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五畫]
可憐無限弄潮人, 畢竟還落潮中死.
가련무한롱조인, 필경환락조중사.
가련하다 무한한 농조하는 사람이여, 필경엔 도리어 조수 속에 떨어져 죽는구나.
可憐柳絮隨春風, 有時自西還自東.
가련류서수춘풍, 유시자서환자동.
가련하다 버들개지가 춘풍을 따라, 어떤 때엔 스스로 서이더니 도리어 스스로 동이로다.
可憐遊子①逐芳菲, 不覺紅塵蠧顔色.
가련유자①축방비, 불각홍진두안색.
가련하다 유자가 향기를 쫓느라, 불각에 홍진이 안색을 좀먹도다.
[註解] ①遊子 : 子는 助字. 곧 遊覽者.
可笑猿猴探白月, 不知眞箇有蟾蜍①.
가소원후탐백월, 부지진개유섬서①.
가히 우습구나 원숭이가 흰 달을 더듬느라, 진짜로 달이 있는 줄 알지 못하더라.
[註解] ①蟾蜍 : 두꺼비. 달의 별명.
可笑幻師逢幻物, 自看疑怖不知休.
가소환사봉환물, 자간의포부지휴.
가히 우습구나 幻師가 환물을 만나, 스스로 보면서 의심하고 두려워하며 쉴 줄을 알지 못하더라.
甲子乙丑海中金①, 丙寅丁卯爐中火②.
갑자을축해중금①, 병인정묘로중화②.
갑자와 을축은 해중금이며, 병인과 정묘는 노중화이다.
[註解] ①海中金 : 六十甲子에서 갑자 을축의 納音(오음을 六十甲子에 맞추어 오행을 나타내는 말. 갑자을축 해중금부터 서른 가지가 있음). 子는 북방의 푸른 바다이고 丑은 金의 무덤이니 바다 속 깊이 묻혀 있는 금이라는 뜻. ②爐中火 : 五行法으로 보아 丙寅生과 丁卯生은 火가 되기 때문에 혼인에 있어 相生 相克法으로 궁합을 봄. 火는 木이나 土와의 결합을 理想으로 함.
去路猶賒日已西, 可憐獨似喪家狗.
거로유사일이서, 가련독사상가구.
갈 길은 아직 멀고 해는 이미 서쪽인데, 가련하다 홀로 상갓집의 개와 같구나.
去路一身輕似葉, 高名千古重如山.
거로일신경사엽, 고명천고중여산.
떠가는 길에 일신은 가볍기가 잎과 같고, 高名은 천고에 무겁기가 산과 같다.
去歲嶺梅今歲落, 今年花發舊年枝.
거세령매금세락, 금년화발구년지.
거세의 영매가 금세에 떨어지고, 금년의 꽃이 구년의 가지에 피다.
巨靈擡手無多子, 分破華山千萬重.
거령대수무다자, 분파화산천만중.
거령신이 손을 들매 많은 게 없지만, 화산의 천만 겹을 分破하였네.
巨鼈莫負三山去, 留取蓬萊頂上眠.
거별막부삼산거, 유취봉래정상면.
큰 자라야 삼산을 지고 가지 말고, 머물러 둬 봉래산의 정상에서 자거라.
巨鼇飮盡滄溟水, 留得珊瑚對月明.
거오음진창명수, 유득산호대월명.
큰 자라가 창명의 물을 마셔 없애, 산호를 머물러둬 달 밝음을 대하였다.
古渡無人霜月冷, 蘆花風靜鷺鷥眠.
고도무인상월랭, 노화풍정로사면.
옛 나루에 사람이 없고 霜月은 찬데, 갈대꽃에 바람이 고요하고 해오라기가 잠들었네.
古佛與露柱相交, 新羅共占波①鬪額.
고불여로주상교, 신라공점파①투액.
고불과 노주가 서로 사귀고, 신라와 점파가 이마를 박치기하다.
[註解] ①占波 : 城名. 혹은 國名.
古佛位中留不住, 夜來依舊宿蘆花.
고불위중류부주, 야래의구숙로화.
