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허사상 한국학을 말하다.
3회 한국학과 탄허학 – 5
그래서 앞으로 한국학이라고 하는 영역에서 다방면에 걸쳐서
연구가 있어야 되겠고, 그 하나의 시도로서
‘우리 불교계에서는 탄허스님의 사상을 한국학의 영역으로 좀 발전
시켜서, 이를 통해서 우리가 우리 자신을 좀 알고,
한국의 사상과 문화라는 것에 대해서 좀 공부를 해볼 필요가 있겠다.’
이런 의미를 담기 위해서 “탄허사상 한국학을 말하다.” ←이런 제목을
붙여본 것입니다.
제가 왜 이런 문제 의식을 가지고 생각을 하게 됐느냐?
물론 제가 어려서 한학을 하고 동양학을 했지만,
저라고 해서 처음부터 이 동양학ㆍ한국학만 좋았던 것은 아니겠지요.
20대 때에 많은 서양 철학을 읽었고, 아주 극변하는 세계를 보면서
현실들을 파악하기 위해서 다양한 독서를 했었습니다.
제가 군대에 갔다와서 스물 다섯 살 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제가 그때 보고 있었던 것이, 주로 관심 있었던 것이 실존주의 철학이
었습니다. 그래서 키에르케고르라든지 하이데가라든지 이런 책들을
많이 보는데, 그때 당시는 니체 책을 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라는 책을 보고 있었는데요.
동양학ㆍ한학을 하신 우리 선친께서 제가 읽는 책을 보시더니,
“먹을 갈아라.” 그러시더라고요. 제가 멋모르고 먹을 갈았지요.
먹을 갈면 뭘 한 글자 써 주시려는 것이지요. 그래서 먹을 갈았더니
쓰시는 말씀이,
“棄却甛桃樹(기각첨도수)하고 巡山摘醋梨(순산적초리)로다.”
우리 지금도 씁니다.
棄却한다 = 버린다. 甛 = 달 첨. 桃樹 = 복숭아 나무.
巡山 = 산을 돌아다닌다. 摘 = 딸적. 醋梨 = 돌배.
“棄却甛桃樹요 巡山摘醋梨로다. = 우리 집의 단 복숭아 나무는
버려두고 온산을 돌아다니면서 돌배를 따고 다니는구나.” 하는 글이
됩니다.
‘우리에게 아주 좋은 한국의 학문들!ㆍ사상들!
동양학의 좋은 사상들이 다 있는데,’
특히 저의 집은 家學(가학)으로 내려오고 있었는데요.
‘너는 좋은 복숭아 나무는 버려두고 온산을 돌아다니면서 돌배를 따러
다니느냐?’ 하는 그런 뜻이 되겠습니다.
棄却甛桃樹(기각첨도수)요 巡山摘醋梨(순산적초리)로다.
이것이 저의 좌우명이 됐습니다.
그때 이후로 저는 동양학에 더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되었고,
서양 철학을 보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알기 위해서 봤지, 마음의 중심은,
저의 문제 의식은 항상 동양사상에 있었습니다.
棄却甛桃樹요 巡山摘醋梨로다. ←이 말씀을 적어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이것이 원래는 중국의 주자라고 하는 분이,”
신유학이라고 그러잖아요?
남송시대 때는 전 지식인들이 전부 불교에 심취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한족이라고 하는 주자가 한학적 전통. 중국학이라는
영역에서 봤을 때, 불교는 인도 것 아닙니까? 그래서 외래학문이라는
말이지요.
‘우리(중국)에게 좋은 儒學을 비롯한 학술이 있는데,
왜 외국에서 들어온 불교에만 심취해 있느냐?’ ←이런 뜻을 가지고
주자가 儒學을 새롭게 재편하면서 성리학, 주자학이라고 하는 시스템을
만들면서 했던 말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서 주자는 어렸을 때 불교 공부를 했었습니다.
주자가 불교 공부를해서 열아홉 살 때 이미 과거시험 볼 때,
우리로 보면 생원 진사과로 가는 첫 시험들인 소과시험 볼 때,
“道謙(도겸)선사”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道謙선사라고 하는 분의 말씀 내용을 가지고 과거시험에 합격했다는
그런 내용이 주자 어록에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