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5조 홍인대사
(1)
제5조 홍인스님(弘忍大師, 601∼674)의 성은 주(周)씨며, 태어난 곳은 호북성(湖北省) 황매현(黃梅縣)이다. 그의 어머니가 임신하였을 때 광체가 하늘로 솟았는데 태어나면서 영리하여 신동이라는 말을 들었다.
동네 사람들은 그를 무성(無性)이라고 불렀는데 하루는 4조 도신스님이 황매현으로 볼일이 있어 가던 중 길에서 무성이를 만났다.
남달리 빼어나고 총명해 보이는 아이에게 물었다.
"너의 성이 무엇이냐?"
어린애가 대답했다.
"성은 있으나 보통 성이 아닙니다."
"그게 무슨 성인데,,,?"
"불성입니다."
"너는 성이 없다는 말이냐?"
"예, 불성은 공하기 때문입니다."
무성(無性)이란 성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이는 성이 없다는 것은 공(空)하다는 것이며 비어 공한 것이 바로 불성이므로 자신의 이름을 불성이라고 7세의 어린이 무성이가 대사의 물음에 천연스럽게 대답했던 것이다.
도신은 그 아이가 큰 법의 그릇이 될 것임을 알고는 부모를 찾아가서 무성이를 불제자로 삼고 싶다는 청을 했는데 아이의 부모도 아이가 남달리 총명하고 특별한 영성을 익히 알고 있었으므로 대사의 뜻에 gms쾌히 허락했다. 도신대사는 어린 무성이를 절로 데리고 와서 머리를 깎이고 불명을 홍인이라 지어주었다.
홍인은 전생에 신선도를 공부하였다고 한다. 그는 나이 70세에 4조 도신대사가 쌍봉산에 주석하여 법을 펴고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4조는 노인을 만나보고 그가 안목은 매우 훌륭하지만 법을 전하기에는 너무 늙어서 법을 전해도 오래 펼칠 수 없으므로 몸을 바꾸어서 다시 찾아오라고 했다.
그는 알았다고 공손히 인사를 올리고 그 길로 산을 내려오는데 마을 어귀의 냇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주씨 성을 가진 처녀를 만났다.
노인은 처녀에게 공손하게 부탁했다.
"날이 저물어서 그러니 낭자의 집에서 좀 쉬어 갈 수 없겠소?"
처녀가 대답했다.
"저의 집에서 쉬고 가시는 것은 괜찮으나 부모의 승낙을 받아야 합니다."
노인은 처녀의 태 속에서 아기로 태어날 생각으로,
"부모님 생각은 말고 낭자의 생각만 말해 주시구려."
라고 간절하게 쉬어가기를 거듭 부탁했다.
범상치 않는 노인의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그는 쉬어갈 것을 허락했다. 그리하여 노인은 처녀의 태 속에 들었으니 홍인의 아버지는 따로 없다.
그리하여 홍인조사가 오랫동안 주석하여 대중을 가르치던 오조사(五祖寺)에는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는 성모전(聖母殿)이 있다. 이 성모전은 홍인 조사의 어머니를 모신 곳으로 동정녀의 몸에 들어서 잉태한 것을 기리기 위함이라고 한다. 언젠가 한겨레신문의 주관으로 고우스님이 일행들과 홍인스님이 주석하였던 오조사에 들려서 본 풍경을 그대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성모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으니 성모전은 분명하게 존재하는 것 같다.
5조 홍인대사의 전생에 대한 이야기는 그의 스승인 4조 도신대사의 일화와 비슷한데 스스로 잉태를 하였든, 부모가 만들어 준 자리에서 몸을 받고 태어났든, 인연에 따를 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숭배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닐 것이다.
아무튼 전생부터 특별한 사연이 있는 법기인 때문인지 홍인은 스승 도신의 가르침을 한번 듣고 알아들어 두 번을 다시 질문하는 일이 없었다. 걷거나, 앉거나, 일상생활에 모든 것이 진리를 배우고 실천하는 장소로 생각하여 말과 행동이 바르고 법에 어긋남이 조금도 없었다.
