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님 역주/ 한글 수능엄경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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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正宗分》
〈見道分〉
제4권
3.深窮萬法 決通疑滯
3).躡迹疑難
⑴富那疑難
부루나가 말했다.
“저와 여래의
보각원명(寶覺圓明)한 진묘정심(眞妙淨心)은
서로 둘이 아니어서 원만하건만
제가 시작도 없는 과거로부터
허망한 생각을 내어
오랫동안 윤회에 머물러 있었으므로,
지금 성인(聖人)의 과(果)를 이루었는데도
아직 완전하지 못하거니와
세존께서는 모든 허망함이 다 없어져서
홀로 묘하고 진실하고 항상하십니다.
감히 여래께 묻습니다.
일체중생은
무슨 원인으로 허망한 생각이 있어서
스스로 묘명(妙明)을 가리우고,
이렇게 윤회에 빠지게 되었습니까?”
부처님이 부루나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비록 의심은 제거하였으나
아직 나머지 의혹을 다하지 못하였으니
내가 세간의 드러난 가지가지 일을 가지고
다시 네게 묻는다.
너는 어찌 듣지 못하였느냐?
실라벌성의 연약달다(演若達多)가
갑자기 이른 새벽에
거울로 자기 얼굴을 비추어 보다가
거울 속에 있는 머리는
눈썹과 눈이 가히 볼만한데
그러나 자기 머리에는
얼굴도 눈도 보이지 않는다고 성을 내면서
이것이 도깨비라고 여겨,
까닭 없이 미쳐 달아났으니
너는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사람이 무슨 인연으로
까닭 없이 미쳐 달아났겠느냐?”
부루나가 말했다.
“그 사람은 마음이 미친 것일 뿐,
다른 까닭은 없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묘각(妙覺)이 원명(明圓)하여
본래로 원명묘(圓明妙)하거늘,
지금 이미 허망이 되었다면
거기에는 원인이 있을 것이니
무슨 원인이 있었으며,
원인이 있는 줄 알았다면
어떻게 허망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본래는 허망이 없는데
스스로의 망업(妄業) 때문에
가지가지 망상이
전전(展轉)히 서로 원인이 되어
미혹에다 미혹을 쌓아
수많은 세월을 지내왔으므로,
비록 부처님이 깨우쳐 주었으나
아직도 돌이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미혹의 원인은
바로 미혹으로 인하여 스스로 있는 것이니
미혹에 인(因)이 없음을 알면
망념이 의지할 데가 없을 것이요,
이와 같이
미혹이 오히려 생(生)이 없거늘
어떻게 멸(滅)이 있다고 하겠는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도 마찬가지,
마치 잠을 깬 사람이
꿈속의 일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아서
마음에는
비록 꿈속의 일이 분명하지만
어떻게 꿈속의 사물을 취할 수 있겠으며,
더구나 인(因)이 없어
본래로 있지 않은 것이겠느냐?
저 실라벌성의 연약달다가
어찌 미친 인연이 따로 있었으리오?
스스로 머리에
눈과 얼굴이 없다고 두려워 달아난 것뿐이니
홀연히 미친 증세가 쉬면
그 머리에 눈과 얼굴이
밖에서 얻어진 것이 아니며,
비록 미친 증세가 없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또한 어찌 잃어버린 것이겠느냐?
부루나야,
미혹의 성품이 이와 같거니
인(因)이 어찌 따로 있으리요?
네가 다만
세간(世間)과 업과(業果)와
그리고 중생(衆生)의 세 가지 상속을
따르고 분별하지 아니하면
살, 도, 음(殺盜淫)의
삼연(三緣)이 끊어지기 때문에
삼인(三因)도 생기지 아니하여
곧 너의 마음속에
연약달다와 같은
미친 성품이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무명이 쉬면
곧 깨어 있는
맑고 밝은 수승한 마음[勝淨明心]이
본래 법계에 두루해 있어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얻어진 것이 아닐 것이다.
어찌 애써 수고로이
뼈와 살을 나누는[肯綮] 등의
닦고 증득함을 빌리겠는가?
마치 어떤 사람이 자기의 옷 속에
여의주를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알지 못하고
가난하게 타향에서
걸식하며 돌아다니는 것과 같아서,
비록 가난하기는 하나
일찍이 여의주를 가리켜 주면
소원대로 마음을 따라서 큰 부자가 될 것이요,
그때서야
비로소 그 신비로운 여의주가
밖에서 얻어진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⑵ 阿難疑難
그 때 아난이 대중 가운데 있다가
이마를 부처님 발에다 대어 예를 올린 후에
일어나서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께서 지금 말씀하시기를
‘살․도․음의 삼연(三緣)이 끊어지기 때문에
삼인(三因)도 생기지 아니하여
마음에 연약달다(演若達多)의
미친 성품이 자연 없어지는 것이니
미친 성품이 쉬면 바로 깨달음이요,
이것이 다른 사람에게서 얻어진 것이 아니다’
고 하셨습니다.
만약 이와 같다면
인(因)과 연(緣)이 분명한데,
어찌하여 여래께서는
갑자기 인연을 버리시려 하시나이까?
저도 인연으로 말미암아
마음이 열려 깨닫게 되었습니다.
세존이시어!
