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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운 사 동 정

수효사 성일스님 시 (깨달음의 노래)

작성자혜명스님|작성시간26.06.18|조회수22 목록 댓글 0

 

 

처음 숨 오늘 걸음

 

나는 아직 피어나지 못한 한 알의

씨앗이었습니다.

설 힘도, 말할 힘도 스스로 밝힐

지혜도 없었습니다.

 

그러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보이지 않는

자비의 바람이었습니다.

 

내가 건넜다고 여긴 강마다

내힘으로 건넌 물결은 없었고

 

내가 깨달았다고 여긴 순간마다

가르침은 이미 내 곁에 와

있었습니다.

 

이제야 알겠습니다.

 

무지(無知)의 어둠에서 오늘의

여실(如實)의 빛에 이르기까지

한생을 이끌어 온 것은 나의 재주가

아니라 수많은 인연과 자비였음을.

 

빈손을 모아 조용히 고개를 숙입니다.

거친 말을 내려놓으니 법음이 들리고

급한 걸음을 멈추니 비로소 도량(道場)

보입니다.

 

오늘도 이 귀한 인연을 받들어

한걸음은 감사로, 한걸음은

정진으로

부처님의 가신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의 휴식

 

말이 다 떨어진 뒤에야

비로소 들리는 바람 소리

 

생각이 다 쉬어간 뒤에야

비로소 보이는 창공

 

버릴 것도 없고

가질 것도 없는 자리

 

나라는 이름마져 내려 놓으니

 

오는 것도 오고

가는 것도 가네

 

텅 빈 줄 알았더니

온 우주가 들어와 앉고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더니

평온만 가득하네.

 

거울은 비추되 붙잡지 않고

%의 고요 속에 말없이 있네

 

바람이 머물다간 손수건

 

인연에 바람이 방향을 바꾸고

서로의 손을 놓아야 할 때

 

어떤이는 원망에 먼지를 털어내고

어떤이는 날선말로 생채기를 남깁니다.

 

돌아보니 우리가 인연이라 불렀던 것은

가만히 펼쳐진 한 자락 하얀 무명천 위에

잠시 머물다간 바람의 흔적일 뿐,

 

이제 팽팽했던 감정의 매듭을 풀고

비방도 칭송도 없는 고요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올때도 빈손이요 갈때도 빈손인데,

무엇을 더 얹어두고 무엇을 아쉬워하리까!

 

본래부터 텅 비어 물들것이 없는 이 마음에

인연이 왔다간들 인연이 떠나간들

돌아서 가는 길

남겨진 발자국조차 바람에 쓸려가니

담담한 평온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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