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무비스님 전집 발문-혜거 큰스님

작성자慧明華|작성시간24.12.01|조회수146 목록 댓글 20

전집 간행에 합장하면서

 

아름다운 옥이 많이 나오는 곤륜산에선 좋은 옥으로 인정받기 어렵다[산곤강자난위옥産崑剛者難爲玉]고 한다. 일찍이 용성 스님은 대중을 위한 불교의 번역서가 없음을 개탄하면서 경전을 번역한 이후, 작금에 수많은 불교 서적이 번역되어 일반 대중을 계도한 바 적지 않다. 이 또한 종단의 경하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다 아는 바와 같이 선종은 부처님의 심법(心法)을 밝히고 교학은 부처님의 말씀이다. 이 둘의 사이는 마치 새의 두 날개와 수레의 두 바퀴와도 같다. 부처님의 심법을 밝히지 못한 견지에서 부처님의 말씀을 제대로 전한다는 것은 사람의 말을 흉내내는 앵무새와 같고, 심법은 알면서도 말씀을 전하지 못하면 그것은 벙어리 양과 같다. 심법과 말씀을 모두 잃은 사람이야 더는 말할 게 없고, 밝은 심법에 아름다운 문장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은 금상첨화이자 절옥보도(切玉寶刀)이다. 세간의 숱한 번역서에서 이처럼 심법과 말씀을 겸한 책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여천무비 큰스님은 일찍이 제방 총림을 두루 참방하여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으나, 가까이 오대산의 인연으로 말하면 스님은 일찍이 상원사 선원의 안거에 참여하셨는데, 선방 대중 가운데 돋보인 수행정진으로 추앙과 존경을 한 몸에 받으셨다. 이런 연유로 부족한 나는 탄허 큰스님을 시봉하면서 언제나 존모의 마음을 가지지 않은 적이 없었다. 탄허 큰스님께서 월정사 수련원을 개설한 후, 그 뒤를 이어 용주사의 역경원에서 번역할 당시 여천 큰스님은 또다시 역경회상에 동참함으로써 시봉하던 나와는 깊은 반연의 끈이 이어져 갔다.

 

그 후 여천 큰스님은 총림의 납자이자 교학을 겸전한 강주로서 수많은 인재를 양성했을 뿐 아니라, 적지 않은 경전을 번역하거나 일상의 참선 여가에 밝혀준 법문 등을 출간하여 부처님의 심안(心眼)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여 그 어느 사람도 범접할 수 없는 금상첨화의 법보를 남겨주셨다. 이를 통하여 수많은 대중에게 불법을 이해하고 깊은 신심을 심어준 공덕은 현세에도 미래에도 다시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처럼 여천 큰스님의 간행은 여느 번역서와 다른 면목을 갖춰 상계(像季) 시대의 진벌(津筏)이 되어주었으나 장구한 세월을 간행됨으로써 이를 하나로 묶어보는 데 불편한 점이 없지 않았다. 이런 우려를 풀어주고자 금번에 수많은 경전과 어록, 그리고 일상의 수상록 등 가운데 30여 책을 정선하여 전집으로 마련하고자 하는 바, 이는 진정 아름다운 옥 가운데 더욱 빛나는 화씨벽(和氏璧)처럼 찾아보기 힘든 삼세의 귀중한 보배라 할 것이다.

 

이는 종단의 경하스러운 일일 뿐 아니라, 사부대중의 어두운 눈을 밝혀주고 버벅대는 걸음에 힘을 실어주어, 모든 이들이 환희의 마음으로 부처님을 찾아 정토 연화세계에 다가설 수 있도록 마련해주신 일대쾌거이다.

전집의 간행에 즈음하여, 나의 작은 마음을 하나의 게송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괴걸제일대용상(魁傑第一大龍象)

홍련설하제불심(紅蓮舌下諸佛心)

감연쇠병무피염(堪憐衰病無疲厭)

총림양맥아수심(叢林兩脈阿誰尋)

 

훤칠함 으뜸이신 용상대덕

붉은 연꽃 혀에 피어나는 제불의 마음

편치 못한 몸으로 피곤 잊으신 공덕

총림의 선맥 강맥 그 누구에 찾아볼까

 

오대산(五臺山) 후학(後學) 혜거(慧炬) 합장(合掌) 재배(再拜)

 

 

사진 / 20241104 화엄전, 붉은 글씨는 제가 좋아서 밑줄 그은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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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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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무량화* | 작성시간 24.12.02 혜거스님의 게송
    감동입니다._()()()_


  • 작성자自明華 | 작성시간 24.12.02 고맙습니다. _()()()_
  • 작성자선정월 | 작성시간 24.12.02 _()()()_
  • 작성자여연행 | 작성시간 24.12.02 _()()()_
  • 작성자자인월 | 작성시간 24.12.03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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