이 이치가 어찌 더 배워야 할
유학(有學)의 성문(聲聞)들 뿐이겠습니까!
지금 이 모임에
대목건련(大目犍蓮)과 사리불(舍利弗)과
수보리(須菩提) 등도
처음에는 외도[老梵志]를 추종하다가
부처님의 인연법을 듣고서 발심하고 깨달아
번뇌가 없는 무루도(無漏道)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지금 여래께서
‘깨달음은 인연을 따라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고 말씀하시니
그렇다면
왕사성의 구사리(拘舍離) 등이 말하는
‘자연(自然)이 제일의제(第一義諦)가 되겠습니다.
바라옵건대
큰 자비를 베푸시어
저희들의 미혹되고 답답함을 열어주소서!”
부처님이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마치 저 성중의 연약달다에게
미친 성품[狂性]의 인연이 소멸하면
곧 미치지 않은 본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니
인연과 자연의 이치가 여기에서 다할 것이다.
아난아!
연약달다의 머리가 본래 자연이라면
본래부터 스스로 그러한 것이어서
그렇게 자연 아닌 것이 없을 것인데,
무엇 때문에
머리가 없다고 두려워하며 미쳐 달아났겠느냐?
만약 자연(自然)인 머리가
인연(因緣) 때문에 미쳤다면
어찌하여 자연인 머리가
인연을 따라서 자주 잃어버리지 않느냐?
본래 머리는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데
다만 미쳐 두려워한 것이
허망하게 나왔을 뿐이니
이미 변할 수 없는 것이라면
어찌 인연을 빌리겠느냐?
만약 미쳐 두려워한 것이
본래 자연이라면
이는 본래 미쳐 두려워함이
항상 있었다는 말이니
아직 미치지 아니하였을 때에
그 미쳐 두려워함은 어디에 숨어 있었겠는가?
(그러니
‘본래 미쳐 두려워함이 자연이다’할 수도 없고)
만약 미쳐 두려워함이
본래 자연이 아니라면
머리가 본래 잘못된 것이 아닌데,
무슨 까닭으로
머리에 눈과 얼굴이 없다고 미쳐 달아났겠느냐?
만약 본래의 머리를 깨달아
미쳐서 달아났던 일이
다 허망이었음을 알게 된다면
‘인연이다, 자연이다’하는 말도
모두 희론임을 알 것이기에
그러므로 내가
‘삼연(三緣)이 끊어지면
그대로 깨어 있는 마음이다’고 말 한 것이다.
깨달으려고 하는 마음[普提心]이 생기고
세속에 집착하는 마음[生滅心]이 멸한다면
이것도 생멸이요,
생멸이 다한 공용(空用)이 없는 곳에
‘자연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면
이는 분명‘자연심이 생기고
생멸심이 멸한 것’이니 이 또한 생멸이다.
만약 생멸이 없는 것을 자연이라 한다면
이는 마치 세간의 모든 모습을 섞어서
한 덩어리가 이루어지면
이를‘화합성(化合性)이다’하고
화합하지 않는 것은
‘본연(本然)의 성품이다’
고 말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러므로
‘본연이다’‘본연이 아니다’
‘화합이다’‘화합이 아니다’하는 등의
이러한 화합과 본연을 모두 여의고,
또한 여의고 합함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에도 집착하지 아니하여야[俱非]
이러한 구절을
비로소 희론이 없는 진리[無戱論法]라고 할 수 있다.
깨달음과 열반이 이처럼 아득하고 멀어서.
그대가 수많은 세월에 걸쳐
닦아 증득하지 못했던 것이니 .
비록 시방여래와
12부경(十二部經)의 청정한 이치를 기억하여
마치 항하의 모래 수와 같더라도
다만 희론만 더했던 것이다.
네가 비록
인연과 자연의 이치를 설명하는 것이 분명하여
사람들이 너를 다문제일(多聞第一)이라 한다.
이렇게 여러 겁 동안 다문(多聞)을 훈습했으나
마등가의 난(難)을 벗어나지 못하고,
어찌하여 나의
불정신주(佛頂神呪,능엄주)를 기다리고 나서야
마등가의 마음에 음욕의 불길이 사라지고
아나함(阿那含)을 증득하여
나의 법 가운데에서 정진의 숲을 이루고
애욕의 강물이 말라
그리하여 그대가
애욕의 그물에서 벗어나게 되었더냐?
그러므로 아난아!
그대가 비록 여러 겁(劫,시간)에
여래의 비밀한 가르침[妙嚴]을
‘잘 기억하고 있다’ 하나,
이는 단 하루 무루업(無漏業)을 닦아서
세간의 좋아하고 미워하는
두 가지 고통을 멀리 여의는 것만 같지 못하다.
마등가녀는
출가 이전에 음란한 여자였으나
신주(神呪,능엄주)의 힘으로 애욕을 소멸하고
불법에 들어와
성비구니(性比丘尼)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나후라의 어머니인 야쇼다라(耶輸陀羅)와 함께
과거 숙세의 인연을 깨달았으니
즉 많은 세상을 윤회했던 원인이
탐애 때문에 고(苦)가 되었음을 알고,
일념으로 무루선(無漏善)을 닦아
혹은 얽매임에서 벗어나고[出纏]
혹은 수기(授記)를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스스로 속아서
아직도 보고 듣는 데에만 머물러 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