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숨 오늘 걸음
나는 아직 피어나지 못한 한 알의
씨앗이었습니다.
설 힘도, 말할 힘도 스스로 밝힐
지혜도 없었습니다.
그러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보이지 않는
자비의 바람이었습니다.
내가 건넜다고 여긴 강마다
내힘으로 건넌 물결은 없었고
내가 깨달았다고 여긴 순간마다
가르침은 이미 내 곁에 와
있었습니다.
이제야 알겠습니다.
무지(無知)의 어둠에서 오늘의
여실(如實)의 빛에 이르기까지
한생을 이끌어 온 것은 나의 재주가
아니라 수많은 인연과 자비였음을.
빈손을 모아 조용히 고개를 숙입니다.
거친 말을 내려놓으니 법음이 들리고
급한 걸음을 멈추니 비로소 도량(道場)이
보입니다.
오늘도 이 귀한 인연을 받들어
한걸음은 감사로, 한걸음은
정진으로
부처님의 가신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의 휴식
말이 다 떨어진 뒤에야
비로소 들리는 바람 소리
생각이 다 쉬어간 뒤에야
비로소 보이는 창공
버릴 것도 없고
가질 것도 없는 자리
나라는 이름마져 내려 놓으니
오는 것도 오고
가는 것도 가네
텅 빈 줄 알았더니
온 우주가 들어와 앉고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더니
평온만 가득하네.
거울은 비추되 붙잡지 않고
ㅇ%의 고요 속에 말없이 있네
바람이 머물다간 손수건
인연에 바람이 방향을 바꾸고
서로의 손을 놓아야 할 때
어떤이는 원망에 먼지를 털어내고
어떤이는 날선말로 생채기를 남깁니다.
돌아보니 우리가 인연이라 불렀던 것은
가만히 펼쳐진 한 자락 하얀 무명천 위에
잠시 머물다간 바람의 흔적일 뿐,
이제 팽팽했던 감정의 매듭을 풀고
비방도 칭송도 없는 고요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올때도 빈손이요 갈때도 빈손인데,
무엇을 더 얹어두고 무엇을 아쉬워하리까!
본래부터 텅 비어 물들것이 없는 이 마음에
인연이 왔다간들 인연이 떠나간들
돌아서 가는 길
남겨진 발자국조차 바람에 쓸려가니
담담한 평온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