고불의 위중에 정류해 머물지 않고, 야래에 의구히 갈대꽃에 잠들다.
古往今來謂之世, 八方上下謂之界.
고왕금래위지세, 팔방상하위지계.
고왕금래를 世라고 이르고, 팔방상하를 界라고 이른다.
古往①不知何處去? 後夜②依前月到窗.
고왕①부지하처거? 후야②의전월도창.
고왕은 어느 곳으로 갔는지 알지 못하지만? 後夜에 의전히 달이 창에 이르다.
[註解] ①古往 : 지난 옛날. ②後夜 : 밤중에서 아침까지를 이르는 말. 또 불교에선 새벽 한 시부터 다섯 시까지의 시간.
古殿苔生臣不立, 從來不許外人看.
고전태생신불립, 종래불허외인간.
고전에 이끼가 나고 臣은 서지 않았나니, 종래로 외인의 봄을 허락하지 않느니라.
功流萬世而常存, 道通百劫而彌①固.
공류만세이상존, 도통백겁이미①고.
공은 만세에 흘러 늘 존재하고, 도는 백겁에 통해 더욱 견고하다.
[註解] ①彌 : 더욱.
巧人須得巧人佐, 拙人須得拙人扶.
교인수득교인좌, 졸인수득졸인부.
교인은 꼭 교인의 보좌를 얻고, 졸인은 꼭 졸인의 부축을 얻는다.
冬至寒食一百五, 上元定是正月半.
동지한식일백오, 상원정시정월반.
동지에서 한식은 일백오 일이며, 상원은 꼭 정월의 반이다.
目前大道無迂曲, 何得伶俜①向外求?
목전대도무우곡, 하득령빙①향외구?
목전의 대도가 굽음이 없거늘, 어찌 비척거리며 밖을 향해 구함을 얻으리오?
[註解] ①伶俜 : 비척거리는 모양.
未擧步時先已到, 未動舌時先說了.
미거보시선이도, 미동설시선설료.
걸음을 떼지도 않은 때에 먼저 이미 이르렀고, 혀를 놀리지도 않은 때에 먼저 설해 마쳤다.
未能行到水窮處, 難敎坐看雲起時.
미능행도수궁처, 난교좌간운기시.
능히 가서 물이 다한 곳에 이르지 않았다면, 앉아서 구름이 일어날 때를 보게 하기 어렵다.
未到無心須要到, 及到無心無也休.
미도무심수요도, 급도무심무야휴.
무심에 이르지 못하였다면 꼭 이름을 요하지만, 및 무심에 이르렀다면 無도 또한 쉬어야 한다.
未明有說皆成謗, 明了無言亦不容.
미명유설개성방, 명료무언역불용.
밝히지 못하고서 설함이 있으면 다 비방을 이루지만, 밝히고 나서 말이 없음도 또한 용납하지 않는다.
未有常行而不住, 未有常住而不行.
미유상행이부주, 미유상주이불행.
늘 행하기만 하고 머물지 않음은 있지 않고, 늘 머물기만 하고 행하지 않음은 있지 않다.
半夜白猿啼落月, 天明金鳳過西峯.
반야백원제락월, 천명금봉과서봉.
반야에 백원은 떨어지는 해를 울고, 천명에 금봉은 서봉을 지나다.
白菊乍開重日①暖, 百年公子不逢春.
백국사개중일①난, 백년공자불봉춘.
백국이 막 피어 重日이 따스한데, 백년공자는 봄을 만나지 못하였다.
[註解] ①重日 : 여기서는 중양일[九月九日]을 가리킴.
白鷺下田千點雪, 黃鸎上樹一枝花.
백로하전천점설, 황앵상수일지화.
해오라기가 밭에 내리니 천점의 눈이요, 누런 꾀꼬리가 나무에 오르니 한 가지의 꽃이로다.
白髮滿頭難再黑, 靑春過眼易重來.
백발만두난재흑, 청춘과안이중래.
백발이 머리에 가득하매 다시 검어지기 어렵거늘, 푸른 봄은 눈에 스치더니 쉽게 다시 오는구나.
