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허사상 한국학을 말하다.
14회 華嚴 四法界와 禪의 나침반 - 3
선문염송에 이와 같은 고측들이있습니다.
유명한 방거사 일가족의 일화를 보시겠습니다.
龐居士坐次(방거사좌차)에, 방거사가 앉았다가,
問靈照云(문영조운)하되, 영조인 딸에게 물어서,
방거사는, 방거사부인도 도인이고 딸인 영조도 도인입니다.
일가족이 다 도인입니다. 늘 서로 거량을 합니다.
古人이 道하되, 고인이 말하되,
明明百草頭(명명백초두)에
明明祖師意(명명조사의)라하니, 밝고밝은 100풀끝 가운데,
“100가지 풀 끝에 밝고밝은 조사의 뜻이로다.”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무슨 뜻입니까?
‘100가지 풀 끝에, 100가지 풀 끝마다 하나하나의 조사의 뜻이 다 담겨
있다.’
이것이 뭡니까?
화엄 四法界로 말하면 뭐겠습니까?
이것이 事法界지요. “삼라만상 두두물물이 진리 아님이 없도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저기에 있는 “시계든ㆍ칠판이든ㆍ물컵이든ㆍ책이든ㆍ삼라만상 두두
물물이 조사의 뜻이 아님이 없도다. 전부다 다 진리의 세계 아님이 없
도다.” 하는 이것이 事法界입니다.
지금 방거사가 딸인 영조에게 事法界를 한 마디 읊었습니다.
你作生會(니작생회)오한대,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이랬더니, 영조가 이렇게 얘기합니다.
照云하되,
這老漢(자노한)이 頭百齒黃(두백치황)하야
作這箇見解(작자개견해)로다하니,
“이 늙은이가 (아버지에게 “이 늙은이가,” 老漢이라면 친근하게 얘기
하는 겁니다.) 머리가 허~~얘지고 이빨이 누~~래져 가지고는 이와
같은 견해만 내는가?”
아버지한테 “늙어가지고 견해가 그렇게 밖에 안 돼요?” ←이렇게 하는
겁니다. 그랬더니
士云하되, 방거사가 얘기합니다.
你作麼生(니작마생)고한대, 그러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고?
“네가 진리의 말을 읊어봐라. 한 마디 해봐라.” 이랬거든요.
그랬더니
照云하되, 영조가 말하기를
明明百草頭에 明明祖師意로다.
“밝고밝은 100가지 풀 끝에 밝고밝은 조사의 뜻입니다.”
이렇게 얘기합니다. 아까하고 똑같이 얘기한 것 아닙니까?
지금 이 얘기가 무슨 얘기냐? 무슨 얘기겠습니까?
아버지하고 똑같이 얘기했는데요.
明明百草頭에 明明祖師意! ←이것이 “쓸데없는 법을 설한 것이 아니
라는 말입니다. 뭐냐?
“이 노인이, 이 늙은이가 머리가 허얘지고 이빨이 누래질 때까지 그와
같은 견해 밖에 못냅니까?” 라고 하는 것이, 이것이 법입니다.
이 자체가 理法界입니다.
진리를 “진리”라 그러고,
“풀 끝에 조사의 뜻이 있다.” 라고 하는 말을 부정하는 것 아닙니까?
금강경에서 말하는 卽非(즉비)의 세계입니다.
풀 끝이 어디 있으며, 진리가 어디 있습니까?
조사가 어디 있고, 밝고밝은 것이 어디 있습니까?
理法界의 세계에서 어둡고 밝은 것이 어디 있습니까?
“그 말 틀렸다.” ←이렇게 얘기하는 자체가,
부정하는 자체가 바로 理法界입니다. 理法界로 딱 던져 놓으니까,
“그럼 네가 한 마디 일러봐라.” 아버지인 방거사가 그랬거든요.
그랬더니 “明明百草頭에 明明祖師意로다.” 아버지하고 똑 같은
事法界의 소식을 얘기한 것이지요.
아버지는 事法界만 얘기 했는데요.
영조는 아버지를 부정하는 理法界를 내세우고, 다시 아버지와 똑같은
事法界를 하니까 영조는 이사무애법계가 된겁니다.
방거사와 영조의 일화 ←이 정도의 내용이면,
理法界ㆍ事法界ㆍ이사무애법계가 다 드러났다고 보는 겁니다.
좀 이해가 되시겠습니까?
그러니까 화엄에 능하면요?
조사어록에 있는 많은, 선어록에 있는 많은 공안들이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것이지요.
교학에 밝으면 선에서 화두에 의심가는 것이 적어지는 그런 경향이 나
타나게 됩니다. 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