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十一畫]
假使百千劫, 所作業不忘. 因緣會遇時, 果報還自受.
가사백천겁, 소작업불망. 인연회우시, 과보환자수.
가사 백천겁일지라도, 지은 바 업은 잊지 못하나니.
인연을 회우할 때, 과보를 도리어 스스로 받느니라.
假有元非有, 假滅亦非無. 涅槃償債①義, 一性更無殊.
가유원비유, 가멸역비무. 열반상채①의, 일성갱무수.
가유는 원래 유가 아니며, 가멸도 또한 무가 아니로다.
열반과 상채의 뜻도, 일성이라 다시 다름이 없도다.
[註解] ①償債 : 빚을 갚음.
飢來要喫飯, 寒到卽添衣. 困時伸脚睡, 熱處要風吹.
기래요끽반, 한도즉첨의. 곤시신각수, 열처요풍취.
주림이 오면 밥 먹기를 요하고, 추위가 이르면 곧 옷을 껴입고,
곤할 땐 다리 뻗고 자고, 더운 곳에선 바람 불기를 요하노라.
莫戀淨潔處, 淨處使人傷. 莫戀快活處, 快活使人狂.
막련정결처, 정처사인상. 막련쾌활처, 쾌활사인광.
정결한 곳을 연모하지 말라. 정결한 곳이 사람을 상하게 하느니라.
쾌활한 곳을 연모하지 말라. 쾌활이 사람을 미치게 하느니라.
莫與心爲伴, 無心心自安. 若將心作伴, 動卽被心謾.
막여심위반, 무심심자안. 약장심작반, 동즉피심만.
마음과 더불어 반려가 되지 말라. 무심한 마음이 스스로 평안하니라.
만약 마음을 가지고 반려를 짓는다면, 움직이매 곧 마음의 속임을 입느니라.
莫行心處路, 莫坐無處功. 有無二俱離, 廓然天地空.
막행심처로, 막좌무처공. 유무이구리, 확연천지공.
심처의 길을 다니지 말고, 무처의 功에 앉지 말라.
유무를 둘 다 여의면, 확연하여 천지가 비느니라.
莫行心處路, 不挂本來衣. 何須正恁麽? 切忌未生時.
막행심처로, 불괘본래의. 하수정임마? 절기미생시.
심처의 길을 다니지 말고, 본래의 옷을 걸치지 말라.
어찌하여 바로 이러함을 쓰느냐? 생하지 아니한 때를 간절히 꺼려서이니라.
蛇飮水成毒, 牛飮水成乳. 智學成菩提, 愚學成生死.
사음수성독, 우음수성유. 지학성보리, 우학성생사.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을 이루고,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를 이루나니,
지혜로운 학문은 보리를 이루고, 어리석은 학문은 생사를 이루느니라.
欲得安身處, 寒山可長保. 微風吹幽松, 近聽聲逾好.
욕득안신처, 한산가장보. 미풍취유송, 근청성유호.
안신할 곳을 얻고자 한다면, 한산이 가히 길이 保障하리라.
미풍이 幽松에 불어, 가까이 들으매 소리가 더욱 좋아라.
下有班白人, 喃喃①讀黃老②. 十年歸不得, 忘却來時道.
하유반백인, 남남①독황로②. 십년귀부득, 망각래시도.
아래에 班白의 사람이 있어, 중얼거리며 황로를 읽도다.
十年을 돌아감을 얻지 못해, 올 때의 길을 망각했도다.
[註解] ①喃 : 재잘거림. ②黃老 : 黃帝와 老子. 道家의 책.
欲得恁麽事, 須是恁麽人. 旣是恁麽人, 何愁恁麽事?
욕득임마사, 수시임마인. 기시임마인, 하수임마사?
이러한 일을 얻고자 한다면, 반드시 이는 이러한 사람이라야 하고,
이미 이 이러한 사람이라면, 어찌 이러한 일을 수심하리오?
欲識解脫道, 諸法不相到. 眼耳絶見聞, 聲色鬧浩浩.
욕식해탈도, 제법불상도. 안이절견문, 성색료호호.
해탈하는 도를 알고자 한다면, 제법이 서로 이르지 않느니라.
눈과 귀에 견문이 끊겼거늘, 성색이 시끄럽게 호호하네.