白牛耕盡寒岩雪, 禽鳥不鳴天地春.
백우경진한암설, 금조불명천지춘.
백우가 한암의 눈을 갈아 없애니, 禽鳥가 울지 않아도 천지가 봄이로다.
白牛放去無蹤跡, 空把山童贈鐵鞭.
백우방거무종적, 공파산동증철편.
백우를 놓치매 종적이 없고, 공연히 山童이 준 철 채찍을 잡았네.
白雲斷處見明月, 黃葉落時聞擣衣①.
백운단처견명월, 황엽락시문도의①.
백운이 끊어진 곳에 명월을 보고, 황엽이 떨어질 때 擣衣를 듣는다.
[註解] ①擣衣 : 擣砧(砧은 다듬잇돌)이니, 다듬이 방망이로 두들겨서 옷을 다듬는 일.
白雲斷處是靑山, 行人更在靑山外.
백운단처시청산, 행인갱재청산외.
백운이 끊어진 곳이 이 청산이더니, 행인은 다시 청산 밖에 있더라.
白雲本是無心物, 又被淸風引出來.
백운본시무심물, 우피청풍인출래.
백운은 본래 이 무심한 물건인지라, 또 청풍의 인출하여 냄을 입는다.
白雲不約來靑嶂, 綠水無心弄碧蟾.
백운불약래청장, 녹수무심롱벽섬.
백운은 약속하지 않아도 푸른 산봉우리에 오고, 녹수는 무심하게 푸른 달을 희롱하다.
白雲乍可來靑嶂, 明月那敎下碧天?
백운사가래청장, 명월나교하벽천?
백운은 푸른 산봉우리에 옴이 차라리 옳거니와, 명월을 어찌 푸른 하늘에서 내려오게 하겠는가?
白雲乍可來靑嶂, 明月難敎下碧天.
백운사가래청장, 명월난교하벽천.
백운은 푸른 산봉우리에 옴이 차라리 옳거니와, 명월은 푸른 하늘에서 내려오게 함이 어렵다.
白雲乍可離靑嶂, 明月難敎下碧空.
백운사가리청장, 명월난교하벽공.
백운이 푸른 산봉우리를 떠남은 차라리 옳거니와, 명월은 푸른 허공에서 내려오게 하기 어렵다.
白雲雖是無心物, 到頭還是戀靑山.
백운수시무심물, 도두환시련청산.
백운이 비록 이 무심한 물건이지만, 마침내 도리어 곧 청산을 연모한다.
是는 곧 시.
白雲影裏無聲谷, 半夜烏雞帶日飛.
백운영리무성곡, 반야오계대일비.
백운의 그림자 속에 소리 없는 계곡인데, 한밤에 검은 닭이 해를 가지고 날더라.
白雲影散靑山出, 幽石巖高寶月圓.
백운영산청산출, 유석암고보월원.
백운의 그림자가 흩어지니 청산이 나오고, 幽石의 바위가 높은데 보월이 둥글더라.
白雲盡處見靑山, 行人不在靑山裏.
백운진처견청산, 행인불재청산리.
백운이 다한 곳에서 청산을 보거니와, 행인은 청산 속에 있지 않더라.
白雲盡處是靑山, 行人更在靑山外.
백운진처시청산, 행인갱재청산외.
백운이 다한 곳이 이 청산이지만, 행인은 다시 청산 밖에 있더라.
白紙上邊書黑字, 請君開眼目前觀.
백지상변서흑자, 청군개안목전관.
백지의 上邊에 쓴 검은 글자를, 그대에게 청하노니 눈을 뜨고 눈앞을 보아라.
白毫①光照紫微宮②, 無限天人淚如雨.
백호①광조자미궁②, 무한천인루여우.
백호광이 자미궁을 비추니, 무한한 天人의 눈물이 비 오듯하다.
[註解] ①白毫 : 부처의 양 눈썹 사이에 난 희고 부드러운 털. 眉間白毫相이라고도 함. 부처의 三十二相 가운데 하나. ②紫微宮 : 紫微星의 별자리를 天子의 자리로 삼아 일컫는 말. 북두칠성의 동북쪽에 있는 열다섯 개의 별 가운데 하나.
