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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인연 5 - 누님

작성자행복한부자|작성시간26.06.22|조회수28 목록 댓글 0

​보고 싶은 누님께,
​누님, 그간 별고없이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문득 누님과 함께 학교에서 근무하던 시절이 그리워져 이렇게 마음을 담아 편지를 보냅니다.

​학교라는 조직은 참 묘한 역학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과 이를 지원하는 '교육 행정'으로 명확히 나뉘니까요. 저는 행정실장으로서 행정실 직원들을 통솔하며 행정 지원 분야를 책임졌고, 누님은 교감 선생님으로서 교원들을 통솔하며 교육 지원의 입장에 계셨지요. 서로 다른 직종과 역할 때문에 어떤 사안에서는 입장 차이가 생겨 자주 갈등하는 것이 보통의 교감과 행정실장 관계입니다. 하지만 누님과 저는 달랐지요. 때로는 행정 문제로 의견을 조율하며 갈등하기도 하고, 때로는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다른 이들이 부러워할 만큼 유독 친하게 지냈습니다.

서로의 위치를 존중하며 마음을 터놓을 수 있었던 것은 돌이켜볼수록 참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2017년, 제 40년 재직 기간 중 가장 규모가 작았던 영월의 청령포초등학교로 전근을 갔을 때가 생각납니다. 6학급에 학생 수가 58명뿐이던 초소형 학교라, 이전에 근무했던 30학급 이상의 대단지 학교들과는 참 많이 달랐습니다. 행정실장으로서 가짓수는 많고 단순한 잡다한 업무들을 처리하느라 어떤 때는 근무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었지만, 아기자기한 멋이 있었습니다.
교직원이 얼마 되지 않으니 회식도 자주 하고 단합 모임도 쉽게 할 수 있어 참 정겨운 시간이었습니다.

​그곳에서 2년을 보내고 원주로 다시 전출하여 W여중을 거쳐 B중학교로 전근을 와보니, 바로 근처 B초등학교에 누님이 근무하고 계시더군요. 그때 얼마나 너무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덕분에 월 1회 정도는 꼭 만나 점심을 나눠 먹으며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고, 퇴직 후인 지금까지도 자주 만나 우정을 이어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같은 일반직 공무원들끼리도 살갑게 어울리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누님께서 직종이 다른 사람들과도 소통하며 잘 어울리시는 모습을 보면 언제나 신기하고 대단해 보였습니다. 사람들과 지내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하시는 누님의 따뜻한 성품 덕분이겠지요.

​제가 워낙 내성적인 성격이라 다른 사람과 깊이 사귀는 것을 잘하지 못하는데, 그런 제게 격의 없이 다가와 절친이 되어주신 누님에게 깊이 감사합니다. 누님이 계셨기에 제 공직 생활이 외롭지 않았고, 퇴직 후의 일상도 늘 든든합니다.
​캄보디아 생활 졸업 후 또 반갑게 만나 맛있는 식사 함께 나누기를 기대하며, 늘 건강하고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누님과 형님 내외분 고맙습니다.

​아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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