欲曉未生時, 先須忘已生. 已生若不忘, 未生終不知.
욕효미생시, 선수망이생. 이생약불망, 미생종부지.
未生을 깨치려 한다면, 먼저 꼭 已生을 잊어야 하느니라.
이생을 만약 잊지 못하면, 미생을 마침내 알지 못하느니라.
理極忘情謂①, 如何有喩齊? 到頭霜夜月, 任運落前谿.
이극망정위①, 여하유유제? 도두상야월, 임운락전계.
이치가 지극하면 情謂를 잊나니, 어찌 제등한 비유가 있으랴?
마침내 서리 오는 밤의 달이, 움직이는 대로 앞 개울에 떨어졌도다.
[註解] ①情謂 : 情識과 言語.
果熟猨兼重, 山長似路迷. 擧頭殘照在, 元是住居西.
과숙원겸중, 산장사로미. 거두잔조재, 원시주거서.
과일이 익으면 원숭이도 겸해 무겁고, 산이 길면 迷亂한 길과 같도다.
머리를 들매 쇠잔한 비춤이 있나니, 원래 이 서쪽에 주거하였네.
雀來入瓶中, 以縠覆其口. 縠穿雀飛去, 識心隨業走.
작래입병중, 이곡복기구. 곡천작비거, 식심수업주.
참새가 와서 병 속에 들매, 비단으로써 그 주둥이를 덮었는데,
비단이 뚫어져 참새가 날아가듯, 식심이 업을 따라 달아나도다.
章公好學仙, 呂公好坐禪. 徐六①喩擔板②, 各自見一邊.
장공호학선, 여공호좌선. 서륙①유담판②, 각자견일변.
장공은 仙道를 배우기 좋아하고, 여공은 좌선을 좋아하였네.
서륙은 담판에 비유하나니, 각기 스스로 한쪽만 보더라.
[註解] ①徐六 : 虛擬的 인물이다. 野老나 村父로 이름[謂]은 맞지 않고, 張三李四의 일반의 사람을 이름이 합당하다 하였음. ②擔板 : 판자를 어깨에 메어 한쪽만 보는 편견을 말함.
情智何嘗異? 犬吠虵自行. 終南①的的意, 日午打三更.
정지하상이? 견폐사자행. 종남①적적의, 일오타삼경.
情과 智가 어찌 일찍이 다르리오? 개가 짖고 뱀이 스스로 행함이로다.
종남의 적적한 뜻이여, 대낮에 삼경을 침이니라.
[註解] ①終南 : 南山宗이니 중국 唐나라 道宣이 세운 율종. 도선이 終南山에 거주하였으므로 남산율종이라고도 함.
鳥窩①吹布毛, 紅日午方高. 趙王②因好劍, 合國人帶刀.
조와①취포모, 홍일오방고. 조왕②인호검, 합국인대도.
조와가 포모를 붊이여, 홍일이 정오에 비로소 높음이며,
조왕이 검을 좋아했기 때문에, 온 나라 사람이 칼을 찼도다.
[註解] ①鳥窩 : 鳥窠니 해설이 위에 있음. ②趙王 : 趙文王이니 설명이 위의 三千劍客에 있음.
處處逢歸路, 頭頭是故鄕. 本來現成①事, 何必待思量?
처처봉귀로, 두두시고향. 본래현성①사, 하필대사량?
곳곳에서 귀로를 만나고, 낱낱이 이 고향이로다.
본래 현성한 일을, 하필이면 사량을 기다리리오?
[註解] ①現成 : 現前成就.
逐日看經文, 如逢舊識人. 莫言頻有礙, 一擧一回新.
축일간경문, 여봉구식인. 막언빈유애, 일거일회신.
날마다 경문을 보나니, 마치 예부터 알던 사람을 만난 듯하네.
자주 막힌다고 말하지 말라. 한 번 들매 일회 새롭도다.
通達本法心, 無法無非法. 悟了同未悟, 無心亦無法.
통달본법심, 무법무비법. 오료동미오, 무심역무법.
본법의 마음을 통달하니, 법도 없고 비법도 없도다.
깨닫고 나선 깨치지 못함과 같나니, 마음도 없고 또한 법도 없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