후에 홍인은 4조 도신의 법을 이어 5대 조사가 되었다.
그의 문하에는 승 속을 가리지 않고 항상 많은 대중들이 찾아와서 가르침을 받았으니 머물며 배우는 대중의 수가 칠백에서 천여명에 이르렀다.
(2)
어느 날 나무꾼 혜능이 홍인대사를 찾아와서 절을 올렸다. 오조는 작은 체구에 볼품이 없는 변방 나그네의 인사를 받으며 물었다.
"그대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 "
"불법을 구하고자 신주에서 왔습니다."
"영남사람은 오랑케니 불성이 없느니라."
"남쪽사람과 북쪽사람은 있겠지만 어찌 불성에 남쪽과 북쪽의 차별이 있겠습니까?"
대사는 혜능의 대답에서 큰그릇임을 알았지만 짐짓 모른 체하고 사람을 시켜 방앗간에서 일을 하게 하였다.
혜능이 방앗간에서 일을 하던 여덟 달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하루는 5조가 대중들에게 한사람도 빠짐없이 다 모이라 하고는 대중 앞에서 말했다.
"바른 법은 듣기 어렵고 거룩한 모임은 만나기 어렵다. 여러분은 오랫동안 내 곁에 있으면서 공부하며 느끼고 체험한 것을 남의 흉내를 내지 말고 각자 글로 써서 가지고 오라. 깨달은 자에게는 나의 법과 부처님 가사를 전하리라."
하고 선언했다.
홍인 스님의 문하에는 승속을 포함하여 천여 명의 대중이 수행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 신수가 가장 뛰어나서 5조를 대신하여 대중들을 지도하곤 했다. 그러므로 대중이 생각하기에 당연히 신수가 홍인대사의 법을 이어 받을 것이며 그러면 자신들은 신수에게서 가르침을 받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의논하여 아무도 글을 바치는 사람이 없었다.
교수사인 신수는 대중이 글을 써 올리지 않는 뜻을 알고 자신이 고심하여 글을 썼다. 그는 글은 차마 스승께 가져가지는 못하고 아무도 모르는 한 밤중에 대사의 방 앞 복도 벽에 붙여놓았다.
몸은 보리의 나무요
마음은 밝은 거울이다
부지런히 털고 닦아
먼지가 묻지 않도록 하라.
홍인스님은 화공 노진에게 대사의 방 앞 복도에 가사와 법을 전수하는 그림인 <능가변상>을 그리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아침에 신수의 글을 보고 읽고 나서 화공 노진에게 돈 삼만 냥을 주면서 금강경에 말씀하시기를 무릇 모양 있는 모든 것은 다 허망하다 하였으니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이 게송을 그대로 두어서 미혹한 사람들로 하여금 외우게 하여 이를 의지하여 수행하여 삼악도를 면하게 함만 못할 것이라고 말하며 돌려보냈다.
대사는 문인들을 다 불러모아 놓고 게송 앞에 향을 사루게 하니 사람들이 글을 보고 모두 공경하는 마음을 내므로 오조스님께서 말했다.
"모두 이 게송을 외우라. 이에 의지하여 수행하면 타락하지 않을 것이며 자성을 볼 것이다." 그리고 신수를 조용히 방으로 불러서 물었다.
"벽에 써놓은 글이 그대의 글인가?"
"예, 부끄럽습니다. 저의 글이 온데 법의 근처에는 닿았는지 궁금합니다."
"네 글은 문 앞에는 이르렀지만 아직 문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했구나. 문안으로 들어와 확실하게 보아야 하니 돌아가서 다시 글을 써 가지고 오너라."
스승의 명을 받들고 나왔지만 신수는 좀체 글을 쓰지 못하고 날짜만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 신수의 시를 큰소리로 외우며 방앗간을 지나가는 동자를 보고 혜능은 무슨 글인지 물었다.
