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강원을 졸업하던 해에, 다른 절에 가지 않고 곧장 해인사 선방에 방부를 들였다.
성철스님께서 백련암에서 법문을 하러 큰절로 내려오시면 ‘현지시자’를 자초했다.
방에 불도 때 드리고, 물도 준비해 드리고, 청소도 해 드리면서 시봉을 했다.
곁에서 큰 스님의 향기를 조금이라도 맡고 싶었다. 덕분에 백련암에 있는 장경각이라는
스님의 개인 도서관도 구경할 수 있었다. 성철스님은 세상의 모든 지식들을 흡수하고
계신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그리고, 성철스님이 상좌들과 다른 스님네들을 어떻게 다르게 훈련시키는지도 배웠다.
무비스님이 <이광수 전집>을 사서 애지중지하며 도반들과 돌려봤고, 법정스님 문하에서 문학 공부도 하고 글쓰는 법도 배웠으며, 대학 앞 헌책방에서 신입생들이 공부하는
교양과목들의 개론서들을 모조리 사와서 읽기도 한 것은 습자지처럼 온 세상의 지식을
흡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진리인 불법을 지금 이 세상에서 잘 통하는 말로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일에 진전이 컸다.
다양한 외부적인 공부 중에도 무비스님은 언제나 선어록과 경전들을 끼고 살았다.
이 오래된 가르침들이 어떤 선지식보다 훌륭한, 상설변설하는 선지식이라는 것을
일찍이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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