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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8 경주 마니불교

작성자慧明華|작성시간24.10.29|조회수105 목록 댓글 16

경주 시내에 이만한 가게를 운영하고 있고,

부군이 적극 도와주시고

시어머니께서 온갖 맛있는 음식으로 내조해주시는 

금난 이운정선생님은 정말 복이 많아 보였어요.

이야기꾼이기도 하셔서

그 신비로운 이야기들 마저 듣느라 함께 점심 공양도 하게 되었어요.

 

스님과 제가 마니불교에 도착했을 때는

금난 선생님 혼자 절정의 기쁜 시간이었는데요, 

열흘간 세 시간씩 잠을 자며 

'낡았던' 관세음보살님에게 새옷을

다시 입혀 드리는 일을 마침 끝냈기 때문이었어요.

 

금난 이운정선생님은

'문화재수리 기술자 단청' '문화재수리 기능자 화공'으로 

대학에 강의도 나가고

문화재 수리를 하는 절에 가서 감리도 보신다고요.

 

이 마니불교로 이사를 오기 전에 

불도 나고 여러 어려운 일도 많이 겪었고

세 번인가 이사도 했는데

그 많은 물건들 어떻게 옮기고 이렇게나 

말끔히 정리도 잘 했는지, 

마니불교에 다녀온지 한참이나 지난 어제

저는 작은 물건을 찾으려고 잡동사니를 헤집어 엎다가 문득

보물창고 같지만 말끔한 경주 마니불교를 생각해냈어요.

 

1층 매장에는 예쁘고 의미깊은 물건들이 무궁했어요.

작업실 안에서막 다시 색을  입으신 관세음보살님과

수북한 고봉밥 같은 연밥들

여러가지 이야기를 듣는 동안 환희심이 가득했어요.

 

그런데 긴 이야기 끝나고2층 전시실에 가자

가슴이 쿵 내려 앉는 아름다운 단청이 있었어요.

 

그 전 달에 동주스님의 산수연에서 제가 큰 감명을 받았었는데

제가 맨처음 범패를 본 곳은 봉원사였고

마침 그때 마당에서는 범패가, 그리고 조금 떨어진 전각에서는 

단청불사가 있었더란 말이지요.

그때 처음 단청에 대해서 '단청?' 하는 생각을 해본 것 같아요.

 

그리고 나서 30년이나 지난 다음에 진짜 단청강의를 들었단 말이지요.

전문가에게서요.

홑이불을 접듯 시간을 무심하게 접는 그런 경험에 흥분하고 설레였어요.

너무 기뻐하니까

감이 빠르신 금난선생님의 재미난 강의가 펼쳐졌어요.

 

불국사 대웅전의 반자라고 하는 천정 단청에는 범자로 장식된

국화연화문 여섯 가지가 319개로 변주되고 있다고요.

중창기에는 85명의 화원의 명단과 단청 불사를 이끈 스님의 명단까지 있는데요,

옛날에는 단청불사를 

모두 스님이 하셨기 때문에

경전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셨다고요.

불국사 단청은 법화경에 기반을 한다고 했어요.

생각해 보면 불국사에 다보탑과 석가탑 법화경!

 

'묘법연화경을 설하신 후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다. 

범천왕들이 부처님이 멸도하실 때까지 항상 꽃비를 내리었다.'

이 대목을 기반으로 육종진동 여섯 가지 꽃문양이 변주되는 것이라고

(부실한 제 기억으로) 그렇게 강의해 주셨던 것 같아요.

 

그 단청불사를 이끈 스님을 수화승이라고 하는데 (머리 수자를 쓰겠죠?)

하윤이라는 스님이 불국사 단청을 이끌었다고요.

이 분이 불국사 이전에 어느 절에서 같은 작업을 했는데

작고 사소한 문양이 아주 일치한다고 했어요.

그 절이 어느 절이었더라요?

아무튼 그런 이야기가 추리소설처럼

미스테리하게 진행되는데 정말이지 너무나 재미있었고

그런 가설이 운정선생님만의 독창적인 생각인지 

아니면 정설인지 궁금했는데

제가 누군가에게 여쭤봤는데 (아마도 용학스님께 여쭈었던 것 같은데)

정설이라고 들었던 것 같아요.

(저는 이제부터라도 암기 연습을 해야할 것 같아요.

경전속 신비한 주문들 부터요~)

 

6개월간의 그 단청을 완성하였다는 기록까지....

정말 가슴이 두근두근한 이야기였어요.

 

다시 만나자고 인사하고 헤어졌는데

그런 날이 오겠죠? 

 

단청을 좋아한다고 고백하자 단청문양이 있는 거울, 볼펜,

여러 선물을 받아왔는데 좋아하는 아이에게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라고 보여줬더니 다 골라버리고

연습장 하나만 저를 위해 남겨주었는데

며칠 뒤 

역시 그 아이의 엄마가 그 연습장을 좋아해서

제가 선뜻 주었고요,

저희집엔 냉장고에 여섯 개의 단청 마그네틱을 붙여두었어요.

마치 불국사 대웅전 반자를 집안에 들이는 것처럼...

여러 가지 선물 주셔서 금난 선생님 고맙습니다^^!

 

아참, 금난 선생님은

용학스님을 알게 해주셔서 대선스님께 무척이나 감사해 하셨어요.

용학스님의 최신 유머까지 알고 계셨어요. 늘 법문을 틀어놓는대요.

"색도 그림입니다."

언제가 용학스님이 이 말씀을 해주셔서 큰 영감을 얻으셨대요.

 

그러고 보면 대선스님은 사람을 이어주는 쪽으로 큰 재능이

있으신 것 같았어요.

놀랍고도 신비한 세계를 엿보고 왔어요. 경주에서.

 

그리고 점심은 홍시라는 곳에서 먹었어요.

마니불교 바로 옆집이었어요.

후식으로 홍시가 나왔는데

집에 돌아와 계속해서 홍시를 사오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집엔 요즘 탁자 위에 홍시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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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日覺心 | 작성시간 24.10.30 나무대방광불화엄경 나무대방광불화엄경 나무대방광불화엄경
    대선스님께서도 안목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고맙습니다. _()()()_
  • 작성자自明華 | 작성시간 24.10.31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들려 주시는 듯한
    아기자기한 소식들이 참으로 정겹습니다.
    고맙습니다. _()()()_
  • 작성자法雨性 | 작성시간 24.10.31 _()()()_
  • 작성자자인월 | 작성시간 24.11.01 new 마니불교소식고맙습니다-()()()-
  • 작성자眞 覺 心 | 작성시간 18분 전 new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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