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 아리랑
— 무비스님
금정산 아래 토굴에
아침마다 만월이 뜬다
방아 찧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보살 토끼가 언어로 춤을 춘다
모여든 새 눈이 커지고 토끼는 환약을 낸다
간간이 내는 산문 이야기는 커진 눈에 비를 내린다
할머니 따라 절에 다니면서
그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뿌리가 되어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다가
어느 날 또래 스님 입술에서
“삼일 동안 닦은 마음은 천년 보배
백 년 동안 탐한 재물은 하루아침 티끌이로다
호랑이 가죽은 그릴 수 있지만 뼈는 그리지 못하고
사람 얼굴은 알지만 속마음은 알 수 없다"
외는 소리를 주머니 넣고
산속을 향해 달리는 어린 소년
물을 길어 나르고 탁발을 하며 흐르는 땀과
고한苦寒을 떨쳐내며 길을 걷고 걷는다
수레가 뒤집혀 부수어져도
하늘을 긁어 모아 함박 눈을 내린다
눈을 맞으며 하얀 길을 걸어온 소년은
강산이 여덟 번 바뀌어도
그의 신경에 들어온 환희를 왼다
눈을 떠 보니 하늘 태양 별 달이
활발발活鱍鱍한 증명의 노래를 부른다
그는 법 아들을 낳았다
하얀 얼굴이 학처럼 우뚝하다 가끔씩,
법 아들이 상당上堂에 오르면 보살 토끼 이야기를 낸다
우리는 가슴에 고이는 물소리 들으며
금정산 아래 토굴로 간다
불교문협지에 올려진 글
옮겨적음
2024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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