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살며 생각하며

인연 2 - 천년지기

작성자행복한부자|작성시간26.06.16|조회수38 목록 댓글 0

인생의 길목에서 만난 동행(同行)
​돌아보면 저의 고등학교 시절은 그리 빛나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의 상위권 성적은 중학교에 올라서며 미끄러졌고, 뒤처진 발걸음으로 진학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맞지 않는 옷 같은 ‘이과’를 선택했습니다.
기초가 없는 수학과 과학 과목들이 늘 하위권에 맴돌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학업에 부대끼며 힘들 때 한 친구를 만났습니다.

자취방을 같이 쓰게 된 그 친구는 나와는 결이 달랐습니다. 문과를 선택한 친구는 그 시절 유행하던 ‘사당오락(四當五落)’을 몸소 실천하는 악바리였습니다. 학교 야간 자율학습실에서 먹고 자며 책과 씨름하는 친구를 보며 저도 자극을 받았지만, 도저히 그 지독함을 따라갈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대학을 포기하는 대신 공무원 시험 서적을 파고 들었습니다.
​길은 달랐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했던 시간은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친구는 당당히 대학에 진학했고, 나는 1년 뒤 스물한 살의 나이로 공직 생활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이후 친구는 ROTC를 거쳐 금융기관의 은행원으로, 나는 60세 정년을 꽉 채운 공무원으로 묵묵히 인생의 레일을 달렸습니다.
바쁜 삶에 치여 한동안 연락이 끊기기도 했지만, 퇴직을 5년 앞둔 무렵부터 저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다시 자석처럼 이끌렸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밥을 먹으며 식어 가던 우정에 불을 지폈고, 은퇴한 지금은 더없이 편안한 노후를 함께 바라보고 있습니다.

​ 캄보디아에서 손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곳의 일상은 평탄하지만, 때로는 지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외로울 틈은 없습니다. 매일 아침 주고받는 스마트폰 속 카카오톡 메시지가 두 나라의 거리를 단숨에 지워버리기 때문입니다. 친구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외향적인 사람이고, 저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정적인 사람이라 성향은 사뭇 다릅니다.

지금의 소박한 삶에 만족할 줄 알고, 매사에 꾸준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는 공통점을 가졌습니다. 인생의 가장 아프고 찬란했던 시절을 공유하고, 황혼의 길목에서도 여전히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곁에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제 인생은 충분히 따스하고 성공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진표의 천년지기 노래를 떠올리게 하는 친구입니다.

https://youtu.be/2OjXs2P5hkQ?si=c1hpH4gC5v0rgTf3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