北俱盧州長粳米①, 食者無瞋亦無喜.
북구로주장갱미①, 식자무진역무희.
북구로주의 긴 갱미는, 먹는 자가 성냄도 없고 또한 기뻐함도 없다.
[註解] ①粳米 : 메벼에서 나온 차지지 않은 쌀.
北俱盧州長粳米, 食者無貪亦無嗔.
북구로주장갱미, 식자무탐역무진.
북구로주의 긴 갱미는, 먹는 자가 탐냄도 없고 또한 성냄도 없다.
北斗南星位不殊, 白浪滔天平地起.
북두남성위불수, 백랑도천평지기.
북두와 남성의 位가 다르지 않는데, 흰 물결이 하늘에 넘치며 평지에서 일어나다.
四方八面絶遮攔, 萬象森羅齊漏泄.
사방팔면절차란, 만상삼라제루설.
사방팔면에 遮攔이 끊겨, 만상삼라가 일제히 누설하다.
四十九年無一字, 龍宮海藏若①爲傳?
사십구년무일자, 룡궁해장약①위전?
사십구 년 동안 한 글자도 없거늘, 용궁의 해장이 어떻게 전하겠는가?
[註解] ①若 : 어찌(奈).
四五百條花柳①巷, 二三千處管絃樓.
사오백조화류①항, 이삼천처관현루.
사오백 가닥의 화류항이며, 이삼천 곳의 관현루다.
[註解] ①花柳 : 꽃과 버들. 옛날 遊廓을 달리 일컫던 말. 花街柳巷.
四五千條花柳巷, 二三萬座①管絃樓.
사오천조화류항, 이삼만좌①관현루.
사오천 가닥의 화류항이며, 이삼만 좌의 관현루다.
[註解] ①座 : 量詞.
四海浪平龍睡穩, 九霄①雲淨鶴飛高.
사해랑평룡수온, 구소①운정학비고.
사해의 파랑이 평온하니 용의 잠이 안온하고, 九霄의 구름이 깨끗하니 학이 높이 날다.
[註解] ①九霄 : 九天과 같음. 霄는 하늘.
四海浪平龍睡穩, 九天雲淨鶴摩空.
사해랑평룡수온, 구천운정학마공.
사해의 파랑이 평온하니 용의 잠이 안온하고, 九天의 구름이 깨끗하니 학이 허공을 만지다.
四海浪平龍睡穩, 九天雲靜鶴飛高.
사해랑평룡수온, 구천운정학비고.
사해의 파랑이 평온하니 용의 잠이 안온하고, 九天의 구름이 고요하니 학이 높이 날다.
四海只知天子貴, 不知天子作何顔?
사해지지천자귀, 부지천자작하안?
사해는 다만 천자가 존귀한 줄만 알지, 천자가 어떤 얼굴을 지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四海澄淸天一統, 干戈偃息賀昇平①.
사해징청천일통, 간과언식하승평①.
사해가 징청하고 천하가 하나로 통일되니, 干戈를 쉬어 승평을 경하한다.
[註解] ①昇平 : 태평과 같은 뜻.
四海波澄無一事, 普天共樂太平時.
사해파징무일사, 보천공악태평시.
사해의 파도가 맑아 一事도 없으니, 온 천하가 함께 태평시절을 즐긴다.
生涯秖在絲綸上, 明月扁舟泛五湖.
생애지재사륜상, 명월편주범오호.
생애가 단지 낚싯줄 위에 있는지라, 밝은 달에 扁舟를 오호에 띄우노라.
生耶死耶俱不道, 觀音處處現全身.
생야사야구부도, 관음처처현전신.
생인지 사인지 다 말하지 못하지만, 관음이 곳곳에 전신을 나타내도다.
生鐵①昆侖②舞柘枝③, 笑倒東村王大伯④.
생철①곤륜②무자지③, 소도동촌왕대백④.
생철의 곤륜이 자지를 추니 동촌의 왕대백을 웃겨 거꾸러지게 하다.
