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연습장 레인지에 서면 문득 제가 발을 딛고 있는 이 땅의 인연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이곳 교회에서 만나는 한국인 열 명 중 여섯은 묵묵히 제 몫의 사명을 다하는 선교사님들입니다.
제가 아는 두 분의 선교사님 역시 그러하십니다.
그분들은 2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캄보디아에 뿌리를 내리고, 주재원들의 자녀들이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 한국의 교육 과정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해 주는 귀한 일을 해오셨습니다.
늘 엄숙한 삶을 살 것만 같은 분들이지만, 필드 위에서만큼은 둘도 없는 골프 매니아이자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십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은 저와 골프가 만나는 약속의 시간입니다. 화요일은 골프 독학의 시간이고, 목요일은 반가운 멤버들과 어울려 땀을 흘리는 소통의 시간이지요.
오늘 화요일은 홀로 연습장에 들어섰습니다.
묵직한 드라이버와 손때 묻은 7번 아이언을 번갈아 잡고, 오늘은 과감히 '자세'라는 마음의 부담에서 벗어나 보기로 했습니다.
오직 '휘둘러치기' 하나에만 집중하며 거침없이 채를 던졌습니다.
신기하게도 몸에 힘을 빼고 그저 휘두르기만 했을 뿐인데, 공은 평소보다 훨씬 더 멀리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습니다.
비거리가 늘어난 기쁨도 잠시, 사방으로 제각각 날아가는 공들을 보며 이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멀리 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방향이구나 싶어, 공을 똑바로 보내기 위해 다시금 마음을 고르고 타석에 섰습니다.
이어 우드와 4번 아이언을 꺼내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욕심을 비우고 부드럽게 '쓸어치기'로 했습니다.
비거리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오로지 똑바로 보내는 것에만 온 신경을 모았습니다.
칠 때마다 공의 방향은 여전히 달랐지만, 몰입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공이 곧게 뻗어 나가는 횟수가 늘어났습니다.
그 정직한 구질을 바라보는 순간, 가슴 한구석에 잔잔한 희열이 차올랐습니다.
골프장에서 많은 기술을 가르쳐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계시지만, 제 기술 습득이 워낙 느리다 보니 늘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골프가 참 어렵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잘 배워가기로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처음에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는 나약하기 그지없습니다.
단단한 바위를 깨뜨리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지요.
하지만 그 가녀린 물방울이 멈추지 않고 매일 같은 자리에 떨어지면, 먼 훗날 마침내 거대한 바위에도 깊은 구멍이 뚫리는 법입니다.
제 골프 실력 역시 저 미련해 보이는 낙수(落水)를 닮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오늘의 스윙은 흔들리고 방향은 어긋났을지라도,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흘리는 땀방울이 멈추지 않는다면 저의 골프도 언젠가는 단단한 바위를 뚫고 저만의 올바른 길을 찾아가리라 믿습니다.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그렇게
나아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