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허사상 한국학을 말하다.
3회 한국학과 탄허학 – 6
도겸선사라는 분은 대혜종고스님의 제자입니다.
그래서 대혜종고스님의 서장에 보면 도겸선사가 나옵니다.
도겸선사에게 주자가 공부를 배운 바가 있었고,
주자는 어려서 대혜종고스님의 서장을 항상 가방에 넣고 다녔다는
얘기들이 있을 정도로 불교공부를 많이 했지요.
그러다가 주자가 26세 정도 됐을 때,
李延平(이연평)이라고 하는 스승을 만나서 완전히 불교를 버리고
유학으로 들어가는 계기가 됩니다. 그리고 나서 나온 말들이
棄却甛桃樹(기각첨도수)요 巡山摘醋梨(순산적초리)로다. ←이런
말들이지요.
주자학적인 내용에 보면, 성리학에 보면 불교의 禪과 화엄과 같은
내용들이 방대하게 녹아져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냥 쉽게 “불교를 버려라.” 고 할 수가 없겠지요.
불교의 기본적인 소양을 갖춘 지식인들이 그것과 함께 유교로 들어오기
위해서, 다시 유교로 돌아가기 위해서 원시 유학, 예전에 있던 유학 체계가
아닌, 새로운 불교를 포함하고 있는 유학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棄却甛桃樹요 巡山摘醋梨로다. ←이렇게 됐을 겁니다.
그래서 棄却甛桃樹요 巡山摘醋梨로다. ←이 한 구절이,
“주자에게서 나왔다.” 그리고 저의 선친께서 하시는 말씀이 두 번째
“퇴계선생이 이 말씀을 쓰신 바가 있다.” 누구에게 썼느냐?
“안도”라는 손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 안동의 도산서원에 정말 기라성과 같은 제자들이 공부
하러 많이 퇴계선생에게 왔어요.
그런데 손자께서는 아마 바깥에 공부를 하러 다니셨든가 봅니다.
그래서 棄却甛桃樹요 巡山摘醋梨로다. ←이 글을 써 줬다는 겁니다.
“우리 집에 이런 좋은 복숭아 나무가 있는데, 온산을 돌아다니면서
돌배를 따러 다니냐?” 이런 말을 썼다는 것이지요.
그러시면서 저보고 하시는 말씀이,
“이것이 내가 너한테 쓰는 세 번째.
네가 서양 철학 보고 있어서 써주는 말이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면서
저~~ 구절을 써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저는 저 구절이 어떻게 보면 인생의 큰 방향을 설정해서 나가게
되는, 저에게는 좌우명 같은 구절이 되는데요.
제가 출가를 해서 이렇게 보니까 저 구절이 단순하게 보이지 않았습니
다.
제가 禪공부를 해보니까 저것이 우리 선의 근본정신과도 똑같은,
똑같은 내용이 되는 겁니다.
‘우리는 부처를 밖에서 찾고 있는 경우가 있다. 우리의 근본부처를
바깥에서 찾고 있는 것 아니냐? 우리 자성자리ㆍ불성자리ㆍ본래면목
은 우리에게 다 갖추어져 있는데, 온산을 돌아다니면서 부처를 바깥에
서 찾고 있는 것 아닌가? 진리를 밖에서 찾고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 게송이 단순하게 주자학의 게송ㆍ유학의 게송이 아니라,
우리 선 공부하는 불교의 모든 공부에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러다가 “선문염송”을 보니까 복숭아꽃을 보고 깨친 스님이 계셨습니
다. 중국의 “靈雲 志勤(영운지근)선사” 라고 해서 이 분이 위산스님의
제자입니다.
“위앙종” 이라고 하는 위산스님의 제자인데요.
이 분께서,
三十年來尋劍客(30년래심검객)이
30년 동안 칼을 찾아 다니던 나그네가
幾回落葉幾抽枝(기회낙엽기추지)ㄴ고
얼마나 낙엽이 떨어지고 얼마나 나무의 가지가 솟아났던가?
‘30년 동안 道를 찾아서 수행을 했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自從一見桃花後(자종1견도화후)로
한 번 복숭아꽃을 본 이후로
直至如今更不疑(직지여금갱불의 )라
지금까지 다시금 의심이 없었다.
봄에 복숭아꽃을 보고 깨달음을 얻으신 겁니다.
그러니까 그래서 뭐냐 그러면 “見道(견도)와 悟道(오도)다.”
靈雲스님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