[註解] ①生鐵 : 무쇠. ②昆侖 : 崑崙과 같음. 중국의 옛 문헌 書經에 나오는 靑海省 부근에 살던 민족. 또 漢나라 때 이후부터 南洋에서 온 흑인을 이르는 말. ③柘枝 : 柘枝舞니 唐代의 舞曲名. 柘는 산뽕나무. ④大伯 : 연로한 자의 경칭.
石女巧炊無米飯, 慇懃供養不饑人.
석녀교취무미반, 은근공양불기인.
석녀가 교묘히 쌀 없는 밥을 지어, 은근히 주리지 않는 사람을 공양하다.
石女登機音軋軋①, 木人打鼓韻鼕鼕②.
석녀등기음알알①, 목인타고운동동②.
석녀가 베틀에 오르니 소리가 삐걱삐걱, 목인이 북을 치니 소리가 동동.
[註解] ①軋軋 : 삐걱삐걱. ②鼕鼕 : 동동. 또는 둥둥.
石女解栽無影樹, 木人能種火中蓮.
석녀해재무영수, 목인능종화중련.
석녀는 그림자 없는 나무를 심을 줄 알고, 목인은 능히 불 속의 연꽃을 심는다.
石女喚回三界夢, 木人坐斷六門機.
석녀환회삼계몽, 목인좌단륙문기.
석녀가 삼계의 꿈을 불러 돌아오게 하고 목인이 육문의 機를 좌단하다.
[註解] ①坐斷 : 截斷. 坐는 문득[頓]의 뜻이 있음.
石牛步步火中行, 返顧休銜日中草.
석우보보화중행, 반고휴함일중초.
석우가 걸음마다 불 속을 행하니, 돌아보면서 해 속의 풀을 머금기를 쉬었다.
石牛頻吐三春①霧, 木馬嘶聲滿道途.
석우빈토삼춘①무, 목마시성만도도.
석우가 자주 삼춘의 안개를 토하고, 목마의 우는 소리가 道途에 가득하다.
[註解] ①三春 : 석 달 봄.
石牛長吼眞空外, 木馬嘶時月隱山.
석우장후진공외, 목마시시월은산.
석우가 眞空 밖에 길게 울부짖고, 목마가 울 때 달이 산에 숨는구나.
石牛吐出三春霧, 靈雀不棲無影林.
석우토출삼춘무, 영작불서무영림.
석우가 삼춘의 안개를 토해 내고, 靈雀은 그림자 없는 숲에 깃들지 않는다.
石塔凌空高萬丈, 多少遊人枉費觀.
석탑릉공고만장, 다소유인왕비관.
석탑이 허공에 올라 높이가 萬丈이라. 다소의 遊人이 헛되이 구경함을 소비하리라.
石虎呌時山谷響, 木人吼處鐵牛驚.
석호규시산곡향, 목인후처철우경.
석호가 부르짖을 때 산골짝이 울리고, 목인이 부르짖는 곳에 철우가 놀라도다.
石火光中薦得①親, 一聲長嘯淸風起.
석화광중천득①친, 일성장소청풍기.
석화의 빛 속에 천득해 친밀하니, 한 소리 길게 휘파람 불매 청풍이 일어나더라.
[註解] ①薦得 : 薦은 짚자리. 得은 助詞. 중국인들이 노름에서 이긴 자가 돗자리째로 가져가는 데에서 나온 말. 轉하여 이해의 뜻.
石火一揮天外去, 癡人猶望月邊星.
석화일휘천외거, 치인유망월변성.
석화는 한 번 번쩍하고 하늘 밖으로 갔거늘, 어리석은 사람이 아직 달가의 별을 바라보네.
石火電光猶是鈍, 思量擬擬隔千山.
석화전광유시둔, 사량의의격천산.
석화와 전광도 오히려 이 무디거늘, 사량하고 擬擬한다면 千山에 막히리라.
仙家不會論春夏, 石爛松枯是一年.
선가불회론춘하, 석란송고시일년.
선가는 봄 여름을 논할 줄을 알지 못하고, 돌이 썩고 솔이 마름이 이 일 년이니라.