혜능은 동자에게 자초지종의 이야기를 듣고 글을 쓴 곳까지 안내를 받아 갔다. 혜능은 글에 예배를 하고 나서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에게 읽어주기를 청했다. 글을 경청하고 나서 그는 글자를 모르므로 글을 아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자신의 시를 벽에 적게 하였다.
깨달음에는 본래 나무가 없고
밝은 거울에는 받침대가 없네.
본래 한 물건도 없는데
어느 곳에 티끌과 먼지가 묻으리오.
신수의 시 옆에 혜능의 시를 써놓았는데 사람들은 혜능의 시를 알아보지 못하고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하므로 그는 방앗간으로 돌아갔다. 그 때 홍인스님이 지나다가 혜능의 글을 보았다.
대사가 생각하기에 이 글이 32살 노행자의 것임을 직감하고는 아무도 모르게 방아를 찧는 혜능을 찾아가서 말했다.
"수고하는구나. 방아는 다 찧었느냐?"
"쌀을 찌은 지는 이미 오래되었지만 아직 키질을 못했습니다."
대사는 주장자로 방아를 세 번 쿵쿵 두드리고 돌아가므로 헤능은 그 날 밤 3경에 홍인대사를 찾아뵈었다.
아무도 모르게 한 밤중에 찾아온 혜능에게 금강경을 설하여 주었는데 대사의 금강경 해설함을 듣고 그는 비로소 쌀의 키질을 완성했다.
이에 홍인은 법의 신표로 가사를 건네주고 게송을 내렸다.
유정이 와서 씨앗을 뿌리니
원인의 땅에 스스로 태어나며
무정은 이미 씨앗이 없으니
마음도 없고 태어남도 없노라.
대사는 게송을 내리고 혜능에게 말했다.
"내가 3년 후에 열반에 들 것인데 사람들이 그대를 시기하여 해치는 자가 있을까 염려되는구나, 그러니 그대는 당분간은 법을 펴지 말고 숨어 지내거라."
"네 알았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의 금란가사는 계속 전해야 합니까?"
혜능이 물으매 홍인이 대답했다.
" 가사를 전한 뜻은 사람들이 믿지 않을까 해서인데 앞으로 도를 얻는 이가 황하의 모래와 같으리니 이 가사는 그대에게서 멈추어라, 그것 때문에 변고가 생길까 두려우며 더구나 달마대사께서 '한 꽃에 다섯 잎이 피니 저절로 열매가 맺으리라.' 예언하셨으니 가사를 전함은 그대에서 끝나야 한다."
다음 날 홍인대사는 아무도 모르게 혜능과 함께 강가로 나와 작은 배에 올랐다. 5조의 문하에서 오랫동안 수학한 신수가 학문으로는 혜능보다 월등했다 그러나 불법은 문자가 나오기 이전의 소식이므로 나무꾼인 혜능이 능히 법을 이어 받게 되었다.
스승은 제자를 위하여 노를 저어 강을 건너는데 혜능이 스승에게 말하길,
"모를 때는 스승에 의지하여 강을 건너지만 이제 제가 법을 알았으니 마땅히 스승을 위하여 제가 노를 젖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스승에게 노를 받아서 생사의 강을 건너가므로 스승은 흐믓하게 제자를 바라보았다.
혜능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돌아온 홍인은 며칠이 지나도록 아무런 말씀이 없었다. 나흘 째 되는 날, 도통 문밖을 나서지 않는 스승을 이상하게 여긴 대중들이 대사의 방으로 찾아와서 설법해 줄 것을 간청했다.
법을 설해줄 것을 청하는 대중에게 홍인대사가 말했다.
"나의 법은 남쪽으로 갔느니라."
"누가 법을 전해 받았습니까?"
"능한 이가 얻었느니라."
능한이를 생각해보니 혜능이 보이지 않는지라 그가 가사와 법을 가지고 간 것으로 알고는 칠백 명의 대중들이 가사와 법을 빼앗기 위해 그의 뒤를 쫓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