
“나는 아무것도 원하는 것이 없고
다만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초가삼간 지어놓고
아무 근심 없이
책이나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했거든요.
누구나 한번쯤은 경치 좋은 곳에서
걱정 없이 초가삼간에서 책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겠죠.
그랬더니 염라대왕이
“그런 곳이 있으면 내가 가겠다.” 했어요.
염라대왕 안하고 그 자리에 가겠다는 말이에요.
원효 스님은 산에 들어가서 마음을 닦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힘에 따라서 착한 일 행하는 것은
버리지 말라고 하셨어요.
자기 선근(善根)에 따라서
선행만을 찾아서 하라는 말입니다.
출처: 혜거스님 - 원효 스님의『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