世間無限丹靑手①, 到此都盧畫不成.
세간무한단청수①, 도차도로화불성.
세간의 무한한 단청수가, 이에 이르면 다 그림을 이루지 못한다.
[註解] ①丹靑手 : 단청을 그리는 사람.
世事但將公道斷, 人心難與月輪齊.
세사단장공도단, 인심난여월륜제.
세상의 일은 다만 公道를 가져 끊는다지만, 사람의 마음이 월륜과 가지런하기 어렵다.
世人住處我不住, 世人愛處我不愛.
세인주처아부주, 세인애처아불애.
세인이 머무는 곳엔 나는 머물지 않고, 세인이 사랑하는 곳은 내가 사랑하지 않는다.
世出世間絶異同, 塵說刹說熾然說.
세출세간절이동, 진설찰설치연설.
세간과 출세간에 異同이 끊기니, 티끌이 설하고 국토가 설하고 치연히 설하다.
年年細柳年年綠, 二月桃花二月紅.
연년세류년년록, 이월도화이월홍.
해마다 세류는 해마다 푸르고, 이월의 도화는 이월에 붉다.
年年寒食淸明際, 杜宇花①開血滿山.
연년한식청명제, 두우화①개혈만산.
해마다 한식과 청명 쯤에, 진달래꽃이 피어 피가 산에 가득하다.
[註解] ①杜宇花 : 杜鵑花와 같음. 진달래꽃.
令人長憶李將軍①, 萬里天邊飛一鶚.
영인장억리장군①, 만리천변비일악.
사람으로 하여금 늘 이장군을 추억케 하나니, 萬里의 하늘 가에 한 마리의 독수리가 나는구나.
[註解] ①李將軍 : 李廣이니 활을 잘 쏘았음.
令人轉憶謝三郞①, 一絲獨釣寒江雨.
영인전억사삼랑①, 일사독조한강우.
사람으로 하여금 더욱 사삼랑을 추억케 하나니, 한 낚싯줄로 홀로 비오는 찬 강에 낚시질하는구나.
[註解] ①謝三郎 : 玄沙師備를 가리키는 말이니, 謝氏의 세쩨 아들이란 뜻. 또 널리 어떤 어부를 가리킴. 또 謝郞으로 지음.
永日①寥寥謝太平, 一湖春水當門淥.
영일①요요사태평, 일호춘수당문록.
영일에 요료하여 태평에 감사하나니, 한 호수의 봄물이 문에 당해 맑구나.
[註解] ①永日 : 아침부터 늦게까지의 긴 날.
玉女拋梭機軋軋, 石人打鼓響鼕鼕.
옥녀포사기알알, 석인타고향동동.
옥녀가 북을 던지니 베틀이 삐걱삐걱, 석인이 북을 치니 소리가 동동.
玉馬雪行歸半夜, 羚羊掛角月沈西.
옥마설행귀반야, 령양괘각월침서.
옥마가 눈 속을 행하다가 돌아가는 한밤중에, 영양이 뿔을 거니 달이 서쪽에 잠기다.
玉馬嘶時金斗轉, 金雞啼處日光生.
옥마시시금두전, 금계제처일광생.
옥마가 울 때 金斗가 돌고, 금계가 우는 곳에 햇빛이 나다.
玉梅結子浮靑樹, 石筍抽條上綠窗.
옥매결자부청수, 석순추조상록창.
옥매가 열매를 맺어 푸른 나무에 뜨고, 석순이 가지를 뽑아 푸른 창에 올랐다.
玉笛一吹雲外曲, 知音知後更誰知?
옥적일취운외곡, 지음지후갱수지?
옥피리로 한 번 구름 밖의 곡조를 부니, 지음이 안 후 다시 누가 아느냐?
玉兎①旣明初夜後, 金雞須唱五更前.
옥토①기명초야후, 금계수창오경전.
옥토가 이미 밝은 초야 후에, 금계가 꼭 오경 전에 부르다.
[註解] ①玉兎 : 달을 가리킴.
玉兎不曾知曉意, 金烏①爭肯夜頭②明.
