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힘사까
교수이신 N 스님께서 앙굴리말라 이야기를 해 주셨다. 이름은 본래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이’라는 아힘사까 Ahimsaka였는데, 앙굴리말라라 부르기도 했다. 아힘사까에게는 존경하는 스승과 5백 명 중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다.
어느 날 스승이 외출을 하자, 젊고 매력 넘치는 아힘사까에게 스승의 아내가 연정을 품었다. “남편이 집에 없으니 잠을 이룰 수 없군요.” 남자들이 득실거리는 이 집에서 믿을 사람은 오직 당신뿐이라고 유혹을 한다. 존경하는 스승의 부인을 지키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숲의 새들도 잠들고 복도를 밝히던 등불도 가물가물한 저녁 방 안에서 여인 울음소리가 났다. “무서워서 도저히 잠이 들 수 없군요, 제가 잠들 때까지만 곁에 있어 줄 수 없나요” “네 잠드실 때까지 꼼짝 않고 곁에 있겠습니다” 그녀는 아힘사까의 무릎을 베고 잠꼬대처럼 “당신의 품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몰라요.” 허벅지에 얼굴을 대며 그의 가슴까지 더듬었다.
아힘사까는 온몸이 불덩이처럼 타올랐다. 화끈거리는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스승의 부인이다. 스승은 아버지와 같고 부인은 어머니와 같다.’ 그때 그녀는 아힘사까의 손을 자기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나무토막처럼 굳었던 아힘사까는 벌떡 일어나 달아나듯 방에서 빠져나갔다.
다음날 이른 아침, 남편을 맞이한 부인의 얼굴은 멍이 들어 있었고 옷은 갈가리 찢겨 있었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요” 부인은 방바닥에 쓰러지며 흐느꼈다. “당신이 아끼던 아힘사까가 와 음탕한 농을 던지더군요. 스승의 아내는 어머니와 같은데 무슨 짓이냐고 꾸짖었더니 이렇게 만들어 놓았지 뭡니까.”
스승은 아힘사까를 쫒아 내는 것 만으로 성이 차지 않았다. 게다가 머리좋고 힘도 센 아힘사까가 두렵기도 했다. 스승은 한가지 꾀를 내었다. “아힘사까, 너는 하늘나라에 태어나는 게 소원이라고 했지.” “예 스승님” “너는 지혜롭고 총명하며 학문 또한 뛰어나 하늘나라에 태어날 충분한 자질을 가지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한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 “무엇입니까.” “내가 말해주어도 너는 믿지 않을거다” “제가 어찌 스승의 말씀을 어기겠습니까”
“그래, 그렇다면 너에게만 비법을 가르쳐 주마, 하루해가 지기 전에 사람 백 명을 죽여 그 손가락으로 목걸이를 만들어라. 목걸이가 완성되면 너는 하늘나라에 태어날 조건을 갖춘 것이 될 것이다. 네 아버지나 어머니 모든 사람들로부터 공경 받고, 공양 받는 성자를 죽여 손가락을 자를 수 있다면 곧바로 최고 청정한 하늘나라 범천에 태어날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