옥토부증지효의, 금오①쟁긍야두②명.
옥토가 일찍이 새벽 뜻을 알지 못하거늘, 금오가 어찌 夜頭의 밝음을 긍정하리오.
[註解] ①金烏 : 해를 가리킴. ②夜頭 : 頭는 助字.
正見自除三毒心, 魔變成佛眞無假.
정견자제삼독심, 마변성불진무가.
정견이 스스로 삼독심을 제하고, 魔가 변해 성불하니 眞이라 거짓이 없도다.
正令欲行明賞罰, 龍蛇場內決輸嬴.
정령욕행명상벌, 용사장내결수영.
正令을 행하려 함은 상벌을 밝힘이며, 용사장 안에서 수영을 결판한다.
[註解] ①輸嬴 : 勝負.
正賊①草賊②不須論, 大施門開無壅塞.
정적①초적②불수론, 대시문개무옹색.
정적인지 초적인지 논함을 쓰지 말라. 대시문이 열려 옹색함이 없도다.
[註解] ①正賊 : 主賊. ②草賊 : 좀도둑.
正値秋風來入戶, 一聲砧杵落誰家?
정치추풍래입호, 일성침저락수가?
바로 추풍이 불어와서 문호에 들어오니, 한 소리 다듬이 방망이가 누구 집에 떨어졌나?
正偏回互又不要, 狂笛吹入樵子.
정편회호우불요, 광적취입초자.
정편과 회호는 또 필요치 않나니, 미친 피리를 불면서 나무꾼의 길에 들어가노라.
只見漚從水上生, 不知漚滅還歸水.
지견구종수상생, 부지구멸환귀수.
다만 거품이 물 위를 좇아 남만 보았지, 거품이 없어져 물로 돌아감은 알지 못하다.
只今休去便休去, 欲覓了時無了.
지금휴거변휴거, 욕멱료시무료.
지금 쉬려면 바로 쉴지니, 마칠 때를 찾으려 하면 마칠 때가 없느니라.
只聞凍水怯春風, 未見濁泥汙明月.
지문동수겁춘풍, 미견탁니오명월.
다만 언 물이 춘풍을 겁낸다 함은 들었지만, 더러운 진흙탕이 명월을 더럽힘은 보지 못하였다.
只緣同是江南客, 不欲頻頻唱鷓鴣①.
지연동시강남객, 불욕빈빈창자고①.
다만 한가지로 이 강남객이기 때문에, 자주자주 자고를 唱하고 싶지 않노라.
[註解] ①鷓鴣 : 曲調 이름이니 山鷓鴣의 省稱.
只爲趙王心好劍, 闔國之人盡帶刀.
지위조왕심호검, 합국지인진대도.
단지 조왕이 마음에 검을 좋아한지라, 온 나라 사람이 다 칼을 찼더라.
[註解] ①闔國 : 全國.
只知寫盡心中事, 誰管傍人冷地看?
지지사진심중사, 수관방인랭지간?
다만 심중의 일을 서사해 다할 줄만 알거늘, 누가 옆 사람이 냉지에서 봄을 상관하리오?
只知事逐眼前過, 不覺老從頭上來.
지지사축안전과, 불각로종두상래.
다만 일이 눈앞을 쫓아 지나감만 알고, 늙음이 머리 위를 좇아오는 줄 깨닫지 못하다.
只知牛瘦角不瘦, 不覺心高句亦高.
지지우수각불수, 불각심고구역고.
다만 소가 여위어도 뿔은 여위지 않음만 알았지, 마음이 높으면 구절도 높은 줄은 깨닫지 못하다.
只把一根無孔笛, 夜深吹出碧巖頭.
지파일근무공적, 야심취출벽암두.
단지 한 뿌리의 구멍 없는 피리를 잡아, 야심에 벽암두에서 불어 내노라.
[註解] ①碧巖頭 : 頭는 助字.
只把一枝無孔笛, 爲君吹起大平歌.
지파일지무공적, 위군취기대평가.
다만 한 가지의 구멍 없는 피리를 잡아, 그대를 위해 태평가를 불어 일으키리라.
且喜將軍全得勝, 歸時不少去時人.
차희장군전득승, 귀시불소거시인.
다만 장군이 완전히 승리를 얻은 걸 기뻐하나니, 돌아올 때에 떠날 때의 사람보다 적지 않도다.
出言須涉於典章, 談說乃傍於稽古.
출언수섭어전장, 담설내방어계고.
출언하매 반드시 典章과 교섭해야 하고, 담설하면 이에 稽古를 곁들여야 한다.
它家自有黃金骨, 不假旃檀入細雕.
타가자유황금골, 불가전단입세조.
타가는 스스로 황금골이 있으므로, 전단에 세밀하게 새겨 넣음을 빌리지 않느니라.
[註解] ①它家 : 그. 그 사람.
他家自有通人愛, 不以親疏較短長.
타가자유통인애, 불이친소교단장.
타가는 스스로 사람과 통하는 사랑이 있나니, 친소로써 단장을 비교하지 말아라.
他非莫與他分辨, 自過應須自剪裁.
타비막여타분변, 자과응수자전재.
남의 잘못은 그에게 분변하여 주지 말고 자기의 허물은 응당 꼭 스스로 전재하라.
他人住處我不住, 他人用處我不用.
타인주처아부주, 타인용처아불용.
타인이 머무는 곳엔 내가 머물지 않고, 타인이 쓰는 곳은 내가 쓰지 않는다.
他鄕看似故鄕看, 添得籬根①花繞屋.
타향간사고향간, 첨득리근①화요옥.
타향을 봄을 고향을 봄과 같이 하고, 울타리 밑의 꽃을 더하여 가옥을 둘러라.
[註解] ①籬根 : 울타리 밑[籬下].
打麵還他州土麥, 唱歌須是帝鄕①人.
타면환타주토맥, 창가수시제향①인.
국수를 만드는 데는 도리어 저 州土의 보리라야 하고, 노래를 부르는 데는 꼭 이 帝鄕의 사람이라야 한다.
[註解] ①帝鄉 : 서울(京師). 또 제왕의 고향. 이 글에선 서울을 가리킴.
平蕪①盡處是靑山, 行人更在靑山外.
평무①진처시청산, 행인경재청산외.
평무가 다한 곳이 이 청산이지만, 행인은 다시 청산 밖에 있다.
[註解] ①平蕪 : 잡초가 가득 찬 들. 蕪는 풀이 거침.
平生肝膽向人傾, 相識如同不相識.
평생간담향인경, 상식여동불상식.
평생의 간담을 남을 향해 기울였지만, 서로 앎이 서로 알지 못함과 같더라.
平生肝膽向人傾, 相識猶如不相識.
평생간담향인경, 상식유여불상식.
평생의 간담을 남을 향해 기울였지만, 서로 앎이 오히려 서로 알지 못함과 같더라.
平生肝膽向人傾, 相識還同不相識.
평생간담향인경, 상식환동불상식.
평생의 간담을 남을 향해 기울였지만, 서로 앎이 도리어 서로 알지 못함과 같더라.
平生不作皺眉事, 世上應無切齒人①.
평생부작추미사, 세상응무절치①인.
평생에 눈썹 찌푸릴 일을 짓지 않으면 세상에 응당 이를 갈 사람이 없으리라.
[註解] ①切齒 : 몹시 분하여 이를 갊.
玄都觀①裏桃千樹, 盡是劉郞②去後栽.
현도관①리도천수, 진시류랑②거후재.
현도관 속의 도화 일천 그루는, 다 이 劉郞이 떠난 후에 심었다.
[註解] ①玄都觀 : 道觀의 이름. 觀은 큰집. ②劉郞 : 당대 시인 劉禹錫(772-842)을 가리킴. 자는 夢得.
玄微①及盡類②難齊, 千手大悲難摸索.
현미①급진류②난제, 천수대비난모색.
현미가 다함에 미치면 대개 齊等히 하기 어려워, 천수대비라도 모색하기 어렵다.
[註解] ①玄微 :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깊고 미묘함. ②類 : 大槪.